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6:35-40 / 밥은 먹고 삽시다!
우리는 사순절을 지나고 있습니다. 사순절은 부활절 전 40일을 예수님의 십자가를 묵상하며, 자신을 돌아보며, 경건하게 지내는 절기입니다. 그래서 사순절에는 금식하기도 하는데, ‘밥은 먹고 삽시다!’는 설교 제목은 금식하지 말라는 말로 들릴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무슨 의미인지는 말씀을 통해 함께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사순절 주제의 말씀이라면 마태복음 16:24일 것입니다. “이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 사순절은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을 본받아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르는 삶이 무엇인지 묵상하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십자가를 묵상한다고 하면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예수님만을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르라고 하면 우리도 당장 희생적 죽음을 죽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듭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어느 한순간에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 구원자가 되신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과 동등하셨던 예수님으로서는 이 땅에 오신 것부터 십자가였습니다. 이 땅의 주인이 왔으나 깨닫지도 못하고, 사람들에게 배척당하신 모든 삶의 여정이 십자가였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마지막에 십자가에 달려 죽으심으로 십자가를 완성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의 생애도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가신 과정이었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의 길을 걸으신 것입니다.
그렇기에 제자들에게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고 하신 것입니다. 당장 생을 마감하라는 말이 아니라 자기를 부인하는 죽음을 매일의 삶에서 맛보며 살라는 것입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육신의 죽음에 이르는 것입니다. 이것이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것입니다.
오늘 말씀은 4 복음서 모두에 기록된 오병이어 표적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갈릴리 벳세다에서 하루 종일 자신을 따라 다닌 사람들이 아무것도 먹지 못한 것을 아시고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도 5 천명을 먹이셨습니다. 저에게 떡은 탄수화물 폭탄이라서 멀리하라고 하는데, ‘손이 가네, 손이 가, 자꾸만 손이 가는’ 맛있는 간식입니다. 그러나 당시 이들에게는 주식이었습니다. 밥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들판에서 근사한 식사는 아니어도 배부른 식사를 한 것입니다. 이 사건은 삽시간에 갈릴리 전역에 퍼졌습니다. 이튿날 사람들이 예수님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오병이어가 있었던 벳세다 건너편에 예수님과 제자들이 도착했을 때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이렇게 몰려든 사람들과의 대화 내용 중 예수님이 하신 말씀을 기록한 것이 우리가 함께 읽은 말씀입니다.
생명의 떡 먹기
왜 사람들이 예수님을 찾고, 예수님께 몰려들었겠습니까? 밥을 먹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목적은 예수님을 자신들의 왕으로 삼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이 왕이 되어 매일 오병이어의 기적을 일으키면 자신들의 먹거리가 해결되기 때문입니다. 먹거리만 해결됩니까? 그 떡을 내다 팔면 온 백성이 부유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예수님은 오병이어의 표적을 왜 행하셨습니까? 굶주린 그들이 불쌍했기 때문입니다. 육신의 생명을 위해서 밥을 먹어야 하듯이 영적인 생명을 위하여 하나님이 아들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낸 것을 믿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한 이들은 도리어 예수님을 설득하려 했습니다. 30-31절입니다. “그들이 묻되 그러면 우리가 보고 당신을 믿도록 행하시는 표적이 무엇이니이까, 하시는 일이 무엇이니이까 기록된 바 하늘에서 그들에게 떡을 주어 먹게 하였다 함과 같이 우리 조상들은 광야에서 만나를 먹었나이다” 이 구절은 이런 의미입니다. ‘당신이 하나님이 보내신 사람임을 우리에게 믿도록 하려면 표적을 보여야 하지 않겠냐?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보여야 하나님이 보내신 분으로 믿든가 말든가 하지 않겠냐? 우리 조상들은 광야에서 만나를 먹고 모세가 하나님이 보내신 사람인 줄 믿었다. 그러니 당신도 우리에게 밥을 먹게 해라. 그러면 우리도 하나님이 당신을 보냈다는 것을 믿을께’라고 말한 것입니다.
