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12:1-11 / 값진 낭비
성경에 여자들의 이름이 자주 언급되지 않는데, 유독 많이 등장하는 이름이 마리아입니다. 마리아의 이름을 가진 세 여인이 예수님의 생애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첫 번째 마리아는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입니다. 예수님의 탄생과 관련된 중요 인물입니다. 두 번째는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나사로의 여동생 마리아입니다. 예수님의 죽으심과 관련된 중요 인물입니다. 세 번째는 막달라 마리아입니다. 이 마리아는 예수님의 부활의 첫 증인이었습니다. 당시는 여성들이 사회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던 시대였지만 예수님 주변에는 이렇게 믿음의 여인들이 많았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 마리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오늘이 종려주일입니다.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입성할 때, 사람들이 호산나 찬송하며 열렬히 환영했습니다. 사람들이 종려나무 가지와 자신들의 겉옷을 예수님 가시는 길에 깔었습니다. ‘호산나!’ ‘우리를 구원하소서!’ 하며 예수님을 왕으로 영접한 것입니다. 이들은 왜 이리도 열렬히 예수님의 입성을 환영했습니까? 자신들을 가난과 로마의 압제에서 벗어나게 해달라 열망한 것입니다. 무엇이 이들로 이런 열망을 가지게 했습니까? 오병이어의 기적을 경험한 이들이 예수님을 왕으로 삼으려 했던 것과 유사합니다. 오병이어의 기적 때는 이들이 떡을 먹었기 때문이고, 예루살렘 입성 때는 죽은 나사로를 살린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빵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죽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분이 왕이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때 열광하는 군중들을 보면서 바리새인들은 ‘이제 끝났다’ 생각했습니다. 12:19입니다. “바리새인들이 서로 말하되 볼지어다 너희 하는 일이 쓸 데 없다 보라 온 세상이 그를 따르는도다 하니라” 이제 민심이 완전히 예수께 넘어갔으니 그를 죽이려는 음모는 이제 쓸 데 없게 되었다고 자포자기하였습니다. 이제 예수님이 주먹을 불끈 쥐고 ‘나를 따르라’ 하면 예수님이 왕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은 죽기 위해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예수님이 열광하는 군중에게 ‘나를 따르라’ 외쳤다면 세상의 왕이 될 수 있었을지 몰라도 하나님 나라의 왕은 될 수 없었습니다. 유대 지도자들에게 승리하실 수는 있었어도 죄와 사망의 권세를 물리칠 수는 없었습니다.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셔야 백성들의 죄를 용서할 수 있고, 그래야 용서받은 자가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 되고 예수님은 그 나라의 왕이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 즉 죽음을 향한 걸음을 예비했던 사람은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던 군중도 아니고, 3년을 함께 했던 제자들도 아니었습니다.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마리아였습니다. 1절입니다. “유월절 엿새 전에 예수께서 베다니에 이르시니 이 곳은 예수께서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나사로가 있는 곳이라” 유월절 엿새 전이란 것은 예수님이 죽기 6일 전이며, 종려주일 전날입니다. 어디에서 일어난 사건입니까? 베다니입니다. 베다니는 집을 뜻하는 ‘벧’이란 말과 가난, 슬픔, 고통을 뜻하는 ‘다니’가 합쳐진 말입니다. 슬픔의 집, 고통의 집이란 이름이 말하듯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살던 동네였습니다. 그런데 이곳이 갑자기 새로운 명소가 되었습니다. 베다니에서 예수님이 죽었던 나사로를 살렸기 때문입니다.
