마중물교회

마가복음 2:1-9 / 같이 하는 가치

 

이번 한 주간에도 여러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 16일은 세월호 10주기로 곳곳에서 기억식이 있었습니다. 가족들이나 생존자들의 인터뷰를 듣다 보면,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그들인데 나에게 비껴간 그 일이 그들에게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내 자녀를 건강히 키워주신 것에 대한 감사보다는 왜 내가 아니라 그들이었을까 하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또 어제는 44회 장애인의 날이었습니다. 우리나라 등록 장애인 비율은 5.2%이지만 실제 장애인은 10%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들 중 선천적으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10%고, 나머지 90%는 후천적으로 장애를 가지게 된 사람입니다. 질병에 의해, 사고에 의해, 노화에 의해 장애를 가지게 되기에 비장애인도 언제든 장애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제 풍성한 삶을 위한 성경적 상담 세미나가 있었습니다. 그리스도인이라 할지라도 모든 사람은 육신에 사로잡힌 중독이 있고, 이것을 하나님 앞으로 가져갈 때 치유가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통찰력이 있는 참 유익한 세미나였습니다. 그럼에도 마음 한 구석은 무거웠습니다. 주일 설교를 해야 하는 목사로 토요일에 진행하는 6시간짜리 세미나, 앞뒤로 9시간 정도의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습니다. 그런데 세미나 중에 ‘못해도 괜찮아’라는 말을 여러 번 하였습니다. 저도 속으로 이 말을 여러 번 하며 마음의 안정을 가졌습니다.

 

세월호. 장애인, 중독 모두 공통점이 있다면 누구에게나 예외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저는 2주전 소망공동체 예배를 인도한 후 한 장애인 가족을 만났습니다. 이 가족은 자폐를 앓고 있는 자녀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커가면서 좋아지기는커녕 감당치 못할 순간들이 많아졌습니다. 무력감에, 피폐해진 삶으로 인해 온 가족이 자살하려고 했었답니다. 그러다 우연히 소망공동체 소식을 듣고 상담을 왔다가 예배에 참석하게 된 것입니다. 소망공동체에 정원이 꽉 차서 바로 입소할 수는 없었지만, 매월 와서 함께 예배드리기로 했습니다. 때로는 입소할 수 있는 경우에도 가족을 버린다는 죄책감 때문에 선뜻 입소를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성경에는 장애인과 관련된 내용이 많습니다. 예수님이 오셔서 장애인들을 많이 고쳐주셨습니다. 구약의 율법에도 장애인과 관련된 말씀들이 많습니다. 레위기 19:14입니다. “너는 귀먹은 자(청각장애인)를 저주하지 말며 맹인(시각장애인) 앞에 장애물을 놓지 말고 네 하나님을 경외하라 나는 여호와이니라” 못 듣는다고 청각장애인을 저주하지 말아야 합니다. 못 본다고 시각장애인 앞에 장애물을 놓지 말아야 합니다. 이는 단지 저주하지 않고, 장애물만 놓지 않으면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의 장애를 이용하려 하지 말고 그들의 삶이 순탄하도록 하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입니다. 그들도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받았기 때문입니다.

 

신명기 27:18입니다. “맹인(시각장애인)에게 길을 잃게 하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라 할 것이요 모든 백성은 아멘 할지니라” 시각장애인으로 길을 잃지 않게 하는 것이 그 사회의 책임이었다는 것입니다.

 

신체적 장애이든, 정신적 장애이든 장애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일입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미래의 내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장애는 그 가족만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같이 감당해야 할 일입니다.

 

 

1. 생각 바꾸기

장애를 함께 같이 감당해야 할 문제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먼저 장애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버려야 합니다. 요한복음 9:1-2입니다. “예수께서 길을 가실 때에 날 때부터 맹인 된 사람(시각장애인)을 보신지라 제자들이 물어 이르되 랍비여 이 사람이 맹인(시각장애인)으로 난 것이 누구의 죄로 인함이니이까 자기니이까 그의 부모니이까” 예수님 당시나 지금이나 아직도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누군가의 죄로 인해 장애를 입은 것이라는 무서운 편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이런 시선은 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2차 가해입니다. 장애를 감당하기도 힘든데, 이런 인식은 그 가족을 죄책감에 시달리게 하는 것입니다. 장애는 자체가 고통입니다. 거기에 더하여 사회적 편견이란 고통이 더해지고, 장애로 인한 불이익을 당하는 고통까지 더해지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대답은 분명했습니다. 3절입니다.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이 사람이나 그 부모의 죄로 인한 것이 아니라 그에게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심이라” 죄 때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저주받은 인생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관심 밖의 존재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 사람을 통해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내시기 위함이라 했습니다.

