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136:22-26 /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2주전 하나님의 성품 참여하기를 통해 ‘감사’에 대하여 말씀을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 감사를 어떻게 정의했지요? ‘나의 삶에 하나님과 다른 사람들이 어떤 유익을 주었는지 알게 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또한 ‘감사는 표현이다’, ‘감사는 훈련이다’, ‘감사는 축복이다’는 내용을 다루면서 ‘33하게 살자’고 했습니다. 잘 실천하고 계십니까? 하루 3번 감사한 일을 기록하고, 하루 3번 누군가에게 감사를 표현하고 계십니까? 오늘은 추수감사절입니다. 다시 ‘감사’를 주제로 말씀을 나눕니다. 성경은 ‘범사에 감사하라’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특별한 날을 감사절기로 정해 지키도록 했습니다. 왜요?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흐르는 강물에는 자기 얼굴을 비추어 볼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물의 흐름이 멈추고 잔잔해야 자기 모습을 비춰볼 수 있습니다. 매일의 분주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멈추어 자기성찰을 하는 시간이 절기입니다. 나는 과연 은혜받은 자처럼 살고 있는가, 받은 은혜에 합당한 감사를 표하고 있는가, 살펴보는 감사절이 되길 소망합니다.
1. 단순과 반복의 힘
시편 136편의 말씀을 읽노라면, 지금은 고인이 되신 한국 CCC 김준곤 목사님의 백문일답(百問一答)이 생각납니다. 김준곤 목사님은 대학생 집회를 할 때, 청중들을 향하여 백 가지를 질문했습니다. 그 대답은 모두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제가 질문하면 대답해보시기 바랍니다.
우리 생의 주인이 누구입니까? 예수 그리스도!
우리 삶의 이유가 무엇입니까? 예수 그리스도!
우리가 여기 왜 있습니까? 예수 그리스도!
여러분의 인생 목표는 무엇입니까? 예수 그리스도!
어떻게 하면 죄 사람을 받습니까? 예수 그리스도!
역사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예수 그리스도! ...
이렇게 백번 합니다. 단조로움으로 사람들을 지치게 할 것 같은데, 대답을 반복할수록 무게와 깊이를 더하게 합니다. 반복 속에서 새로운 질문이 떠오르면서 예수 그리스도만이 우리의 답이 되심을 가슴 깊이 새겨지게 하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22-26절만을 봉독했지만 1절부터 끊임없이 반복되는 후렴구는 무엇입니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는 것입니다. 마치 경상도 민요에서 “쾌지나 칭칭나네”라는 후렴을 한없이 반복해서 부르는 것 같습니다. 이 시는 유대인들이 절기의 제사 때 온 회중이 함께 부르던 노래였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제사장이나 성가대가 “감사하라”고 노래하면, 회중이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로 화답하는 것입니다. 우리도 이런 식으로 4-9절을 봉독하겠습니다.
홀로 큰 기이한 일들을 행하시는 이에게 감사하라 /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지혜로 하늘을 지으신 이에게 감사하라 /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땅을 물 위에 펴신 이에게 감사하라 /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큰 빛들을 지으신 이에게 감사하라 /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해로 낮을 주관하게 하신 이에게 감사하라 /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달과 별들로 밤을 주관하게 하신 이에게 감사하라 /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이 구절들은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내용들입니다. 이어지는 구절에는 출애굽의 구원의 역사로 인해 감사했고, 가나안 땅을 정복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했고, 모든 육체에 식물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했습니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문구들이지만 점점 힘있게 우리 마음을 울리는 구절들입니다. 무엇이든 자주 반복하는 것이 우리의 몸에 배게 됩니다. 불평이 아니라 감사가 우리 마음과 생각을 지배하도록 감사는 반복되어야 합니다. 감사절을 맞아서 각자의 시편 136편을 작성해보시기 바랍니다. 자기 자신에게 ‘나에게 이렇게 하신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고 기록하시면 좋겠습니다. 최소 자신의 나이만큼 절 수를 채워보면 어떨까요? 주의 인자하심이 영원합니다!
2. 변함없는 인자하심
‘므두셀라 증후군’이란 말을 들어보셨나요? 이전의 나쁜 기억은 잊어버리고, 좋은 기억만 남기려는 심리를 ‘므두셀라 증후군’이라고 한답니다. 므두셀라는 노아홍수 이전에 살았던 인물로,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산 사람입니다. 므두셀라가 969세를 살았는데 나이가 들수록 과거의 좋았던 기억만을 떠올리며 당시로 돌아가고 싶어했다는 데서 유래된 용어입니다. 실제로 므두셀라가 그렇게 살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은 과거를 떠올리며 ‘그때가 좋았지’하며 그리워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출애굽기 16:3입니다. “이스라엘 자손이 그들에게 이르되 우리가 애굽 땅에서 고기 가마 곁에 앉아 있던 때와 떡을 배불리 먹던 때에 여호와의 손에 죽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너희가 이 광야로 우리를 인도해 내어 이 온 회중이 주려 죽게 하는도다” 애굽을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의 어려움에 봉착하자 한 말입니다. 애굽에서 지냈던 때를 그리워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애굽에 있었을 때 고기와 떡을 배불리 먹었습니까? 정말 그때가 더 좋았습니까? 짚도 주지 않으면서 벽돌을 굽게 했습니다. 강제 노동에 시달렸습니다. 온갖 학대에 하나님께 살려달라고 부르짖었던 그들입니다. 그럼에도 왜 이렇게 아름답게 포장되는 것일까요? 현재의 삶이 고되고 힘들수록. 지금의 삶에 불만이 클수록 과거를 그리워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지금 당장의 고통을 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기억력 왜곡을 동반한 일종의 도피심리입니다.