용감한 잔치
바로 그 베다니에서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2절입니다. “거기서 예수를 위하여 잔치할새 마르다는 일을 하고 나사로는 예수와 함께 앉은 자 중에 있더라” 예수님을 위한 잔치였습니다. 나사로가 예수님과 함께 중심인물로 등장하는 것을 볼 때, 나사로를 살리신 예수님께 감사의 잔치를 벌인 것입니다. 그러나 이 잔치는 매우 위험한 잔치였습니다. 나사로가 살아난 사건으로 인해 산헤드린 공회에서 결의한 것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11:53입니다. “이날부터는 그들이 예수를 죽이려고 모의하니라” 유대 지도자들에게 예수님은 눈엣가시가 되었습니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협하는 존재가 된 것입니다. 제거해야 할 블랙리스트에 올렸습니다. 그런데 베다니에서 잔치를 벌이다니 간이 배밖으로 나온 겁니다. 이 잔치 소식은 즉각적으로 예루살렘에 전해졌습니다. 10-11절입니다. “대제사장들이 나사로까지 죽이려고 모의하니 나사로 때문에 많은 유대인이 가서 예수를 믿음이러라” 유월절을 지키기 위해 예루살렘을 찾는 순례객들이 베다니를 거쳐 가는 것이 새로운 순례 코스가 된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죽었던 나사로를 보면서 예수님을 믿었습니다. 이로 인해 나사로도 살생부에 오르게 된 것입니다.
이런 엄중한 분위기에 흥겨운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이 잔치에서 무슨 대화가 오갔겠습니까? 사람들은 나사로가 경험한 죽음에 대해 물었을 것입니다. 나사로는 도리어 예수님께 도대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물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죽음이란 무엇인지, 앞으로 며칠 후에 있을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에 대하여도 말씀하셨을 수 있습니다. 이런 대화가 오가는 잔치 중에 한 여인이 조용히 사고를 쳤습니다. 3절입니다. “마리아는 지극히 비싼 향유 곧 순전한 나드 한 근을 가져다가 예수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털로 그의 발을 닦으니 향유 냄새가 집에 가득하더라” 나드는 히말라야 산맥의 3,000미터 고지에서 자라는 생물로 그 뿌리에 얻은 향유는 매우 값진 것이었습니다. 한근 약 330ml에 300데나리온, 1년치 연봉인 3-4천만원에 해당하는 값 비싼 것이었습니다. 보통 여인들의 결혼자금이었습니다. 이것을 전부 예수님의 발에 부었습니다. 마리아가 향수 사용법을 몰랐던 것입니까? 향수는 스프레이로 조금씩 뿌리거나 한 방울씩 사용해야죠! 마리아는 다 쏟아 부었습니다. 온 잔칫집이 향유 냄새로 가득하게 되었습니다. 값진 향유를 예수님의 발에 부은 마리아는 자신의 머리털로 그 발을 닦았습니다. 발은 사람의 몸 중에 가장 낮은 곳, 가장 더러운 곳입니다. 머리털은 여성의 영광입니다. 사람의 몸 중 가장 하찮은 곳에 자신의 전부라 할 수 있는 향유를 붓고, 자신의 가장 존귀한 머리털로 닦았습니다.
이 잔치는 우리에게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합니다. 이 잔치는 우리가 천국에서 맛보게 될 장면입니다. 나사로는 죽었다가 살아나 예수님과 잔치를 했습니다. 우리도 죽지만 예수님 때문에 주님의 나라에서 깨어나 예수님과 함께 잔치에 참여할 것입니다. 그곳에는 인간 욕망의 냄새가 아닌, 주님으로 인해 감사하고 주님께만 영광을 돌리는 찬양의 향기로 가득할 것입니다. 우리의 모든 영광과 자랑은 오직 주님의 은혜임을 고백하게 될 것입니다. 주님께서 우리로 이 잔치에 참여하도록 십자가의 길을 가신 것입니다.
비겁한 책망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이미 향유는 부어졌습니다. 이를 목격한 유다는 분개했습니다. 4-5절입니다. “제자 중 하나로서 예수를 잡아 줄 가룟 유다가 말하되 이 향유를 어찌하여 삼백 데나리온에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지 아니하였느냐 하니” 가룟 유다는 마리아를 책망했습니다. 삼백 데나리온이면 일년치 연봉인데, 그 돈이면 가난한 사람들을 많이 도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여러분도 그 현장에 있었다면 어떻게 하셨겠습니까? 아마 저를 포함해서 대부분은 마리아의 과격한 행동에 눈살을 찌푸렸을 것입니다. 저 돈이면 선교지에서 의미있게 쓸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 한순간에 날려 버리느냐고 했을 것입니다.
