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즐겨보는 TV 프로그램
중에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있다. 상권이 시들해진 골목식당들을 관찰하고, 점검하고, 구체적인 개선책을 세우고 실천하므로 골목상권을 일으키자는 의도의 프로그램이다. 백종원씨는 선정된 가게들을 방문해서 음식을 시식하며 음식의 맛 뿐 아니라 사장님들이 가지고 있는 가게의 운영철학과 운영방식, 구입하는 음식재료의 신선도, 가격, 보관방법, 식당의 위생상태, 조리기구의 청결도, 판매하는 메뉴와 가격 등을
냉철하게 평가한다. 백종원씨는 때로는 엄하게, 때로는
어르면서 식당들을 다방면으로 업그레이드 시켜 골목상권을 일으키는데 이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어느날 한 떡볶이 가게가 방영된 것을 봤다. 떡볶이
사장님은 매상이 점점 떨어지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성실했고, 긍정적인 웃음을
잃지 않았다. 무엇보다 사장님은 자신이 만드는 떡볶이에 “10점
만점에 100점”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높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자신의 떡볶이의 맛을 제대로 알아주지 못할 뿐, 자신이 만든 떡볶이 맛은 더 이상 손댈 데가 없다는 근거없는 사장님의 자신감이 신선하기도 했고 어처구니가
없기도 했다.
백종원씨는 그 떡볶이를 먹자마자 상을 찡그리며 자신이 먹어본 떡볶이 중 제일 맛없다고 혹평을 서슴치 않았다. 자신감 충만 사장님은 실망하며, 백종원씨가 그렇게
평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떡볶이가 가장 맛있을 골든타임이 지났기 때문이라고 주장을 했다. 이것은
현실을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은 사장님의 변명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백종원씨는 골든타임이라는 11시에
다시 한번 떡볶이 집을 방문했다. 예상했던 대로 사장님의 떡볶이는 여전히 맛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장님의 떡볶이는 11시나 2시나 똑같이 맛이 없었던 것이다.
백종원씨는 사장님의 떡볶이는 고추장에 양념을 해 놓은 양념장의 맛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을 내렸다. 그런 사실을 담박에 알아낸 백종원씨는 과연 대단한 전문가였다. 그는 시판되는 고추장을 이용한 떡볶이 소스를 즉석에서 함께 만든 후, 사장님으로
하여금 그녀가 만든 양념장과 비교하게 했다. 백종원씨가 만든 고추장 소스는 사장님이
사용했던 양념장보다 적은 양의 고추장을 풀고 간장으로 적절하게 간을 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사장님의 방식보다 재료도 덜 들어갔고 만들기도 수월했다. 맛을 비교한 사장님은 새로운 소스가 “맛있다”고 평가를 내렸다.
이제까지 사장님은 떡볶이 양념장에 많은 공을 드렸다고 했다. 맛난
양념장을 만들기 위해 고추장 속에 양파, 당근, 마늘, 과일 뿐 아니라 다양한 양념들을 섞었단다. 다양한
재료를 넣어 정성껏 힘들여 만들면 맛이 있을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떡볶이에 대한 자부심이 컸고, 이 떡볶이를 저평가하는 사람들은 진정한 떡볶이의 맛을 모르거나 맛의 골든타임에 시식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치부했던 것이다.
백종원씨가 알려준 방법대로 떡볶이 소스를 만들어 팔자 손님들은 맛있다며 추가 주문을 했고, 어느덧 떡볶이 한판이 다 팔렸다. 예전 같으면
어림도 없는 판매실적이었다. 20년 넘게 떡볶이 장사를 하며 고생했던 시간들이 주마등같이
스쳐가서 그랬는지 명랑했던 사장님은 갑자기 조용해 지시며 눈물을 지었다. 사장님의 눈물을 보면서
나도 왠지 가슴이 먹먹해졌다. 사장님은 맛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는 하지 못한채, 이것저것 많이 넣으면 좋은 맛을 낼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힘들게 장사를 해 왔던 지난날이 안타까운 듯 했다.
사장님은 계속해서 진작에 누가 잘 가르쳐 줬더라면 이렇게 오랫동안 고생은 안 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적절한 시간에 누군가가 나타나 필요한 것을 쏙 쏙 가르쳐 줄 수 있었다면 세월을 허비하지 않아도 좋았을텐데... 아쉽기는 하다. 그러나 20년 이라는 세월동안 누군가가 떡볶이 만드는 방법을 잘 가르쳐 주지 않았다고 푸념하기보다는 긴 세월
동안 더 나은 떡볶이를 만들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게을리 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솔직한 고백이 아닐런지... 사장님은 2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떡볶이 장사를 하면서도
떡볶이 고추장에 간장을 넣어야 풍미가 더 난다는 기초적인 지식도 갖고 있지 않았다. 자신을
먼저 점검하기 보다 운을 탓하거나 남을 탓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것은 우리네나 사장님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오겠다고 신청을 해서 자신과 가게를 속속들이 시청자들에게 보인다는 것은 매우
두려운 일이고, 큰 용기가 필요한 결정일 것이다. 나의
행동과 태도, 일터에서 삶을 만천하에 공개하겠다는 결심, 숨겨져
있는 부끄러운 부분이 드러날 것을 각오하고 프로그램에 나오겠다는 결정은 생각만 해도 두렵다. 그래서 나는 출연을 결심한 사실만으로도사장님들을 존경한다. 그러나 변화는 출연을 결심한 것 만으로 오는 것은 아닌가보다. 이제까지 익숙했던 조리방식과 음식의 맛, 메뉴선정, 경영방식, 경영인으로서의 태도 등에 대해 전문가에게 평가를
받고, 잘못된 부분을 개선 해야 한다는 권면 앞에서 사장님들은 이런 저런 변명을 하며 변화에 대해 고집스럽게 저항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딱 하나님의 말씀앞에 변명하고 저항하는 고집스런 내 모습이다. 한참을 깨어지고 난 후에야 현실을 조금 인정하게 되고, 스스로 가지고 있었던 교만과 고집스러움을 조금씩 내려 놓게 된다. 수차례의 도전과 극복의 과정을 거치며 버려야 할 것을 버리고 더 나은 모습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감동적이다. 이런 성장과정은 우리네 신앙여정과 많이도 닮았다. 이렇게
변화된 가게가 하나, 둘 생기게 되면서 어느덧 골목상권이 조금씩 활성화되어 간다.
죽어가는 골목상권을 일으키려는 프로그램을 보며 나는 신앙인으로서의 내 자신과 공동체로서의 마중물을 빗대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백종원씨라는 탁월한 지도자가 있고, 자원한
가게들이 나서고, 이들의 용기와 꾸준한 인내를
통해 변화되고, 이로 말미암아 골목시장이
활성화 된다면, 백종원씨보다 더 나은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이 계시고, 그의 가르침대로 따르겠다고 자원하는 우리가 있고, 하나님의 말씀을 붙들고 꾸준히 인내하며 살아
간다면 우리의 성품도, 우리의 일터와 우리의 삶에도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변화된 우리가
모인 마중물도 그만큼 성숙되고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신나는 그림이 그려졌다.
떡볶이 집을 운영하는 내가 변화되고, 김밥집을 운영하는
김집사님이, 국수집을 운영하는 박집사님이 진정으로 변화되기를 자원하여 탁월한 지도자 하나님의
말씀을 경청하고 꾸준히 따른다면 마중물 골목시장은 어느덧 성령이 살아 역사하시는 활기찬 교회공동체로 변화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나는 마중물 골목시장에서 하나님의 가르침을 받기 원하는
떡볶이 집으로 나서기를 신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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