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 14:32-42 / 예수님의 갈등
설 명절 연휴는 잘 지내고 계십니까? 오랜만에 가족 친척들이 모여 인사하고, 덕담을 나누는 시간이 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오늘 예배에 함께 하신 지체들에게도 새해인사와 덕담을 나누시면 좋겠습니다.
해가 바뀌고 나이가 하나씩 늘어나는 것은 우리가 인생의 새로운 경험들을 하나씩 겪어간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은 대학생이 되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고, 키우고, 또 결혼을 시키고, 직장 은퇴를 하고... 이런 굵직한 일 외에도 나이가 더해갈수록 질병이나 사고와 같이 인생의 크고 작은 일을 겪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성숙해가지만, 가보지 않은 길을 간다는 것은 항상 두려움과 불안을 줍니다.
우리는 새해를 맞아 또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사야 43:18-19입니다. “너희는 이전 일을 기억하지 말며 옛날 일을 생각하지 말라 보라 내가 새 일을 행하리니 이제 나타낼 것이라 너희가 그것을 알지 못하겠느냐 반드시 내가 광야에 길을 사막에 강을 내리니” 우리가 기대할 것은 하나님밖에 없습니다. 성공이든, 실패든 과거의 경험에 얽매이지 말고 하나님께서 행하실 새 일을 기대합시다. 하나님은 광야에도 길을 내시고, 사막에도 강을 내실 수 있는 분입니다. 심지어 홍해를 갈라지게 해서 바다에도 길을 내신 분입니다. 우리 인생에 어떤 상황이 닥칠지라도 그 가운데 길을 내실 하나님을 기대하고 목도하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합니다.
오늘 본문 말씀은 예수님이 죽기 전날 밤 겟세마네에서 기도하신 내용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다면 그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시겠습니까? 예수님은 그 남은 시간을 제자들과 함게 보내셨습니다. 제자들과 유월절 만찬을 하며 그들의 발을 씻겨주었습니다. 그리고 당부의 말씀은 남기신 후 체포되기까지 얼마남지 않은 시간을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셨습니다. 32절입니다. “그들이 겟세마네라 하는 곳에 이르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내가 기도할 동안에 너희는 여기 앉아 있으라 하시고” 겟세마네는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오실 때마다 제자들과 함께 쉬기도 하고 기도도 했던 한적한 곳이었습니다. 겟세마네는 감람산 서쪽 기슭에 위치한 동산으로 예루살렘 성과 성전이 내려다보이는 곳입니다. 겟세마네는 ‘기름짜는 틀’이란 뜻으로 감람산에서 생산되는 감람나무 열매로 올리브유를 짰기에 붙여졌던 이름입니다. 예수님은 이곳에서 기도하셨고, 이후 체포되어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우리 인생의 마지막 관문이 죽음입니다. 예수님은 자신의 죽음을 어떤 과정을 거쳐 받아들이셨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1. 고민의 자리
예수님은 죽음 앞에서 자신의 심정을 이렇게 표현하셨습니다. 33-34절입니다.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을 데리고 가실새 심히 놀라시며 슬퍼하사 말씀하시되 내 마음이 심히 고민하여 죽게 되었으니 너희는 여기 머물러 깨어 있으라 하시고” 예수님이 큰 고민과 슬픔에 싸여 죽을 지경이라고 하였습니다. 이런 예수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예수님은 이미 자신의 죽음에 대하여 여러 번 예고하셨습니다. 그렇기에 예수님답게 죽음을 덤덤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 아닙니까? 예수님이 죽음 앞에서 흔들리시는 것입니까? 하나님의 아들답지 않은 너무 나약한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까?
예수님은 불과 몇 시간 전에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을 하셨습니다. 그 자리에게 긴 설교를 마치시고, 기도한 내용이 요한복음 17장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17:1입니다. “예수께서 이 말씀을 하시고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 이르시되 아버지여 때가 이르렀사오니 아들을 영화롭게 하사 아들로 아버지를 영화롭게 하게 하옵소서” ‘아버지여 때가 이르렀사오니’라는 말로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십자가에서 죽을 때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죽음이 아버지와 아들 예수님이 영화롭게 되는 것이라 하셨습니다. 굉장히 담대하게 제자들을 하나님께 의탁하며 죽음을 맞으시는 기도를 하셨습니다. 조금 전까지 이렇게 당당하셨던 예수님께서 고민하여 죽게 되었다고 하신 것이 의아하게 여겨진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십자가 앞에서 당당했던 모습도, 고민하는 모습도, 모두 예수님의 진실된 모습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이기도 하지만, 우리와 똑같은 성정을 가진 인간이셨기 때문입니다. 우리와 같이 고통과 두려움을 느끼셨습니다. 십자가의 죽음은 가장 극악한 형틀이었습니다. 그곳에서 겪을 죽음의 고통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도 우리와 똑같이 극심한 공포심, 불안감을 느끼셨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예수님의 죽음은 개인적인 죽음이 아니라, 온 인류의 죄를 대신하는 죽음이었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이신데 하나님의 진노인 죽음을 경험해야 했던 것입니다. 이런 것이 예수님에게 매우 고통스런 상황이었습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하나님과 인간, 한쪽으로만 이해하면 안됩니다. 하나님이면서 인간이셨습니다. 그는 십자가의 영광도 보셨지만, 죽음의 두려움도 느끼셨습니다. 하물며 우리이겠습니까? 우리가 아무리 어른이 되고, 성숙했다고 해도 인생의 문제가 가벼울 리 없습니다. 예수님은 자신 앞에 놓인 문제에 대하여 고민하였습니다. 고민하는 것이 신앙없는 모습이 아닙니다. 고민하는 모습은 문제를 직시하는 것입니다. 도피하지 않는 것입니다. “믿습니다! 믿는데 뭘 걱정해. 하나님이 함께 하실거야” 이런 말은 맹목적 믿음이거나 회피일 수 있습니다. 고민의 과정 없는 확신은 도리어 쉽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고민의 과정을 통해서 확신에 이르게 될 때 그것이 힘이 있는 것입니다.