사실 다른 제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마태복음 26:8-9입니다. “제자들이 보고 분개하여 이르되 무슨 의도로 이것을 허비하느냐 이것을 비싼 값에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줄 수 있었겠도다 하거늘” 다른 제자들도 분개했습니다. 그런데 왜 요한은 가룟 유다만 그런 것처럼 기록했을까요? 분개한 동기가 달랐기 때문입니다. 다른 제자들은 정말 가난한 사람들을 생각해서 분개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유다는 말로는 가난한 사람을 거론했지만, 실상은 달랐습니다. 6절입니다. “이렇게 말함은 가난한 자들을 생각함이 아니요 그는 도둑이라 돈궤를 맡고 거기 넣는 것을 훔쳐 감이러라” 가룟 유다가 회계를 맡고 있었습니다. 이왕 예수님께 드릴 것이라면 300데나리온에 팔아서 헌금하면 자신이 챙길 것이 생기기 때문이었습니다. 가룟 유다가 예수님을 얼마에 팔았습니까? 은 30입니다. 은 30이 120데나리온이니 그 두 배 반이나 되는 돈이 눈 앞에서 날아갔으니 분개할 만도 했던 것입니다.
가룟 유다에게 가난한 사람은 핑계일 뿐 떡고물을 원했던 것입니다. ‘껄떡거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공짜 떡을 먹겠다고 남의 것에 기웃거리는 모습을 말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로 3년을 따라 다녔으면서도 여전히 세상의 떡 좀 먹겠다고 의로운 척껄떡거리는 가룟 유다였던 것입니다.
참 대조적입니다. 마리아는 너무 감사해서 그 예수님께 무엇인가를 드리고 싶어서 가장 소중한 것을 드렸습니다. 예수님께 받은 은혜에 비하면 자신이 드리는 것은 너무 초라하다 생각하며 드렸습니다. 유다는 이런 마리아를 책망했습니다. 자신은 드리지 않으면서 남이 드리는 것에 욕심을 내서 책망한 것입니다. 우리가 가룟 유다같은 사람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나는 헌신하지 않으면서 누군가의 헌신을 책 잡아서는 안 됩니다. 더구나 남의 헌신을 자신의 배를 불리는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것을 도둑질하는 것입니다. 가룟 유다는 예수님의 제자로 예수님을 따라다닌 것이 아니었습니다. 자신 욕심을 따라 예수님을 따라다닌 것입니다. 나의 소중한 것을 기꺼이 드릴 만큼 예수님께 감사하고 있습니까? 용감한 여인 마리아를 기억하고 따르는 성도님 되시길 축복합니다.
그것을 간직하게 하라
마리아가 향유를 부을 때 예수님도 어떻게 하셨어야 합니까? ‘네 마음은 충분히 알았으니, 이렇게까지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고 만류하셨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러나 예수님은 막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제자들의 책망에 주눅 들었을 마리아의 편을 들었습니다. 7절입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그를 가만 두어 나의 장례할 날을 위하여 그것을 간직하게 하라” ‘그를 가만 두라’는 것은 ‘마리아를 홀로 있게 하라’는 말입니다. 더이상 괴롭히지 말라, 그녀를 막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예를 들어 사랑하는 가족이 사고로 급히 수술해야 합니다. 그런데 수술비가 없습니다. 적금 해약하고, 집을 팔아 수술비를 마련했습니다. 이런 사람에게 어떻게 남은 가족은 생각하지 않고, 노후는 생각하지 않고 낭비하느냐, 책망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 마리아를 책망하는 것은 마치 이런 것입니다.
