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백승화 유서진 집사입니다.
그 동안 저희
가정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시고 기도해주신 마중물 교회 가족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선교사훈련
과정과 그 이후의 근황을 전하기 위해 이렇게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저희 가정은 2016년도부터 시작된 주일예배
창세기 강해를 통해 ‘본토 친척 아비 집’(삶의 터전, 안정된 진로, 익숙한 문화)을
떠나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길을 따르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런 와중에 아내가 몽골의 MIU (몽골국제대학) 음악교육과 교수로 나갈 수 있는 길이 열렸고, 2019년 2월에 제 박사학위 과정이 마무리되면서 이상웅
목사님의 권유로 침례신학대학교 내에 위치한 세계선교훈련원(WMTC)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사실 처음에 목사님으로부터 WMTC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정식으로 선교사 훈련을 받고 싶은 마음이 없었습니다. 평신도로서 선교사란 타이틀을 가지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었고, 몽골에
가는 것도 선교사로서라기보다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모험적 시도를 하기 위함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집까지
찾아오셔서 선교사 훈련을 거쳐 교회의 파송을 받고 나가는 것이 왜 중요한지 설명해주시는 목사님의 진정성에 WMTC에서
진행하는 장단기 선교사 훈련을 받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러나 훈련원 들어가기 직전, 출국 일정을
조율하고 있던 저희에게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습니다. 하나님께서 저희 가정에 셋째 아이 선하를
주신 것입니다. 아내의 임신 사실을 안 순간에는
정말 모든 것이 혼란스럽게 느껴졌고 이 상황에서 선교사 훈련을 받는 것이 맞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까지 생겼습니다.
그렇게 정리되지 않는 마음 가운데 막연한 기대를 품고 시작된 훈련원 생활은 하나님의 놀라우신 예비하심 그 자체였습니다. 선교사 훈련의 첫 순서였던 2박
3일 동안의 영성수련회를 통해 하나님께서는 제가 제 인생에서 스스로
주인 되어 결정해왔던 일을 회개하게 하셨고, 다른 어떤 것보다 하나님의 주되심이 우선되어야 할 것을
반복해서 말씀해주셨습니다. 아내와 동일한 마음을
나누면서 훈련원에서의 시간이 우리에게 정말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선교사로서의 부르심에 대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훈련 기간 동안
이루어진 강의는 선교에 대해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던 저희 가정에 큰 감동과 도전을 주었습니다. 현장에서
사역하고 계신 선교사님과 목사님들의 살아있는 간증과 말씀을 통해 성령 하나님이 주관하시는 선교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상담 교수님들을 통해 개인과 가정의 문제를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어 유익했습니다. 훈련이 진행될수록 모든 내용을 다 소화하지 못하는 것이 한편으로는 아쉽고, 이
좋은 시간을 저를 포함한 선교사 훈련생들만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저희
부부는 일련의 과정과 예배를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시작했고, 성령님께 순종하는 마음으로 모든
계획을 내려놓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하였습니다. 저희를 선교사로 부르셨다는 확신만 가지고 언제, 어디로, 또 어떤 형태로 가야 하는지 백지 상태에서 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3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의 선교사훈련과정을 모두 마친 후, WMTC와의
논의 끝에 셋째 선하가 돌이 될 때까지 한국에 머물면서 선교지를 탐색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아직 어떤 나라에
어떤 형태의 사역으로 나갈지 결정되지 않은 시점이었기에, 한국에 머무는 시간 동안 임상의료 경험을 쌓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기도하며 구하는 와중에 저의 상황과 필요에 딱 맞는 소아청소년과 병원을 찾아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소아청소년과
병원에서 일을 하며 얻는 유익들이 있었습니다. 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배울 수 있었고, 마침 셋째 아이를 기르는 입장이다 보니 보호자분들께 예방접종과 성장발달 상황에 대해서도 좀 더 실제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병원을 찾는 다문화 가정도 의외로 많았는데 이들 가정의 형편과 어려움을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020년 들어서 WMTC를 통해 구체적인 선교지의 정보를 접하기 시작하였고, 그 중 유럽에서 난민선교사역을 하시는 미국남침례교(IMB) 소속의
선교사님과 연결되어 화상으로 두어차례 미팅을 진행하였습니다. 저(의료)와 아내(음악)의 특기를 모두 살릴 수 있으면서, 개인이 아닌 가정이라는 공동체를 통해 접근하고 섬길 수 있는 대상을 떠올려 보았을 때 난민선교가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점차 한국에 망명을 신청하는
난민대상자들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국내에 난민을 제대로 이해하고 섬길 수 있는 전문가들이 부족하다는 현실도 우리 가정의 결정에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그렇게 2020년 2월초
난민사역으로 마음을 정하고 6월 전후로 사역지 탐방을 다녀온 후 선하가 돌이 되는 9월 전후로 출국하는 일정을 계획하였습니다.