2. 기도의 자리
예수님은 고민의 자리에서 기도의 자리로 옮기셨습니다. 33-34절을 다시 한번 보겠습니다.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을 데리고 가실새 심히 놀라시며 슬퍼하사 말씀하시되 내 마음이 심히 고민하여 죽게 되었으니 너희는 여기 머물러 깨어 있으라 하시고” 그런데 왜 고민하여 기도하는 자리에는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만을 데리고 가셨을까요? 나머지 8명의 제자는 겟세마네 언저리에 남겨두시고, 이 3 제자만 고민하여 기도하는 자리로 대동하신 이유가 뭘까요? 이 세 제자는 변화산에서 예수님이 홀연히 변형되신 모습을 본 제자들입니다. “여기가 좋사오니 초막 셋을 짓고 여기서 삽시다”고 할 정도로 신비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이것은 부활하신 예수님의 영광스런 모습을 잠시 미리 보여준 것입니다. 예수님의 그 영광스러운 모습을 본 제자들에게만 예수님의 고민의 자리에 데려가셨습니다. 그 영광의 자리에 이르기 위해서 고난의 자리가 필수적임을 알려주신 것일까요? 죽음 너머에 있는 부활의 영광을 체험한 제자들이라면 예수님의 고민을 이해하고 함께 기도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신 것은 아닐까요?
예수님께도 예수님의 마음을 이해하고 고민을 함께 할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오늘날 우리에게도 이런 사람이 필요합니다. 주님의 고난에 동참할 수 있는 성숙한 믿음을 가진 성도들을 주님께서는 자신의 고민의 자리로 인도하실 것입니다. 성숙한 신앙은 고민과 고난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도리어 신앙인답게 고민하고 고난받는 자리에 서는 것이 성숙한 신앙입니다.
35-36절입니다. “조금 나아가사 땅에 엎드리어 될 수 있는 대로 이 때가 자기에게서 지나가기를 구하여 이르시되 아빠 아버지여 아버지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오니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하시고” 얼굴을 땅에 대시고 엎드려 기도하셨습니다. 누가복음에서는 예수님이 흘리는 땀이 핏방울처럼 기도했다고 했습니다. 그처럼 간절히 기도한 내용이 무엇입니까? 이 잔을 지나가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이 잔이 무엇입니까? 십자가의 죽음입니다. 이것이 인간적인 예수님의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자기의 뜻대로가 아니라 아버지의 뜻대로 되기를 원한다고 했습니다. 기도는 자기중심적인 마음을 하나님 중심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 하나님의 뜻은 자신이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십자가에서 죽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그 아버지의 뜻 앞에 자신의 뜻을 내려놓고, 포기하는 과정이 예수님의 기도였습니다.
우리는 기도할 때,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 이것이 내가 원하는 바입니다” 여기에서 기도가 끝날 때가 많습니다. 내게 필요한 것을 쏟아놓고 “이제 주님께 맡겼으니 주님께서 이루실 줄 믿습니다”하는 것에서 기도가 끝날 때가 많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주님께 이야기하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도 그렇게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다음이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 아버지가 원하시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 뜻 앞에서 내가 취해야 할 행동은 무엇일까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의 뜻을 주님의 뜻과 일치시키는 것이 더욱 성숙한 기도입니다.