 

소망공동체 예배에 장애인 어머님이 참석합니다. 학교 선생님인데 매우 밝고 활발한 성격의 어머니입니다. 그런데 큰 아들이 장애를 가졌습니다. 온 가족이 이로 인해 고통을 겪었고, 비장애인 둘째 아들도 방황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 소망공동체를 알게 되고 아들이 이곳에 가게 되면서 봉사활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매주 예배에 참석하다가 지난 부활절 때 세례를 받았습니다. 이 어머니가 자기가 아들만 아니었으면 자기 성격에 산으로 들로 날라 다녔을 것이라고 하면서 아들 때문에 인생을 다시 보게 되었고, 이렇게 예수님도 믿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사람이 왜 장애를 가지게 되었는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가운데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건강이 복이라 생각합니다. 네 맞습니다. 건강할 때 더 겸손히 하나님을 의지한다면 분명히 복입니다. 그러나 건강으로 인해 교만하고, 자신을 과신하고, 세상의 즐거움에 빠진다면 건강은 복이 아니라 저주입니다. 장애를 불행과 동일시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장애에는 불편함이 있고, 고통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 하나님의 일하심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일하심이 있다면 그것이 복됨 아닙니까? 장애인도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인격체이고, 비장애인과 삶의 방식이 다를 뿐이지 그들의 삶에도 하나님의 복됨이 있습니다.

 

 

2. 공감하는 마음

오늘 본문으로 읽은 사건에 대하여 살펴보려고 합니다. 갈릴리에서 예수님은 BTS급이었습니다. 많은 병자를 고쳤고, 신비한 이적을 보이셨기에 예수님이 마을에 등장하셨다는 소식이 들리면 열 일을 제쳐놓고 사람들이 몰려 들었습니다. 오픈런을 하듯이 정신없이 달려갔습니다. 그러나 달려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3-4절입니다. “사람들이 한 중풍병자(뇌병변장애인)를 네 사람에게 메워 가지고 예수께로 올새 무리들 때문에 예수께 데려갈 수 없으므로 그 계신 곳의 지붕을 뜯어 구멍을 내고 중풍병자(뇌병변장애인)가 누운 상을 달아 내리니” 우리가 흔히 중풍병이라 하는 뇌병변 장애인을 4명의 친구가 침대째 메고 왔지만 이미 발들여놓을 틈이 없었습니다. 이들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옥상같은 지붕위로 올라가서 지붕을 뜯고 침대를 달아 내렸습니다.

 

