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 22:24-30 / “누가 크냐?”
창립 15주년을 앞두고 지난주부터 마중물교회의 7가지 가치에 대하여 말씀을 나누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과정 중심’의 가치를 하나님께서 ‘다윗의 나라’를 세우는 과정을 통해 보았습니다. 기도로 하나님께 묻고 시작했고, 조급하거나 서두르지 않고 훈련과 연단의 과정을 거쳤고, 사람을 놓치지 않고 포용하며 나라를 세워갔음을 보았습니다. 하나님께서 다윗의 나라를 세우셨던 과정은 오늘날에도 하나님의 일하심에 나타날 것입니다. 이번 주에는 ‘종의 도’의 가치에 대하여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한 성도의 아버님의 임종예배를 인도한 적이 있습니다. 참 굴곡진 삶을 살았고, 가족간의 아픔과 상처도 많은 가정이었습니다. 그래도 감사했던 것은 임종의 시기를 예측할 수 있어서 가족들이 함께 예배드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가족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간단히 예배를 인도하고, 임종하는 분께 하고 싶은 말을 하도록 했습니다. 가족들은 고맙다, 사랑한다는 말을 했고, 떠나시는 분은 기력이 없어서 말을 하지 못했지만,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습니다. 참 엄숙한 시간이었습니다. 죽음은 살아서 해결못한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만약 임종을 앞둔 자리에서 형제간에 유산상속 문제로 다투었다면 어떨까요? 돌아가시는 분에게 고통을 더하는 짓입니다. 오늘 본문이 그런 광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때는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기 전날 밤입니다. 마지막 유월절 만찬을 나누셨습니다. 예수님 스스로 자신의 임종예배를 인도하신 것입니다. ‘이 떡은 너희를 위하여 주는 내 몸’이라고 하시면서 주님이 다시 올 때까지 이를 기념하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이런 자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입니까? 24절입니다. “또 그들 사이에 그 중 누가 크냐 하는 다툼이 난지라” 예수님이 죽음을 앞두고 유언과도 같은 말씀을 나누는데, 제자들은 누가 크냐는 문제로 싸웠습니다. 주님의 마음이 참 착잡했겠다 싶습니다.
1. 세상 나라의 가치
그렇다면 왜 마지막 만찬의 자리에서 누가 크냐는 다툼이 일어났을까요? 그것은 아마 예수님이 이 말씀을 하셨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21절입니다. “그러나 보라 나를 파는 자의 손이 나와 함께 상 위에 있도다” 예수님과 함께 떡을 먹었던 사람중의 하나가 예수님을 팔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제자들은 이 말에 ‘나는 아니다. 나는 누구보다 예수님에 대한 충성심이 높다’고 하며 ‘내가 너보다 낫다’는 경쟁으로 발전한 것 같습니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결국은 누가 크냐는 문제로 이어진 것입니다.
24절입니다. “또 그들 사이에 그 중 누가 크냐 하는 다툼이 난지라” ‘또’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누가 크냐’는 다툼은 이번만이 아니었습니다. 제자들안에 계속되었던 문제였습니다. 발단이 무엇이든 결국은 이 문제가 튀어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짜증이 나실 만도 했습니다. 3년이나 함께 했는데, 지금 임종을 앞둔 자리인데, ‘또 누가 크냐고 싸우냐?’ 버럭 화를 내실 만도 한데 그러지 않으셨습니다. 안 싸우는 형제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나 이제 예수님은 떠나실 것이기에 누가 크냐 싸우는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25-26절입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이방인의 임금들은 그들을 주관하며 그 집권자들은 은인이라 칭함을 받으나 너희는 그렇지 않을지니 너희 중에 큰 자는 젊은 자와 같고 다스리는 자는 섬기는 자와 같을지니라”
예수님은 먼저 세상의 가치관을 이야기하셨습니다. 세상에서 지도자가 되려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힘, 권력을 얻어야 사람들을 주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의 지배를 받기보다는 다른 사람을 지배하며 살려고 높은 자리에 올라가려는 것입니다. 이런 집권자들이 은인이라 칭함을 받는다고 했습니다. 무슨 말입니까? 실제로는 사람을 자기 마음대로 부리면서도 밖으로는 선을 베푸는 은인으로 칭함받으려 했다는 것입니다. 달콤한 정책으로 백성들에게 수혜를 제공하는 은인으로 불려지고 싶었다는 것입니다. 정치가들이 실제로는 자신의 이권을 챙기면서도 마치 서민을 위한 정책을 시행하는 것처럼 포장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이것이 세상 나라의 모습입니다.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쾌감을 즐기면서도 동시에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으려 하는 것입니다. 사람들 위에 군림하면서 욕을 먹든지, 아니면 군림하는 일을 포기하고 섬김으로 존경을 받든지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는 것입니다. 