예수님은 나의 장례할 날을 위하여 ‘그것을 간직하게 하라’고 하셨습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그것은 향유를 부은 마리아의 마음입니다. 자신의 전부를 드려도 아깝지 않은 예수님을 향한 마리아의 사랑입니다. 마리아의 이 심정을 아십니까? 마리아의 이 마음은 예수님을 닮은 마음입니다. 죄인들을 사랑해서 자신을 아낌없이 준 예수님의 마음입니다. 예수님은 마리아가 자신을 아낌없이 사랑했다는 마음을 간직하도록 하라고 하신 것입니다. 부부의 관계이든,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이든 언젠가는 죽음을 통해 사랑하는 이들과 작별하게 됩니다. 그렇게 떠나보내고 났을 때, 그래도 함께 있을 때 아낌없이 사랑했다는 마음을 간직한 사람은 행복합니다. 예수님은 곧 죽으실 것입니다. 예수님이 안 계시더라도 마리아는 아낌없이 예수님을 사랑한 그 마음을 간직하며 살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은 마리아의 마음을 아셨습니다. 그녀의 아낌없는 사랑을 알아주신 것입니다. 마리아가 예수님의 장례를 준비하겠다고 향유를 붓지는 않았을지 모르지만, 예수님은 마리아의 행동에 가치 부여를 하신 것입니다. 마리아에게 얼마나 힘이 되었겠습니까? 마가복음에서는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14:9입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온 천하에 어디서든지 복음이 전파되는 곳에는 이 여자가 행한 일도 말하여 그를 기억하리라 하시니라” 엄청난 칭찬입니다. 복음이 전해지는 곳마다 마리아가 행한 일을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이 말은 복음이 전해지는 곳마다 이 여인이 높임을 받는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복음이 전해지는 곳마다 이 여인이 행한 것과 같은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뜻입니다. 진정으로 복음이 사람들의 마음에 와닿게 되면 이 여인처럼 그 은혜에 감격하여 자신의 소중한 것을 기꺼이 드리는 일이 일어날 것입니다. 그러면서 마리아의 기억할 것입니다. 마리아를 닮은 이들이 계속 나올 것입니다. 마리아와 같이 기꺼이 자신의 삶을 주를 위해 낭비하는 사람들을 통해 복음은 전해질 것입니다.
‘전능자의 그늘’이란 책이 있습니다. 에콰도르 아마존 유역의 아우카 부족에게 선교했던 짐 엘리엇의 이야기를 그의 아내가 쓴 책입니다. 짐 엘리엇은 시카고의 명문 휘튼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인재였습니다. 짐 엘리엇은 1956년 1월 8일 4명의 동료와 함께 악명 높고 접근하기 어려운 아우카 부족이 사는 곳으로 들어갔습니다. 경비행기로 도착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모두 창에 찔려 순교했습니다. 강에 버려진 채 발견됐습니다. 촉망받던 인재들이 선교지에서 복음을 전해보지도 못하고 목숨을 잃자 당시 시카고의 신문들은 ‘얼마나 불필요한 낭비인가?”라는 제목으로 선교를 비판하는 기사를 썼습니다. 그때 그의 아내 엘리자베스는 “낭비라니오. 내 남편의 죽음은 낭비가 아닙니다. 그는 전 생애를 이것을 위해 준비했던 사람입니다. 바로 이 시간을 위해 살아왔던 사람입니다. 그는 하나님께서 주신 목표를 달성하고 죽은 행복한 사람입니다”이라 말했습니다.
엘리자베스는 간호 훈련을 받고 1년 후 아우카 부족으로 들어갔습니다. 다행히 아우카 부족은 남자만 죽이는 부족이었습니다. 그녀는 5년 동안 그곳에서 생활했습니다. 5년 후 엘리자베스에게 아우카 부족 추장이 물었습니다. “도대체 당신은 누구이기에 이곳에 왔습니까?” 엘리자베스는 “나는 당신들이 5년 전에 죽였던 그 남자의 아내입니다. 남편이 당신들을 향해 가지고 있던 그 사랑을 당신들에게 전하기 위해 다시 온 것입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 후 짐 엘리엇을 죽였던 사람 중에 회심하여 그 지역의 목사가 되었고, 그 목사가 처음으로 침례한 두 사람은 당시 죽었던 선교사의 아들들이었습니다. 그 이후 아우카 부족에는 많은 교회가 탄생했습니다. 짐 엘리엇과 그의 친구들의 죽음은 값진 낭비였습니다. 마리아를 기억하게 하는 일입니다. 주님을 사랑한 마음을 간직하고 사는 성도님들 되시길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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