한번 상상을 해보십시오. 제가 지금 설교하고 있는데 천정에서 굉음이 들리더니 먼지가 쏟아지고 뭔가 보았더니 침대가 내려온다면 그 황당함과 무례함을 어떻게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아마 아수라장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어떻게 대처하셨습니까? 5절입니다. “예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병자(뇌병변장애인)에게 이르시되 작은 자야 네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 하시니” 예수님은 지금 눈앞에 벌어진 사태를 보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무례함을 보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믿음을 보셨습니다. 그들이란 뇌병변장애인과 그 친구들입니다. 그들은 예수님께 가면 나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믿었다는 것만으로 아무런 일이 안 일어납니다. 믿음은 실행으로 옮겨야 완성됩니다. 그러나 뇌병변장애인은 마비가 있기에 스스로 실행할 수 없습니다. 결국 네 친구에 의해 실행된 것입니다. 네 친구가 지붕을 뜯기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장애인의 아픔을 공감하였기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들의 믿음은 예수님에 대한 신뢰와 공감하는 마음으로부터 나온 셈입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예수님께서 그 친구들의 마음을 알아주셨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이 세대를 무엇에 비유했습니까? 마태복음 11:16-17입니다. “이 세대를 무엇으로 비유할까 비유하건대 아이들이 장터에 앉아 제 동무를 불러 이르되 우리가 너희를 향하여 피리를 불어도 너희가 춤추지 않고 우리가 슬피 울어도 너희가 가슴을 치지 아니하였다 함과 같도다” 피리를 불어도 춤추지 않고 슬피 울어도 가슴을 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공감능력이 ‘0’라는 것입니다. 최근에 뇌과학을 통해 밝혀진 것은 인간에게 거울신경세포 Mirror Neuron이 있다는 것입니다. 고통당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당한 고통이 아니지만 나도 고통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슬픈 영화를 보면 눈물을 흘리는 것이고, 부부가 오랜 같이 살면 닮는 것입니다. 거울처럼 감정의 복사가 일어나도록 하는 뇌의 놀라운 구조가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공감하는 존재로 만드셨습니다. 문제는 이 세대는 공감하는 마음을 차단한다는 것입니다. 자기중심적이기에 내가 고통받지 않으려고 차단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일을 위해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것으로 여기고 장애인을 향한 공감하는 마음이 자라가기를 소망합니다.

 

3. 죄사함

예수님은 그들의 무례함을 책망하신 것이 아니라 그들의 믿음을 인정하셨습니다. 또한 예수님의 대답 중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점이 있습니다. 5절입니다. “예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병자(뇌병변장애인)에게 이르시되 작은 자야 네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 하시니” 뇌병변장애인에게 일어나 걸어가라고 하지 않고, 네 죄 사함을 받았다고 하신 것입니다. 우리는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장애를 해결해주는 것에만 관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불쌍하니 도와주어야 할 대상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그러나 장애가 해결되는 것과 죄사함을 받아 구원을 얻는 것, 어느 것이 더 큰 축복이며, 치유입니까?

 

물론 예수님은 이 사람에게 두 가지 축복을 다 주셨습니다. 9절입니다. “중풍병자(뇌병변장애인)에게 네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 하는 말과 일어나 네 상을 가지고 걸어가라 하는 말 중에서 어느 것이 쉽겠느냐” 죄 사함을 받았다고 하는 말과 일어나 걸어가라는 말 중에 어느 것이 쉽겠습니까?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둘 다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장애인의 죄 사함, 즉 구원에 대하여도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들도 복음전도 대상자입니다.

 

장애인의 복음화 비율은 비장애인의 복음화 비율의 1/10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미국의 경우도 청각장애인의 복음화 비율이 2%라고 합니다. 장애 자체가 복음을 전하기 어렵게 하지만, 장애로 인한 피해의식이나 하나님에 대한 원망이 복음전도의 더 큰 방해물입니다. 소망공동체 예배에 비장애인 가족들이 참석하고 있습니다. 왜 소망공동체 예배에 나오냐고 물으면 일반교회에서 받았던 상처로 인해 출석하기 힘들다고 말합니다. 장애인 가족과 함께 예배를 드리다보면 이상한 소리를 지르거나 행동을 합니다. 사람들에게 민폐가 되고, 따가운 시선과 편견 때문에 교회를 멀리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복음의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처음 장애인공동체 예배 설교를 부탁받았을 때, 막막했습니다. 이들에게 무엇을 설교해야 할까?, 이들은 내 설교를 알아들을까? 물론 선생님들과 가족들도 함께 예배드리기에 저는 별반 다르지 않게 설교하고 예배를 인도합니다. 이렇게 10년을 함께 예배하며 깨닫는 것은 지적 장애인이라서 명확히 이해하고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들도 예배드리는 하나님의 자녀라는 것입니다. 누구보다도 순전한 그리스도인이라 생각됩니다.

 

말씀을 맺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바꿀 부분은 없습니까? 누구의 죄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와 주권에 따른 것입니다. 비장애인들과 다를 뿐이지 똑같은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존귀한 사람입니다. 비장애인이 장애인과 같이 함께 하기 위해서는 공감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영적인 구원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 복음전하는 성도 되시길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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