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15:9-17 / 나의 사랑 안에 거하라
2009년 1월 10일 토요일 저녁에 7명의 형제 자매가 모여 기도회를 하면서 마중물교회가 태동되었습니다. 이때 매주 토요일 각 가정을 순회하며 예배를 드리기로 하고, 모이는 가정의 형제가 예배를 인도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2월 8일 하기소닉 2층 회의실에서 11명이 참여한 가운데 감격적인 첫 공식 주일예배를 드렸습니다. 초기에는 성도들이 돌아가며 말씀을 전하기도 했고, 강사를 초대하여 말씀을 듣기도 했습니다. 그 해 말 이상웅 목사를 초대 담임목사로 청빙키로 결정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런 내용은 마중물교회 홈페이지 ‘우리들 이야기’ 게시판 앞쪽에 있는 ‘마중물 태동이야기’를 읽으시면 좀 더 자세히 아실 수 있습니다. 마중물교회는 목회자에 의해 개척된 교회가 아니라 성도들의 자발적 운동으로 시작된 교회입니다. 마중물의 가치 중의 하나인 ‘자원함’이 교회의 중요한 동력의 하나임을 잊지 마시고, 모든 지체가 참여함으로 교회를 세워가길 소망합니다.
하기소닉에서 10년을 거쳐 만년동에서 5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15년을 돌아보면 하나님의 은혜였음을 고백하게 됩니다. 또한 고비 고비마다 헌신하고 기도한 성도들의 수고가 있었음을 기억합니다. 15년이란 시간을 채워주신 하나님과 성도들께 감사드립니다.
개인의 삶도 뒤돌아보면 여기까지 온 것이 감사할 뿐이지만, 미래를 바라보면 걱정이 앞설 때가 많습니다. 한국교회나 마중물교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까지도 하나님이 인도하셨는데 뭘 걱정하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앞으로도 인도하시길 기도합니다. 그러나 예상되는 일에 대하여 고민하고 하나님께 지혜를 구하여 순종하는 것이 더 적극적으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생일 축하의 자리이지만, 앞으로의 15년을 더욱 건강한 교회로 세워가기 위해 고민하고 헌신하는 자리도 되기를 원합니다.
1. 직면한 문제들
세계는 지금 성장을 기반으로 한 팽창사회에서 수축사회로 접어들었다고 합니다. 그 현상은 사회 전반에서 많이 경험하고 있을 것입니다. 한국교회도 예외는 아닙니다. 특히 코로나를 거치며 그 변화의 양상이 더욱 뚜렷해졌습니다. 최근 전문적인 리서치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한국교회 트렌드’라는 책이 발간되었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한국교회 트렌드를 몇 가지만 소개하겠습니다.
첫째는, 플로팅 크리스찬(Floating Christian)입니다. 떠도는 그리스도인이란 말입니다. 그리스도인이란 정체성을 가졌지만, 교회는 안 다니는 가나안 성도와는 좀 다른 의미입니다. 플로팅 크리스찬은 어느 한 곳에 깊은 소속감을 갖지 않고, 필요에 따라 교회를 쉽게 옮길 수 있고, 온라인, 오프라인을 떠도는 성도를 말합니다.
둘째는, SBNR(Spiritual But Not Religious),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영적인 생활은 중요하게 여기지만 종교의 부패한 모습이 싫어 종교적 형식이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반대로 RBNS, 종교적이지만 영적이지 않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셋째는, 하이브리드 처치(Hybrid Church)입니다. 코로나로 온라인 예배가 활성화되면서 설교를 잘하는 교회의 온라인 예배는 수십만의 구독자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양쪽에 사역의 중점을 두는 교회가 늘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효율을 추구하고, 오프라인에서 의미와 경험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넷째는, 몰라큘 라이프(Molecule Life)입니다. 문자적으로는 분자적 삶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코로나 이후 사람과의 관계가 많이 약화되었습니다. 개인주의적 현상이 심화되었습니다. 과거에는 동호회 활동이 뒤풀이를 위한 모임이었는데, 요즘은 뒤풀이 모임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최소한의 모임만을 추구하는 삶으로 바뀌었습니다.
