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교회

​지난주일 설교를 듣고 교회에서 집으로 올 때도 아내가 제게 ‘역시 여자가...’ 할 때도, 지난 수요일 무엇 때문인지 좀 업 된 아내가 ‘모세 한 사람을 제대로 키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있었는지 아냐?’라고 이야기할 때도 좀 빈정이 상했습니다.

그래서 함 찾아봤습니다. 예수께서 부활하신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날에 갈릴리라는 지명이 언급이 된 건 4복음서 중 마태, 마가, 누가입니다. 그 가운데 누가복음에서 갈릴리를 언급한 건 제자들에게 갈릴리로 가라는 내용이 아닙니다. 눅 24:6에 ‘여기 계시지 않고 살아나셨느니라 갈릴리 계실 때에 너희에게 어떻게 말씀하셨는지를 기억하라’는 겁니다.

지난 주 설교하신 마 28:7, 막 16:7에서만 예수께서 ‘내가 너희보다 먼저 갈릴리로 갈 테니 거기에서 보자’라고 기록되어 있죠. 이번 주 나눔의 주제인 갈릴리, 예수께서 치유하신 갈릴리는 마태, 마가에만 나와 있는 겁니다.

사실 그 날 있었던 기사 관련해서 당시에도 뭔가 모르지만 말이 있었나 봅니다. 지난 주 본문 아래인 마 28:12-14에서도 대제사장과 장로들이 가짜 뉴스를 만드는 과정이 나와 있는데 이런 시도는 그 후에도 계속되었나 봅니다. 그 중의 하나가 여자, 법정에서의 증언조차 효력이 없었던 사회적 약자인 여자, 그들의 증언으로 시작된 예수님의 부활에 대해 흠을 잡으려는 시도가 디아스포라 유대인 사회에서, 교회에서도 있었나 봅니다. 시간이 없어서 찾아보지 않았고 아내가 제게 즐겨하는 말처럼 소설이기는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사도 요한이 따로, 친절하게 정리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요 20:1-19)

요한복음에 따르면 막달라 마리아가 그 날 새벽에 무덤에 갔습니다. 돌이 옮겨져 있었고, 비어있는 무덤을 보고는 놀라서 제자들에게 가서 말했고 제자들도 무덤으로 가서 무덤이 비어 있는 걸 확인한 후 다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반면에 마리아는 무덤 곁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새 삶을 열어준 예수를 죽음 이후에도 시체를 찾아 장사조차 지낼 수 없다는 생각에 아파하다가 울고, 또 울고 하지 않았을까요? 그런 시간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그러다가 울면서 허리를 굽혀 다시 무덤 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 때 천사들이 예수의 시체 놓였던 곳에 앉아 있는 걸 보았고, 천사들에게 ‘사람들이 예수 시체를 옮겨다가 어디다 두었는지 모르겠다’며 속상해 하다가 뒤에 서 계신 예수님은 만났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예수신지 몰랐고 동산지기처럼 보이는 예수께서 ‘어찌하여 울며 누구를 찾느냐?’는 질문에 앞서 천사들에게 했던 말로 대답했습니다. 그 때 예수께서 다시 ‘마리아야’라고 부르실 때에야 비로소 예수이신 걸 알아차렸습니다.

요한복음에 기록된 예수님 행적은 그 날 저녁, 유대 식으로 따지면 그 다음 날이 될 터인데, 그냥 그 날 저녁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아무튼 그 날 저녁에 예수께서 제자들을 찾아 오셨습니다. 그리고 8일 후에 다시 제자들을 찾아서 도마를 만나시고는 ‘너는 나를 본 고로 믿느냐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되도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아마 전후관계를 미루어 본다면 갈릴리에서 다시 만나자는 이야기가 나온 건 이 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예루살렘에서 갈릴리까지는 150km가량 된다고 하고, 걸어서 5일 가량 되니 왕복하는데 10일 이상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사실 예수께서 잡히신 이후부터 승천하시기까지 제자들의 행적은 그들의 흑 역사입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신 대로 모두 예수를 버리고 도망쳤고, 베드로는 세 번이나 부인했고, 예수께서 십자가를 지신 골고다 언덕에는 마지막 반전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기대했던 사도 요한만 있었습니다.

