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교회

  ​성경을 읽거나, 예배 설교를 듣다 보면 문득 무언가 모르지만 빠진 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지난주 설교를 듣다가 ‘왜 이렇게 듬성듬성 기록하였을까?’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사도 바울이 걷지 못하던 사람을 걷게 한 후 현지인들이 ‘신들이 사람의 형상으로 우리 가운데 내려오셨다’라며 사도 바울 일행에게 제사 지내려 하는 소동을 잠재운 바로 다음의 일입니다.

그 의문은 설교 때 ‘왜 하나님은 가까운 길을 두고 먼 길을 돌아가게 하셨을까?’ 하는 데서 시작되었고, 행 14:20의 ‘일어나’라는 단어가 실제로는 ‘부활’을 뜻하는 단어라는 걸 들은 이후에 정점에 달했습니다.

누가는 오늘날의 방식으로 말하자면 ‘전략적 글쓰기의 달인’입니다. 그런 분이 아무리 현장에 없었다고 하더라도 ‘보통 사람인 내가 빠진 게 느껴질 정도로 듬성듬성 기록한 데는 이유가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게 상식일 겁니다.

 

바울 일행이 되돌아가는 길에는 그들을 반대하는 유대인들이 있었고, 그들은 맹렬한 행동력을 가진 사람들이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바울 일행이 기적을 일으킨 후 현지인들의 제사 지내려는 소동을 잠재운 다음에 큰 사건이 벌어집니다.

성경에는 유대인들이 ‘어떻게, 무엇으로’ 현지인들을 충동하였는지는 기술하지 않고 그냥 ‘유대인들이 안디옥과 이고니온에서 와서 무리를 충동하니 그들이 돌로 바울을 쳐서 죽은 줄로 알고 시외로 끌어 내치니라.’라고만 기술하고 있습니다.

먼저 확실하게 해야 할 게 “‘일어나’라는 단어가 정말 ‘부활’이라는 의미인가?” 하는 의문을 해결하는 겁니다. 단어 하나 선택하고 문장을 배열하는데도 심혈을 기울인다는 누가의 성향을 고려한다면 당연히 ‘부활’ 그대로의 의미라고 보는 게 맞겠지만, 그래도 상황적으로 따져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소를 이동한 기술이 없으니 지역은 ‘루스드라’일 겁니다. 루스드라로 몰려든 유대인들은 현지인들을 충동하여 사도 바울을 향해 계획된 종교적 테러에 성공합니다. 게다가 그 무엇보다 오도된 종교적 확신이 가장 무섭다는데 그들이 ‘대충’ 돌을 던졌을까요? 아닙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적의를 담아 힘껏 돌로 바울을 쳤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죽었고, 시외로 끌어 내쳐졌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사람이 맞아 죽는 건 팔다리가 부러졌다고 죽지는 않습니다. 머리가 깨지고 가슴이 함몰하거나 하는 정도가 되어야 ‘완전히’ 죽고, 죽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사도 바울도 그런 모습이 되었기에 유대인들이 죽었다고 판단하였을 겁니다.

사정이 이러니, 행 14:20의 ‘일어나’라는 단어는 당연히 ‘부활’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바로 그 후에 석연치 않은 일이 생깁니다. 사도 바울은 다시 성으로 들어가서 일행에게로 갔고, 특별하게 언급된 ‘이튿날’ 바나바와 함께 다시 더베로 갔습니다. 바울일행은 더베에서 복음을 전하고 루스드라와 이고니온과 안디옥 각 교회에서 장로들을 택하여 금식 기도하며 ‘그들이 믿는 주’께 그들을 위탁합니다.

 

‘그들이 믿는 주께’ 위탁한다고? 얼핏 잘못 생각하면 “장로들이 믿는 ‘주’와 바울 일행이 믿는 ‘주’가 다르다.”라고 오해할 수 있을 텐데, 왜 굳이 ‘그들이 믿는 주께’라고 하였을까요?

먼저 소설적인 상상력을 발휘해 보죠.

더베에서 바울이 복음을 전할 때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그보다 앞서 ‘그 성’으로 들어가 동료들과 합류할 때 바울이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당연히 바울이 온몸에 멍든 채 복음을 전하는 것과 바로 돌에 맞아 죽었다는 바울이 온전한 모습으로 복음을 전하는 것, 어느 게 설득력이 있을까 하는 게 판단 근거가 될 수 있을까요?

아무튼 저는 ‘몸은 온전하게, 옷은 피투성인 채’로 생각합니다.

 

소설적인 상상력과는 별개로 바울 일행은 자신들이 택한 장로들을 ‘그들이 믿는 주님께 장로들을 보호해 주시기를 빌고 떠났다.’라고 기술되어 있습니다.

당시 장로들은 바울이 전한 복음을 듣고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영접하였습니다. 믿음의 연륜으로 보면 온전하게 서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생각되지만, 그래도 처음 믿은 사람들 가운데 구별하여 택하였으니 탁월한 면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세월만큼 사람을 자라게 하는 게 없으니 마찬가지로 한계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장로들은 ‘일어나’와 ‘그들이 믿는 주께’ 그 사이에서 그들이 듣고 믿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믿은 ‘예수 그리스도’는

- 걷지 못하던 이를 걷게 한 기적을 행하신 분이고

- 바울을 죽음에서 살리신 분이고

- 죽음에 이르게 한 이들을 직면할 수 있을 정도로 용기를 주시는 분이고

- 부활한 이튿날 다시 복음을 전할 정도로 자신들이 섬기던 신들과 구별되는 분이십니다.

 

당연히 듣고 믿은 ‘예수 그리스도’와 보고 듣고 경험한 ‘예수 그리스도’는 그 깊이가 다를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래서 누가는 이 모든 상황을 ‘그들이 믿는 주님’이라는 그 특별한 어구로 기록한 게 아닐까요?

저와 같은 보통 사람이 이상한 걸 알아채고 좀 더 깊이 성경 속으로 들어오라고...

그리고 이 모든 과정과 일련의 사건들이 설교에서 언급했던 의문의 답이라고, 그 모든 일을 기획하신 분이 있다고 이야기하면 지나친 걸까요?

 

벌써 40년 가량 되었을 겁니다. 그때 갤브레이스 라는 분이 ‘불확실성의 시대’라는 제목의 책을 내고 당시를 규정하였는데, 저는 오늘이 바로 ‘불확실성의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책을 읽은 건 아니고 TV에 나오는 대담만 보았을 뿐입니다.)

이제 전통적인 의미의 교회는 해체되어 가고 있습니다. 교회 이외의 다른 대안이 없으니 교회라는 이름으로 믿는 자들의 모임은 유지될 수밖에 없겠지만, 우리가 익숙한 지금까지 교회를 교회되게 하였던 모든 게 바뀌어 갈 겁니다.

  이때 우리는 성경으로 돌아가서, 누가가 이야기했던 ‘그들이 믿는 주님’을 다시 한번 새겨보고 파고들어서 ‘그들이 믿는 주’가 오늘 우리가 믿는 ‘예수 그리스도, 우리 주’와 같은 ‘주’이심을 마음에 한 번 더 새기고 ‘그들의 믿음’를 오늘의 우리가 계승하고 되살려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덧글 (0)

답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