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11:27-30 /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2023년 마지막 날, 마지막 주일입니다. 1년, 12달, 365일, 8,760시간을 쉼 없이 빼곡히 채워가며 달려왔습니다. 힘들었던 순간, 막막했던 순간, 당황스런 순간, 기쁘고 보람되었던 순간, 다양한 순간들로 채워진 한 해였을 것입니다. 한 해를 돌봐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의 박수를 돌립시다. 또한, 한 몸을 이룬 지체로 곁에서 기도해주고 응원해준 형제자매들께 감사의 인사를 나눕시다.
오늘은 한 해를 결산하는 날입니다. 한 해를 잘 결산해야 새해를 잘 계획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성도는 한 해의 시간을 어떻게 결산해야 하는 걸까요? 기뻤던 일과 슬펐던 일이 얼마나 많았나, 잘했다 칭찬받을 일과 잘못해서 책망받을 일이 얼마나 많았나, 얼마나 열심히 예배하고 봉사했나를 통해 결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기뻤던 일이든, 힘들었던 일이든, 칭찬받을 일이든, 책망받을 일이든, 그 순간순간을 어떻게 지냈는가를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리 힘들고 막막했던 순간이더라도 주님의 도움을 구하며 주님과 함께 했다면 충성된 시간으로 결산될 것이고, 아무리 기쁘고 즐거웠던 순간이 많았더라도 그 자리에 주님이 안 계셨다면 빼앗긴 시간으로 결산될 것입니다.
우리가 지난 1년, 12달, 365일, 8,760시간 중 몇 날, 몇 시간을 충성되게 살았든, 얼마의 시간을 빼앗기고 살았든, 하나님은 은혜로 우리에게 또 1년, 12달, 365일, 아니 새해는 366일, 8,784시간을 주십니다. 리셉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와 용기를 주십니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인생의 마지막 날에 총결산하는 시간이 있을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때 ‘주님이 주신 시간과 기회를 이렇게 채웠습니다. 주님이 주신 재능과 물질을 이렇게 사용했습니다’ 겸손하지만 당당하게 고백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1.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한 때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카피 문구가 유행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의 마음에 있는 쉼과 여행에 대한 욕구를 자극한 것입니다. 예수님도 우리의 쉼에 대한 욕구를 자극하시는 카피 문구를 말씀하셨습니다. 28절입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많은 사람이 이 구절을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모두 짐 진 자처럼 힘들게 살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우리 인생들을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이라 부르셨습니다.
누구도 예외가 없습니다. 학생들은 학업의 짐에 고통스러워 합니다. 학업을 마치고 좋은 직장에 가도 내 집 하나 마련하려면 십 수년을 쓰지 않고 절약해도 어려운 현실의 짐을 청년들이 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결혼도 않겠다, 애도 낳지 않겠다하고, 영끌을 했다가 더 큰 짐에 시달리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런 시기를 잘 넘겨 그래도 경제적 안정을 이룬 이들은 짐이 없습니까?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하면서 건강의 짐을 지고, 인생의 노년에 접어들면서 허전함의 짐을 지고 있습니다. 누군가 지운 짐도 있고, 스스로 진 짐도 있습니다. 건강의 짐, 물질의 짐, 도덕의 짐, 미래의 짐을 지고 살아갑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에 누구도 예외는 없습니다.
그래서 쉼이 필요하고, 쉼을 원합니다. 금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수면 장애환자가 28% 증가한 110만명이라고 합니다. 저도 새벽기도가 없는 날은 늦잠을 자고 싶은데, 4시면 눈이 떠집니다. 때로는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를 하다가도 이번 주에는 무슨 설교를 할까, 어떻게 해야 우리 성도들이 하나님을 더 깊이 체험할 수 있을까, 생각에 빠지게 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안에 뾰족한 답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또 그 자리에 머무는 것이 목사의 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주님께서 이런 우리를 초청하십시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금년 한해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모두에게 주님으로부터 오는 쉼이 있으시길 축복합니다.