이들의 논리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또 밥 먹겠다는 것이지, 믿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믿게 하려고 밥을 먹이셨는데, 정작 밥 먹은 자들은 믿음에는 관심이 없고 계속 밥만 먹기 원했던 것입니다. 이들은 육신의 배고픔만 알았을 뿐, 영적 배고픔은 모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35-36절입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는 생명의 떡이니 내게 오는 자는 결코 주리지 아니할 터이요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라 그러나 내가 너희에게 이르기를 너희는 나를 보고도 믿지 아니하는도다 하였느니라” 예수님은 생명의 밥입니다. 육신의 생명을 위해 매일 밥을 먹듯이 영적 생명을 위해 꼭 필요한 양식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밥이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밥 먹는다는 것은 예수님을 믿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은 죄로 인해 하나님과의 관계가 단절되었습니다. 이것을 영적으로 죽었다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이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즉 우리를 영적으로 다시 살리기 위해 아들 예수님을 이 땅에 생명의 양식으로 보내신 것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사람들이 예수님을 보고도 믿지 않았던 것입니다. 육신의 밥에 집착한 나머지 영혼의 밥을 외면한 것입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A sound mind in a sound body)’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건강한 신체가 밑바탕이 되어야 정신도 건강해질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 말이 처음 쓰였을 때는 그런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이 말은 고대 로마 시인 유베날리스가 쓴 시의 한 소절입니다. 당시 육체의 강인함과 아름다움에 집착한 로마인들을 풍자한 말입니다. 육체의 단련만큼이나 정신 수양도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요즘 PT 열풍입니다. 몸 관리, 건강관리에 관심이 높습니다. 그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저도 바쁜 중에도 운동하려 무척 노력합니다. 그만큼 아니 그 이상 우리의 영혼을 위해 노력하자는 것입니다. 생명의 양식인 예수님을 믿고, 가까이해야 합니다. 예수님은 먹기 위해 오신 분이 아니라 먹히기 위해 오신 분입니다. 자신을 밥으로 내주어 우리의 영혼을 살리고 튼튼하게 하시는 분입니다. 아무리 바빠도 밥은 먹고 삽시다!
내 사람 챙기기
예수님께 몰려든 사람들은 ‘나는 생명의 떡이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대화는 계속 평행선을 달렸습니다. 그들은 수군거렸습니다. 세상의 떡에 집착한 나머지 예수님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예수님이 ‘왜 말귀를 못 알아 듣냐’고 화를 내지 않으셨습니다. 지금은 당장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언젠가는 이해하리라 믿고 그들을 대하신 것입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의 목표는 뚜렷했기 때문입니다. 39절입니다. “나를 보내신 이의 뜻은 내게 주신 자 중에 내가 하나도 잃어버리지 아니하고 마지막 날에 다시 살리는 이것이니라” 예수님과 대화하는 이들 중에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맡기신 사람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 사람을 하나도 잃어버리지 않고 다시 살리는 것이 예수님을 보내신 하나님의 뜻이고, 그 뜻을 성취하는 것이 예수님의 목표였습니다. 그렇기에 누구를 대하든 소홀할 수 없었습니다.
예수님이 처음 제자들을 만났을 때를 기억하십니까? 안드레가 예수님을 만난 후 형제 시몬을 예수님께 데려왔습니다. 시몬은 갈릴리의 어부였습니다. 당시 어부의 삶은 고되었습니다. 갈릴리의 분봉왕 헤롯 안티파스는 배의 크기와 그물의 크기에 따라 세금을 부과했습니다. 어부들이 잡은 물고기를 마음껏 팔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일종의 조합을 통해서만 유통시켰고, 그래서 어부들은 헐값에 넘겨야 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뱃사람의 외모가 어떠했겠습니까? 햇볕에 그을리고, 삶의 고단함에 찌들은 모습이었을 것입니다. 그런 시몬을 보고 예수님의 첫 마디가 무엇이었습니까? 요한복음 1:42입니다. “데리고 예수께로 오니 예수께서 보시고 이르시되 네가 요한의 아들 시몬이니 장차 게바라 하리라 하시니라 (게바는 번역하면 베드로라)” 어쩌다 인상이 이렇게 험하게 되었냐 하지 않으셨습니다. ‘너를 게바라 부르겠다’고 하신 것입니다. 게바는 반석이라는 아람어고, 헬라어로는 베드로입니다. 겉모습을 보신 것이 아니라 그를 통해 이루실 하나님의 능력을 보신 것입니다. 아직 견고한 반석은 아니지만 네가 반석 같은 존재가 되리라고 하신 것입니다. 실제로 베드로는 초대교회의 반석 같은 제자가 되었습니다.