애굽이라는 과거에 흠뻑 빠진 결과가 무엇이었습니까? 열가지 재앙으로 애굽을 탈출하게 하신 하나님, 홍해를 마른 땅처럼 건너게 하신 하나님, 매일 만나를 내려주신 하나님, 매일 구름기둥과 불기둥으로 인도하신 하나님을 잊게 만들었습니다. 과거에 눈이 멀면 지금도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볼 수 없습니다. 과거를 잊고 살라는 것이 아닙니다. 시편 136편은 과거 함께 하셨던 하나님을 기억하며,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을 노래한 것입니다. 그때의 하나님이 지금도 다스리고 계심을 잊지 않기 위한 노래입니다. 지금의 현실이 녹록하거나 문제가 없다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인자하심은 지금의 이 어려운 현실에서도 지속되고 있음을 믿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참 어렵습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재난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의 참담한 현실속에서 고통하는 이들의 신음이 들리는 듯합니다. 한국의 안보와 경제상황도 불안합니다. 고금리와 물가인상으로 팍팍해가는 주머니도 근심거리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그래도 큰 문제가 없어서 ‘감사합니다’라며 추수감사절을 보내기에는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저 아무 근심없는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감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렇다고 어려운 현실로 인해 과거로 도피해서는 안됩니다. 힘든 현실과 불확실한 미래에도 우리에게는 명백한 사실이 있습니다. 과거에 함께 하셨던 하나님이 오늘도 우리 곁에 계시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주인되신 하나님의 인자하심이 영원하다는 사실입니다. 실타래처럼 얽힌 이 세상을 하나님의 지혜와 인자하심으로 통치하시고, 완성하실 것을 믿기에 감사로 하나님께 나아가는 성도 되시길 축복합니다.
3. 일상의 재발견
지난 목요일 새벽기도를 위해 생명의 삶 본문의 말씀을 묵상하다가 한 구절에 눈이 머물렀습니다. 잠언 17:24입니다. “지혜는 명철한 자 앞에 있거늘 미련한 자는 눈을 땅 끝에 두느니라” 지혜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미련한 자는 땅끝에서 지혜를 찾는다는 것입니다. 감사도 마찬가지라 생각했습니다. 과거가 좋았다며 “아 옛날이여” 타령해서도 안되고, 모든 것이 잘될거라며 허황된 신기루를 추구해서도 안됩니다. 지금 우리 앞에 펼쳐진 현실을 음미하고, 그 가치를 재발견하는 것이 지혜이고, 감사하게 하는 것입니다.
시편 8:3-4입니다. “주의 손가락으로 만드신 주의 하늘과 주께서 베풀어 두신 달과 별들을 내가 보오니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생각하시며 인자가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돌보시나이까” 다윗은 참 아름다운 시로 하나님께 감사 찬양을 드렸습니다. 다윗이 본 것이 무엇입니까? 하늘과 달과 별입니다. 우리도 매일 보는 하늘과 달과 별입니다. 다윗에게만 주신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다윗은 하늘을 주의 손가락으로 만드셨다고 했고, 달과 별을 주께서 베풀어 두신 것이라 했습니다. 다윗은 이 하늘과 달과 별을 보고, 사람을 생각하시고 돌보시는 하나님을 발견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사람들을 위해 하늘과 달과 별을 만드셨음을 생각하니, 하나님의 그 극진하신 사랑이 감격적으로 밀려 들어온 것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삶 곳곳에 이미 들어와 있습니다.
2005년 청룡영화제에서 ‘너는 내 운명’이란 영화로 황정민 씨가 남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그때 쑥스러운 듯 나와서 수 십명의 스탶들이 멋진 밥상을 차려놓았고, 자신은 그저 그 밥상에 숟가락을 얹어 맛있게 먹었을 뿐이라고 수상소감을 말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알아주는 이 없는 이들의 수고를 무대 밖으로 드러나게 한 수상소감이었기에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우리는 있는 것, 이미 주신 것에 감사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남편, 자녀들, 내게 주신 은사와 재능, 직장과 가정, 교회와 지체들, 없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에 감사해야 합니다. 한 달란트 받은 사람은 남들과 비교해서 자신은 적게 받았다고 생각했는지 맡겨진 것에 소홀했습니다. 결국 그 있는 것마저 빼앗겼습니다. 이미 주신 것에 감사할 줄 모르면 그 있는 것마저 빼앗기에 됩니다. 좋아하는 것을 가지는 삶에서 가진 것을 좋아하는 삶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없는 것을 얻으려는 삶에서 얻은 것을 누리는 삶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감사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앞에 있습니다.
마중물은 빈 펌프에 붓는 한 바가지의 물입니다. 그 한 바가지의 마중물이 깊은 곳에 있는 시원한 생수를 끌어 올려줍니다. 한 바가지와는 비교될 수 없는 많은 물을 공급해줍니다. 감사가 마중물입니다. 한 바가지 감사는 우리 영혼의 깊은 곳에서 더 많은 감사를 끌어 올려줄 것입니다.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는 후렴구가 우리 삶에 계속 반복되도록 할 것입니다. 반복되는 일상속에서도, 어려움과 난관 앞에서도 변함없으신 하나님의 인자하심에 감사하는 마중물 성도 되시길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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