다섯째는, 엑티브 시니어(Active Senior)입니다. 요즘 시니어 계층은 과거와는 달리 은퇴하여도 여전히 건강하고 재력도 있는 이들이 많습니다. 또한 이들은 주도적이고 책임성이 강한 성향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작년에 시도한 펀펀한 모임이 이런 성향을 반영한 엑티브 시니어들의 모임이 아닐까 싶습니다.
책에서는 더 많은 트렌드를 소개하고 있지만, 대표적인 것 5가지만을 소개했습니다. 어떠신가요? 공감이 가십니까? 이런 트렌드는 교회의 주축을 이루는 5060 세대보다는 3040 세대에서 더욱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3040 세대와 기존 세대가 추구하는 신앙적 기준도 차이가 있습니다. 좋은 신앙의 모습을 과거에는 주일성수 잘하고, 교회에 헌신 봉사하는 모습에서 찾았다면, 요즘은 개인적 성품과 영향력에서 찾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존 세대는 신비한 은사를 경험하는 것을 영적 체험이라 생각했는데, 3040 세대는 의미있는 깨달음을 영적 체험으로 여긴다는 것입니다. 이런 차이에서 오는 갈등으로 3040 세대가 교회를 떠나고 있습니다. 낮은 출산율에 더하여 이들의 빈자리는 자연스럽게 그들의 자녀 세대인 교회학교 감소의 주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한국교회만이 아니라 마중물교회가 직면한 현실입니다. 이런 경향을 무시한다면 교회는 고립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경향을 사역에 반영하려면 변화가 불가피합니다. 사람들은 변화를 싫어하고 거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꼭 필요한 변화라면 기꺼이 주도적으로 받아들여 가기를 소망합니다.
2. 제자공동체가 직면한 문제
오늘 본문 말씀에 등장하는 제자공동체도 큰 문제에 직면해 있었습니다. 오늘 말씀은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으시기 전날 밤이었습니다. 제자들은 가족을 떠나 3년 반을 한솥밥을 먹으며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예수님이 예루살렘을 입성할 때, 온 백성들이 열광하자 드디어 따라다닌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갑자기 제자들을 떠나신다고 이별 통보를 하신 것입니다. 아니 이 타이밍에 죽음이라니 무책임할 뿐 아니라 황당한 소리였습니다. 제자들은 ‘우리가 누구 때문에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와서 죽다니 이게 왠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가’ 했을 것입니다. 누가 크냐고 매번 싸우는 제자들인데 예수님이 없다면 금방 와해될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 없는 제자공동체는 앙꼬없는 찐빵입니다.
예수님은 위기에 놓인 제자공동체를 위하여 말씀하셨습니다. 9-10절입니다.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 같이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으니 나의 사랑 안에 거하라 내가 아버지의 계명을 지켜 그의 사랑 안에 거하는 것 같이 너희도 내 계명을 지키면 내 사랑 안에 거하리라” 위기의 공동체를 위한 예수님의 처방은 ‘나의 사랑 안에 거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예수님의 사랑 안에 거했기에 제자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위기와 변화의 순간에도 예수님의 사랑 안에 거하는 것만이 제자공동체의 살 길이라 하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이 떠나시고 없는 중에도 그 사랑 안에 거하는 길이 무엇입니까? ‘내 계명을 지키면’입니다. 제자들이 예수님의 사랑 안에 거하기 위해 지켜야 할 예수님의 계명이 무엇입니까? 12절입니다. “내 계명은 곧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하는 이것이니라” 예수님이 제자들을 사랑한 것 같이 제자들도 서로 사랑하라는 것이 예수님의 계명입니다.