안드레가 시몬을 데려온 것처럼 빌립은 나다나엘을 예수님께 초청했습니다. 나다나엘은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나겠냐’고 했습니다. 이렇게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을 만나시면 보통 어떻게 대하십니까? ‘그래 너는 얼마나 잘 낫는데’하는 마음이 들지 않습니까? 1:47입니다. “예수께서 나다나엘이 자기에게 오는 것을 보시고 그를 가리켜 이르시되 보라 이는 참으로 이스라엘 사람이라 그 속에 간사한 것이 없도다”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은 나사렛을 천히 여겼습니다. 근방에 로마 군인들이 주둔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옛날에 동두천에 미군 부대가 주둔해 있었을 때, 동두천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았던 것과 같은 것입니다.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나겠냐는 말을 자신을 멸시하는 말로 듣기보다는 간사함이 없는 참 이스라엘 사람이라 하신 것입니다.
이들 뿐이겠습니까? 거듭나야 함을 어머니 뱃속에 다시 들어갔다가 나와야 하냐고 한 니고데모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셨고, 결혼을 5번이나 하고 이혼했던 수가성 여인을 만나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마리아 땅을 여행하셨던 예수님입니다. 남들의 시선을 피해 정오에 물 길러 온 여인에게 말을 건네며 다가가셨습니다. 이방인 취급을 하던 사마리아 땅에서 그것도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당하는 여인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를 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예수님은 그녀의 영혼의 목마름을 외면하지 않으셨습니다. 이런 사람은 외면해야 더 평판이 좋아집니다. 그렇지만 하나님이 맡기신 사람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이 여인을 만나신 것입니다.
우리는 주변의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습니까? 내가 챙겨야 할 내 사람들이 누구입니까? 우리의 가족이고, 지체들입니다. 더 나아가 예수님처럼 그 이웃이 점점 넓어져 가야 합니다. 그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처럼 상대방의 가능성을 보고, 마음의 진정성을 알아주고, 그 사람에게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이 되시길 축복합니다.
먹을 것 나누기
다시 오병이어의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오병이어의 시작점으로 돌아가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무엇을 원하시는가를 보려고 합니다. 동일한 이야기를 기록한 마태복음 14:16입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갈 것 없다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 제자들은 예수님께 ‘이들이 하루 종일 굶었으니 흩어져 각자 먹을 것을 해결하라고 합시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고 했습니다. 제자들은 황당했을 것입니다. ‘5,00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먹을 것을 주겠습니까? 어림잡아도 소보로 땅 하나에 우유 하나만해도 2,000원씩 5,000명이면 천만원입니다. 돈도 없고, 있어도 그것을 갑자기 어디서 구하겠습니까?’ 반발했습니다. 예수님이 세상 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입니까? 그런데 어떤 일이 일어난 것입니까? 어린아이의 도시락인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먹이셨습니다. 어떻게 먹였습니까? 하나님이 먹이셨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작은 섬김과 헌신이 하나님의 나라에 무슨 도움이 될까를 생각합니다. 이 세상의 거대한 악과 가난과 부조리에 대항하려면 강력한 권력이 필요하고, 수천억의 돈이 필요하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께 다 떠넘깁니다. “하나님! 당신의 능력으로 역사하소서!” 그러나 주님이 원하시는 것은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는 것입니다. 그때 주님께서 역사하시는 것입니다.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르는 삶은 내 생각과 내 판단을 유보하고 예수님의 삶의 방식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아무리 바빠도 영혼의 양식되신 예수님을 먹읍시다! 예수님의 삶을 묵상하고 배워야 예수님처럼 내게 맡기신 사람들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자녀들을 야단칠 때, 어떻게 하십니까? 집에 CCTV 설치하고, 야단치는 말을 녹음하고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죽었던 자기가 살아나서 설치는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자녀들이 혼란스러운 것입니다. 예수님 믿고 자기 십자가에서 죽었다는 사람의 모습이 맞나 싶은 것입니다. 그래서 자녀들이 교회로부터 멀어질 수 있습니다. 가족만이 아니라 매일의 삶에서 만나는 사람들, 때로는 잠시 스쳐가는 사람이라도 그 사람을 주님의 태도로 대하려 하시기 바랍니다. 그런 작은 태도 하나하나가 섬김이며, 헌신입니다. 그렇게 주님을 따라 살아갈 때, 하나님께서 오병이어와 같은 역사를 이루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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