2. 다 내게로 오라!
주님께서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에게 쉼을 주시기 위해 요구하신 것이 무엇입니까? 다 내게로 오라는 것입니다. 그 짐에서 벗어나려고 다른 사람, 다른 것 찾지 말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수고와 고단함이 어디로부터 왔는지를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짐은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졌기 때문에 시작된 것입니다. 최초의 인간이 하나님의 말씀에 불순종하여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졌기에 땀 흘려 일해야 하는 수고가 시작되었고, 해산의 고통이 시작되었습니다. 죽음이 찾아왔습니다. 죄의 짐, 종의 멍에를 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인생의 무거운 짐이 우리 때문에 시작되었다 할지라도 주님은 우리를 외면하지 않으시고 우리에게 쉼을 주려고 찾아오신 것입니다. 이사야 53:5-6입니다.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 때문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라 그가 징계를 받으므로 우리는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으므로 우리는 나음을 받았도다 우리는 다 양 같아서 그릇 행하여 각기 제 길로 갔거늘 여호와께서는 우리 모두의 죄악을 그에게 담당시키셨도다” 우리가 평화를 누리고, 우리가 나음을 얻게 하려고 이 땅에 오셔서 십자가를 지신 것입니다. 그렇기에 주님을 찾을 때 쉼이 찾아옵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영접하여 하나님의 자녀가 된 것은 변치 않는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습니다. 그럼 신앙조차 짐스럽게 되는 것입니다. 당시 예수님의 이 초청을 들은 자들은 유대인이었습니다. 당시 유대인들이 메고 있었던 멍에, 무거운 짐이 무엇이었습니까? 율법의 짐이었습니다.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이 가르친 613가지의 계명을 지키느라 허덕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혹여나 율법을 범하여 벌을 받을까 노심초사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안식을 위해 안식일 계명을 주셨지만, 그들은 안식일을 범할까봐 안식없는 안식일을 지켰습니다.
우리도 혹시 이렇게 신앙생활하지 않나 돌아보아야 합니다. 주님으로부터 멀어지면 유대인처럼 하나님의 말씀을 오해합니다. 우리에게 주일성수하라고 하시는 것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벌주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가 예배의 기쁨을 누려야 세상을 이길 힘을 얻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십일조를 하도록 하신 것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있는 것도 빼앗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로 물질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우리로 봉사하게 하는 이유는 그 안에 섬김의 기쁨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민감한 내용은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하지 않습니까? 글이나 전화는 정보는 전달되지만, 감정이나 뉘앙스까지 전달되지 않기에 오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주님과의 관계도 그렇습니다. 예수님께 가까이 다가가야 합니다. 27절입니다. “내 아버지께서 모든 것을 내게 주셨으니 아버지 외에는 아들을 아는 자가 없고 아들과 또 아들의 소원대로 계시를 받는 자 외에는 아버지를 아는 자가 없느니라” 하나님께서 아들 예수님께 모든 것을 주시고, 그 아들을 우리에게 보내셨습니다. 우리와 가깝게 소통하기 위함입니다. 멀리 계신 하나님이 아니라 우리 가운데 계신 하나님입니다. 그래서 그 아들 예수님을 통해서 하나님의 마음을 알고 오해하지 않고 순종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주께로 가야 합니다. 힘들고 막막하고 안개 속을 걷는 것처럼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을 때, 주님을 찾으십시오. ‘주님! 오라고 하셨죠? 주님! 주님께 맡깁니다. 주님! 인도해주세요’ 간구하시며, 주님 앞에 머무르시기 바랍니다.
3.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주님께 가서 우리의 무거운 짐을 맡기면 우리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편히 쉬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수님이 ‘내게로 오라’고 하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29-30절입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리하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 이는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 하시니라” 예수님의 멍에를 메고 배우라는 것입니다.