제자들은 깨어 기도하지 못했습니다. 37-38절입니다. “돌아오사 제자들이 자는 것을 보시고 베드로에게 말씀하시되 시몬아 자느냐 네가 한 시간도 깨어 있을 수 없더냐 시험에 들지 않게 깨어 있어 기도하라 마음에는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 하시고” 예수님이 기도하시고 돌아와 볼 때마다 자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간곡한 부탁에도 왜 이들은 잔 것입니까? 그만큼 고민되지 않았기에 기도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런데 잠은 모두 잤는데 왜 베드로만 꼭 찍어서 ‘시몬아 자느냐?’고 하셨을까요? 그것은 아마 겟세마네에 오기 직전에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하신 말 때문일 것입니다. 14:29-30입니다. “베드로가 여짜오되 다 버릴지라도 나는 그리하지 않겠나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이 밤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 베드로는 다 주를 버릴지라도 자신은 주를 버리지 않겠다고 큰소리를 쳤습니다. 그런 베드로에게 예수님은 이 밤이 지나기 전에 네가 3번 나를 부인하리라고 말씀했습니다. 베드로가 예수님의 이 말씀을 마음에 간직했다면 다른 제자는 몰라도 베드로는 깨어 간절히 기도했어야 했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이 잔 이유가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기 때문이라 하셨습니다. 육신의 피로를 이길 만큼 제자들에게는 고민이 되지 않았습니다. 뭘 몰라서 고민하지 않으니 기도하지 않는 것입니다. 어린아이는 고민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간절히 기도하지도 않습니다.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돌아가신다는 것은 제자들에게 큰 문제였습니다. 사실 제자들이 더 크게 고민하고 기도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상황파악이 안된 것입니다.
고민하지 않는 사람은 태평합니다. 고민하되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불안과 우울에 빠집니다. 결국 불안은 왜곡된 선택을 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은 고민거리가 기도하게 합니다. 하나님 아버지께 나아가는 자리로 인도하는 것입니다.
3. 순종의 자리
예수님은 고민의 자리에서 기도의 자리로, 기도의 자리에서 순종의 자리로 옮기십니다. 41-42절의 말씀입니다. “세 번째 오사 그들에게 이르시되 이제는 자고 쉬라 그만 되었다 때가 왔도다 보라 인자가 죄인의 손에 팔리느니라 일어나라 함께 가자 보라 나를 파는 자가 가까이 왔느니라” 3번의 기도를 마치고 예수님은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실 준비가 되었습니다. 침착하고 안정을 찾으신 모습입니다. 고민하시던 모습은 사라지고 참된 평안과 담대함으로 충만한 모습입니다. 모든 것을 하나님 아버지께 맡기고 순종하는 모습입니다. 하나님 아버지께서 계획하신 일은 빈틈이 없고, 비록 십자가에서 죽지만 영광의 부활로 인도하실 것을 믿으며 자신의 삶을 온전히 맡기신 것입니다.
사실 아버지의 손만큼 안전한 곳이 없습니다. 시편 37편 5-6절입니다. “네 길을 여호와께 맡기라 그를 의지하면 그가 이루시고 네 의를 빛 같이 나타내시며 네 공의를 정오의 빛 같이 하시리로다” 우리의 삶을 하나님께 맡기고 의지할 때, 하나님께서 우리의 삶에서 일하시기 시작합니다. 하나님이 일하시는 것이 내가 일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겠습니까?
시편 23:4입니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다닐지라도 하나님께서 함께 하십니다. 때로는 막대기로 치는 것 같지만, 그것이 나를 안전한 길로 인도하기 위함이라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내 삶을 돌보시고 관여하신다는 확신이 있을 때, 우리가 주장하던 바를 내려놓고 순종하는 삶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예수님이 3번 간절히 기도하시고, 순종의 길을 가셨던 것처럼, 바울도 자신의 육체의 가시를 제거해달라고 3번이나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기도의 결과 육체의 가시가 제거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은혜가 얼마나 충만한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고, 도리어 그 육체의 가시가 유익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육체의 가시 때문에 교만하지 않고, 하나님 앞에 더 머물러 있게 되었습니다. 바울의 이런 경험이 고난 속에서도 끝까지 주님을 따라갈 수 있게 했던 것입니다.
오늘 말씀을 통해서도 마중물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고민 – 기도 – 순종으로 이어지는 과정중심의 가치를 발견하게 됩니다. 균형감의 가치도 발견하게 됩니다. 예수님을 하나님이면서 인간이셨습니다. 제자들은 마음의 원함은 있었지만, 육신이 약했습니다. 이런 균형감을 무시할 때, 성경에 대한 왜곡된 관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을 괴롭게 하고, 고민하게 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그것을 가지고 겟세마네로 가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주는 고통을 외면하지 마십시오. 그러나 고민의 자리에만 머물지 않기를 바랍니다. 고민거리가 기도의 재료가 되게 하십시오. 아버지께 나아가 내 원하는 바가 아니라 아버지가 원하시는 바를 발견하고 순종하는 자리로 이어지길 소망합니다. 하나님 아버지께서 예수님을 죽음의 자리에서 부활의 자리로 이끄셨던 것처럼, 번민의 마음이 평안의 마음으로 변하는 것을 경험하시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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