그러나 2월말이 되자 코로나의
위협이 국내에서 수면위로 떠오르기 시작했고, 3월과 4월을
지나면서 급격하게 전세계적으로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전세계가
동시에 경험하는 새로운 상황 앞에서 누구도 앞날을 예상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저희가 합류하려던 유럽현지의
난민사역도 오프라인 모임은 모두 잠정 중단되었고, 대표선교사님도 귀국하여 상황을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점차 나아지리라는 일부 기대도 있었지만, 당분간은
기존의 일상과 사역으로 돌아가는 모습은 기대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6월이 되어 일하던 병원에서의 근무를 종료하고, 향후 계획을 위해 한국에 머물고 계신 난민사역 선교사님을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마침 한국교회 및 선교단체 연합체인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에서 새롭게 프로젝트 사역을 시작하셨는데, 난민사역을 위한
원격형 의료선교 모델을 개발 중이라고 하셨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바뀐 상황에서는 직접 사역지로 나가는 것보다 국내에서 전문직을 유지하면서 이러한 사역을 준비할 사람이 필요하다 하시며 함께 할 것을 권유하셨습니다. 저희 가정은 시기의 차이일 뿐, 사역지로 나간다는 선택만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 답을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고 여전히 고민 중에 있습니다. 그러나 약
2주 전에 카자흐스탄의 코로나 사태가 악화되면서 KWMA의
위기관리팀에서 중앙아시아 선교사님들을 위한 원격의료상담팀이 긴급하게 꾸려지게 되었고, 저도 참여하여
이틀에 걸쳐 원격으로 진료 및 상담을 진행하였습니다. 제한적인 도움이긴 했지만 앞으로의 사역이 어떤 식으로 나아갈지 경험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현재로서는 국내나 국외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향후 최소 1~2년간은 기존의 사역방식을 가지고 선교지로 나가는 것은 어렵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남아 있는 것 또한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을까 기도하는 가운데 정말 뜻하지 않게 박사과정 시절 지도교수님께서 갑자기 연락을 주셨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정부에서 새로운 연구자금이 대학병원과 의과대학으로 들어오게 되었는데, 이과 관련해서 기초연구
및 중개연구(기초연구와 임상의학을 연결해주는 중간단계의 연구과정을 지칭하는 용어)를 맡아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의사로서 드물게
임상을 선택하지 않고 미생물학과 면역학을 전공한 기초의학자입니다. 일련의 상황을 지내오면서 코로나 시대에
제가 가장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기초의학자로서 다시 학교로 돌아가 연구를 하면서 선교지의 필요에 따라 원격으로 돕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고민과 기도 끝에 7월 15일자로 발령을 받고 약 1년반만에 다시 학교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아내 유서진 집사
또한 세 아이 육아를 하면서 떠날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잠정적으로 한국에 머물게 되면서 사역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새롭게 찾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온라인 연주와 묵상을 통해 국내외 선교사들을 돕고 위로하는 사역을 계획하고 있고, 필요시 선교사님들이 섬기는 해외 학교들의 음악 수업을 원격으로 함께할 수 있도록 이야기 중에 있습니다.
지난 몇 년 간 하나님은 참 놀라우시고 저희의 좁은 인식을 초월하시는 분이시라는 걸 새롭게 경험하고 있습니다. 인간적인 시각으로 보면 돌고 돌아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약 3개월여간의
선교사훈련 과정과 1년여간의 소아과 경험, 그리고 그 사이의
공백기간 동안 우리 가정의 기도에 신실하게 응답하시고 인도하신 하나님과 씨름하면서 다른 이들이 아닌 저희 부부와 아이들이 먼저 성장하고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 가운데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몇 년 후에 저희 가정이 계속 한국에 머무르게 될지, 아니면 다시 선교지로
직접 나가게 되는 길이 열리게 될지 아무도 모르겠지만, 어디에 있든지 선교사적 사명을 가지고 하나님을
주인으로 섬기고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길을 걷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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