그럼, 예수님은 제자들을 어떻게 사랑하셨습니까? 15절입니다. “이제부터는 너희를 종이라 하지 아니하리니 종은 주인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라 너희를 친구라 하였노니 내가 내 아버지께 들은 것을 다 너희에게 알게 하였음이라” 당시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주와 종의 관계와 같았습니다. 스승의 결정을 종은 따르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스승이 말해주기 전에는 앞으로 어떤 일이 있을지 알지도 못했습니다. 제자들이 예수님을 따라다닌 지난 3년도 예수님이 주도권을 가지고 이끌었습니다. 이제 예수님은 제자들을 친구로 삼아 하나님의 모든 비밀을 알려주고 계십니다.
예수님은 친구에게 자신의 사정과 마음을 나누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는 것은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는 길이 아니라, 친구를 향한 자발적이고 진심어린 사랑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자신이 떠나고 남은 제자공동체가 이런 친구의 사랑을 하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누가 크냐고 다투는 제자들에게 스승이 친구가 되어 기꺼이 자기 목숨까지 주는 사랑을 실천하신 것입니다. ‘너희가 이렇게 서로 사랑하면 나의 사랑 안에 거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눈이 안보이는 부재중에도 예수님의 사랑 안에서 사는 길은 바로 친구의 사랑으로 서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3. 친구의 사랑
예수님의 죽음으로 와해 위기에 직면했던 제자공동체가 친구의 사랑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끈끈한 초대교회를 이루어 선교공동체로서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교회와 마중물교회가 처한 상황에도 예수님이 말씀하신 친구의 사랑이 필요합니다. 장유유서로 대변되는 수직적 관계가 익숙한 한국문화에서 서로의 상황을 알고, 존중하고, 격려하고, 섬기는 친구의 관계를 형성해야 합니다.
마중물교회도 어느덧 5060 세대가 주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3040 세대가 약합니다. 이대로 또 10년이 지나면 6070 세대가 주축이 되고, 교회학교는 더욱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다고 나이를 거꾸로 먹을 수도 없고, 억지로 젊은 세대를 데려올 수도 없습니다. 방법은 세대를 어우를 수 있는 친구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젊은 세대가 와도 어색하지 않고, 자신들의 생각과 가치가 존중받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또한 젊은 세대는 어른 세대의 수고와 헌신을 존중하고, 그분들의 방식을 인정해야 합니다. 세대간의 차이를 틀렸다 하지 않고, 다르게 보고 왜 다른지 서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친구가 되고, 친구의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중요한 것이 소그룹입니다. 마음을 터놓고 대화할 수 있고, 자신의 고민과 연약함도 드러낼 수 있고, 감싸 안을 수 있는 적절한 범위가 소그룹입니다. 마침 오늘부터 목장 편성을 하게 됩니다. 마중물교회 목장모임이 친구가 되고, 친구의 사랑을 실천하는 소그룹이 되길 소망합니다.
목자 회의를 통해서 목장 편성과 관련된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비슷한 환경의 사람들끼리 편성해야 한다, 과거처럼 제비뽑기로 무작위로 편성해야 한다, 다양한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하나 틀렸다 할 수 없고, 무시할 수도 없었습니다. 저마다의 사정이 있고, 명분도 있었습니다. 최대한의 의견을 수렴하여 목장을 편성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편성된 목장안에서 친구의 사랑을 실천함으로 ‘주님의 사랑 안에 거하는 마중물교회가 되길 원합니다. 또한 기존의 목장 외에도 흐르는 물처럼 모든 성도가 서로 교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려고 합니다.
13절입니다.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나니” 예수님께서 우리를 친구 삼아주셨고, 우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심으로 친구 사랑을 실천하셨습니다. 전 세대가 친구처럼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교회, 친구 사랑을 실천하는 교회로 앞으로 또 10년, 20년을 건강하게 이어가는 마중물교회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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