무거운 짐 때문에 예수님께 갔더니 또 멍에가 있습니다. 멍에는 속박처럼 느껴지기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습니다. 그런데 ‘멍에’는 ‘연결하다’ ‘연합하다’는 의미입니다. 당시 널리 사용되었던 농사 도구였습니다. 어른 소와 어린 소를 세트로 묶어주는 도구가 멍에입니다. 어린 소가 노련하고 힘센 어른 소의 영향을 받아서 멍에 메고 농사하는 것을 배우는 것입니다. 이것이 신앙생활입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로서 예수님께 가면 그 짐이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물질의 짐, 자녀의 짐, 건강의 짐, 미래의 짐이 그대로 있을 수 있습니다. 대신 우리의 모든 짐을 지셨던 주님이 함께 지는 것입니다. 내 방식대로가 아니라 주님의 방식대로 짐을 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께 멍에 메는 법을 배우게 되면 짐이 가벼워지고, 쉼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주님의 멍에를 메면 자유하게 되고, 주님의 멍에를 벗으면 종이 되는 것입니다. 역설적 신비입니다. 온유하고 겸손하신 예수님께서 친히 자신의 삶을 통해 이를 입증하셨습니다. 우리를 자유하게 하기 위해 십자가의 멍에를 메셨습니다. 그리고 부활하셨습니다. 죽으면 산다는 것을 보여주셨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삶이 더 짊어지기 쉬운 짐입니다. 원한으로 가득찬 마음보다는 온유함으로 용서하는 마음이 더 지기 쉬운 멍에입니다. 높아지려는 교만보다는 겸손이 더 쉬운 짐입니다. 예수님을 닮은 온유와 겸손만이 더 높아지고, 더 강해지고, 더 많이 가지려는 이 세상의 짐에서 벗어나는 길입니다. 오직 예수님께 가서 예수님의 온유와 겸손의 멍에를 배우는 것만이 우리 삶에 쉼을 줄 수 있습니다.
저도 새해에는 나이 앞자리가 바뀝니다. 1990년 26살의 나이에 캠퍼스 사역을 하겠다고 사역자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심히 염려되었지만, 함께 하실 것을 믿고 시작했습니다. 캠퍼스 사역을 하다가 나이를 먹어 가면서 결혼을 해야겠고, 하고 싶은데, 용기가 없었습니다. ‘사실 나도 지기 힘든 짐인데 감히 누구에게 함께 지자고 할 수 있을까?’ 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눈먼 사람을 만나 결혼했는데, 안했으면 큰일 날뻔했습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도 과연 부모노릇할 수 있을까 했는데 기우였습니다. 저와 멍에를 함께 져주신 주님 덕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있고, 져야 할 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젠 염려하지 않습니다.
에벤에셀의 하나님이 생각났습니다. 사무엘상 7:12입니다. “사무엘이 돌을 취하여 미스바와 센 사이에 세워 이르되 여호와께서 여기까지 우리를 도우셨다 하고 그 이름을 에벤에셀이라 하니라” 당시 이스라엘은 블레셋에 의해 고통당하고 있었습니다. 이스라엘은 어리석게도 하나님의 법궤를 앞세워 나가 싸웠다가 법궤마저 빼앗겼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법궤는 돌아왔지만, 블레셋이 또 쳐들어왔습니다. 그때 사무엘이 백성들을 미스바로 모았습니다. 회개하고 주님께 가까이 갔습니다. 그러자 하나님께서 큰 우레를 발하여 승리하게 하셨습니다. 블레셋의 멍에에서 벗어나게 하셨습니다. 그때 돌을 취하여 세우며, ‘여호와께서 여기까지 우리를 도우셨다’고 하면서 ‘에벤에셀’이라 했던 것입니다. 에벤에셀의 하나님이 우리를 여기까지 이르도록 도우셨습니다. 여기까지 온 것이 어디냐며 주저앉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 가서 주님의 멍에를 메고 배워서 더 멀리, 더 깊은 곳까지 나아가는 새해가 되시길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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