그러니 위선과 외식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리스도인에게도 이런 욕망이 있다는 것입니다. 목사인 제가 한마디하면 교회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면 좋겠습니다. 그러면서도 인격적인 목사란 말을 듣고 싶습니다. 이런 우리의 마음을 성찰하지 않으면 세상 지도자와 다를 것이 없게 되는 것입니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되다’고 하셨지만, 저는 아직도 주기보다 받기를 좋아하고, 섬기기보다 섬김받기를 좋아합니다. 하나님 나라 백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세상 나라의 가치를 따라 사는 우리의 모습을 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부모가 ‘공부해서 남주냐, 다 너 잘되고, 편하라고 하는거야’라고 말하는 것 아닙니까? 기도해도 ‘머리가 될지언정 꼬리가 되지 않게 하옵소서’ 간구하지 않습니까?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세상의 가치관이 뿌리 깊이 내려져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주님은 ‘너희는 그렇지 않을지니’라고 하셨습니다. 세상 나라의 가치를 따르지 말고,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따르라고 하셨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큰 자가 젊은 자와 같다고 했습니다. 큰 자란 젊은 자의 반대니 나이가 많은 자를 말합니다. 예수님께서 나이파괴를 말씀하신 것입니까? 나이가 많다는 것만으로 젊은 자에게 이래라 저래라 주장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어른이지만 주장하지 않는 것이 자기부인입니다. 누군가를 섬길 수 있다는 것은 그 사람이 크다는 증거입니다. 힘들더라도 주장하지 않고,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섬기는 자로 사시길 바랍니다. 비록 세상 나라에 살지만,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따라가는 성도님들 되시길 축복합니다.
2. 섬김의 실천
예수님은 다투는 제자들에게 ‘섬기는 자가 되라’고 말씀으로만 가르치지 않으셨습니다. 27절입니다. “앉아서 먹는 자가 크냐 섬기는 자가 크냐 앉아서 먹는 자가 아니냐 그러나 나는 섬기는 자로 너희 중에 있노라” 세상 가치관으로는 앉아서 대접받는 자가 큽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섬기는 자로 너희 중에 있다고 하셨습니다. 같은 사건을 다루고 있는 요한복음 13장에서는 예수님이 이 유월절 식사 자리에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것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손님을 시중드는 종들 중에서 가장 비천한 종이 하는 일이 발씻기는 일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섬기는 자가 되라고 말씀하셨을 뿐아니라 친히 섬기는 자로 제자들의 발을 씻긴 것입니다.
마태복음 25장에는 양과 염소의 비유가 있습니다. 이 비유에 의하면 양과 염소로 구분하는 기준이 무엇이었습니까? 예수님이 주릴 때 먹을 것을 주고, 목마를 때 마시게 하고, 나그네 되었을 때 영접하였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하나님의 나라를 상속한 양에 속한 자나 영벌에 처해진 염소에 속한 자나 동일하게 한 질문이 무엇이었습니까? 우리가 언제 그렇게 했냐는 것이었습니다. 양에 속한 자도 우리가 언제 주님을 먹이고 섬겼느냐고 했고, 염소에 속한 자도 우리가 언제 주님을 섬기지 않았느냐고 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이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25:40입니다. “임금이 대답하여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하시고”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행한 것이 곧 주님께 한 것입니다. 지극히 작은 자라는 것은 돌아올 것이 없는 자입니다. 돌려받을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사람이 지극히 작은 자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섬김을 통해 새 생명을 얻은 사람입니다. 우리가 주님께 감사하며 주님을 섬길 수 있는 방법은 지극히 작은 자를 섬기는 것입니다. 돌려받을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사람에게 나의 삶을 나누어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간암 절제술을 한 장기려 박사라고 있습니다. 장로였던 그는 부산에서 피난민들이 많았던 동네에서 복음병원을 세워 원장으로 있었습니다. 이 병원이 후에 고신의료원이 되었습니다. 그에 대한 몇가지 일화들이 있습니다. 하루는 한 사람을 진료했는데 영양실조였답니다. 그는 처방전을 써서 주며 약제실로 가라고 했습니다. 그 처방전에는 ‘닭 두 마리 값을 이 사람에게 주시오’라고 쓰여 있었다고 합니다. 한번은 입원환자가 퇴원을 해야 하는데 돈이 없었습니다. 원장인 장기려 박사를 찾아가 사정을 했습니다. 장기려 박사는 돈이 없으면 병원에서는 퇴원이 안된다고 하면서 한 가지 방법이 있다고 가르쳐주었습니다. 밤에 도주를 하라는 것입니다. 자기가 오늘밤 뒷문을 열어줄테니 도망가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도망가는 사람의 손에 차비를 줘어 주었다고 합니다.