예수께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던 갈릴리에서도 그렇습니다. 베드로는 아마도 자포자기상태거나 굉장히 혼란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예수님을 다시 만난 갈릴리 그 새벽 이전에는 ‘나는 고기를 잡으러 가야 하겠다’고 하였고 다른 제자들도 다 따라 나섰으니까요. 즉 예수와의 만남을 기대하기보다는 움직이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그 무엇이 그들을 강박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합니다.

갈릴리에서의 베드로를 비롯한 제자들의 말과 행동을 보아서는 예루살렘에서 갈릴리로의 여정에서 분위기가 어떠했을까요. 손 안에 들어왔던 권력이 눈 녹듯 사라지고 처절한 실패의 기억만을 가지고 있었을 겁니다. 예수께서 부활하신 걸 알게 되었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자신들의 몫이 없었고, 변화산에서 변화되었던 그 때와 같이 변화된 부활하신 예수께서 뭘 하실지 짐작할 수도 없어 그 분과의 거리가 더 멀게 느껴졌고 또 예수께서 예루살렘에서 무슨 말씀을 더 하셨는지 기록이 없지만 예수께서 생각하시는 것과 자신들이 꿈꾸던 게 서로 다른 걸 확실해 졌을 테니 더 이상 꿈꿀 수도 없었을 겁니다.

그래도 갈릴리에서의 예수님 사역 이후 좀 분위기가 바뀌었나 봅니다. 그들은 다시 예루살렘에 돌아와서 예수께서 승천하신 걸 본 후에도 진득하게 참고 기다리면서 기도했던 기록을 보면 말이죠.

다시 ‘역시 여자가?(용감하다, 더 사랑한다, 행동한다 등)’하는 문제로 되돌아가겠습니다. 저는 예수께서 부활하신 날의 기사보다는 그 전날에 있었던 일에 주목하였습니다. 요한복음에 따르면 예수께서 죽으신 날 아리마대 요셉과 니고데모는 빌라도에게 시체를 받아다가 유대 장례법에 따라서 무덤에 장사지냈습니다. 지금 우리는 성경을 보고 그냥 쉽게 읽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군중들과 권력자들 눈 밖에 나서 죽은 예수님 시신을 당시 총독인 빌라도에게 나아가서 달라고 요구한 건 죽음을, 몸이 죽은 건 아닐 수도 있지만 사회적 죽음을 각오하고 한 행동이었습니다.

사도 요한은 그 기사를 기록하면서 굳이 ‘유대인이 두려워 예수의 제자인 걸 감추었던 요셉’이라고 소심하게 폄하하고 있지만 말입니다. 하여튼 용기 있는 제자들 혹은 남자들이 없다는 이야기에는 동의할 수 없어서 이리도 길게 이야기합니다. 또 이런 이야길 장황하게 하는 건 당시 제가 그 현장에 있었다면 ‘나는 어찌하였을까?’하고 자문해 보니 저는 아리마대 요셉이나 니고데모가 아니라 제자들과 똑같이 행동하였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고 오늘 교회를 둘러싼 환경이 이제 호의가 다하고 핍박의 시절로 다시 돌아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되는데 이제부터 나는 용기를 내어서 아리마대 요셉처럼, 니고데모처럼 목숨을 걸고 신앙을 지켜나가겠다는 일종의 다짐 정도로 이 글을 적고 올립니다.

아무튼 이번 묵상을 통해 저는 아리마대 요셉과 니고데모 때문에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가서 그의 제자들과 베드로에게 이르기를 예수께서 너희보다 먼저 갈릴리로 가시나니 전에 너희에게 말씀하신 대로 너희가 거기서 뵈오리라 하라 하는지라(막 16:7)

또 빨리 가서 그의 제자들에게 이르되 그가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셨고 너희보다 먼저 갈릴리로 가시나니 거기서 너희가 뵈오리라 하라 보라 내가 너희에게 일렀느니라 하거늘(마 28:7)

여기 계시지 않고 살아나셨느니라 갈릴리에 계실 때에 너희에게 어떻게 말씀하셨는지를 기억하라 (눅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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