히브리서 13:2입니다. “손님대접하기를 잊지말라. 이로써 부지중에 천사들을 대접한 이들이 있었느니라” 예수님의 섬김을 통해 새 생명을 얻은 사람들은 누군가를 섬김을 통해 주님을 섬기는 것입니다. 이번 주간이 설 명절입니다. 주변의 사람들을 섬기시고, 가족 친척들을 섬기시는 성도님 되시길 축복합니다.
3. 제자들에게 맡겨진 사명
제자들 가운데 섬기는 자로 계셨던 예수님께서 누가 크냐고 다투었던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28절입니다. “너희는 나의 모든 시험 중에 항상 나와 함께 한 자들인즉” 십자가를 목전에 둔 예수님 앞에서 누가 크냐고 싸웠던 제자들을 책망하지 않으셨습니다. ‘나의 모든 시험 중에 항상 나와 함께 한 자들’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어려운 시간을 3년이나 나와 함께 한 자들이라며 인정하고 칭찬하신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소중한 사람입니까? 어려울 때 함께 한 사람입니다. 제자들에게 너희가 내게 그런 사람이라고 한 것입니다.
마중물교회가 15주년을 맞습니다. 그동안 굴곡이 있었고, 시험의 순간도 많았습니다. 그 과정을 함께 하심에 감사드립니다. 비록 세상 나라에 살면서 높아지려는 욕망과 은인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로 흔들렸던 순간도 있었지만, 그 시험의 기간동안 함께 하신 성도들께 감사드립니다.
예수님은 시험을 함께 했던 제자들에게 주님의 나라를 맡기셨습니다. 29-30절입니다. “내 아버지께서 나라를 내게 맡기신 것 같이 나도 너희에게 맡겨 너희로 내 나라에 있어 내 상에서 먹고 마시며 또는 보좌에 앉아 이스라엘 열두 지파를 다스리게 하려 하노라” 아버지께서 하나님의 나라를 예수님께 맡기셨습니다. 예수님은 희생과 섬김으로 그 나라를 세우셨습니다. 그렇게 세우신 나라를 제자들에게 맡기셨습니다. 여전히 ‘누가 크냐’ 싸우던 제자들에게 맡기신 것입니다. 세상적 가치에서 완전히 벗어난 성자같은 제자들에게 주님의 나라를 맡기신 것이 아닙니다. 그랬다면 아직도 예수님은 이 땅에 계셔야 했을 것입니다. 여전히 세상 가치에 물들 여지가 있는 자들, 실수하여 맡겨진 주님의 나라에 누가 되게 할 가능성이 있는 자들에게 맡기신 것입니다. 그래도 3년간 예수님과 함께 시험을 이겼던 경험을 믿었고, 성령께서 그들을 변화시킬 것을 믿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이번 캄보디아 단기선교팀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대부분의 사역은 학생들이 다 했다고 합니다. 현지 아이들과 너무도 쉽게 친해지고 그들과 하나가 되어 많은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합니다. 집에서는 늘 아기같고, 부모의 돌봄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할 것 같지만, 그들에게 맡겨진 것을 기대 이상으로 잘 감당하더라는 것입니다.
한국교회가 고령화되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 다음 세대를 세워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들에게 권한을 맡기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젊은 세대보다 더 많은 것을 경험하였고, 그래서 더 잘 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믿어주고 맡기고 기다려야 합니다. 무관심으로 떠넘기라는 것이 아닙니다. 믿어주고, 맡기고, 응원하고, 기도하는 것도 섬기는 것입니다.
오늘은 마중물의 가치인 ‘종의 도’에 대하여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먼저 우리 안에 높아지려는 마음, 그러면서도 은인으로 인정받으려는 욕구는 없는지 성찰해야 합니다. 이런 마음에서 벗어나는 길은 섬김의 자리에 서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발을 씻기신 것처럼, 지극히 작은 자를 섬기는 것을 통해 세상에 물든 가치에서 조금씩 벗어나게 될 것입니다. 몸으로 섬기는 것만이 아니라 사람들을 믿어주고, 맡기는 것으로 섬김을 실천하는 성도님들이 되시길 부탁드립니다.
아이디/비밀번호 찾기
다크 모드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