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교회

회사를 퇴직하신지 몇 년이 지난 한 선배님으로 부터 우편물이 왔습니다. 

내용물은 아주 오래전 사보에 실었던 글들을 보관하고 계셨는데 그중 제 글들을 모아서 보내주셨습니다. 

저는 완전히 잊고 있었던 글인데 16년만에 다시 보면서 잠시 젊은날의 추억에 잠겨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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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일찍 잠을 청했습니다.
조금 후 아들녀석이 아빠 곁에 자고 싶다며 따라 들어옵니다.
이렇게 큰 녀석과 동침이 시작되었습니다. 

일인용 침대에서 서로 이불과 땅을 많이 차리하려는 전쟁을 한바탕 치른 후 잠이 들었습니다. 

침대 밑에는 우리집 애완견인 초코가 함께 합방을 하구요. 

그런데 이 녀석이 눈이 조금 아프다고 합니다. 

난 모른체 하며, 그냥 자고 나면 나을 거라고 아빠 곁에서 자려면 조용히 자라고 했지요.

 

한참 맛있게 잠을 자고 있는데 하늘 어디선가 멀리 아릿하게 신음소리가 들려
눈을 떠 보니 옆에서 잠을 자던 녀석이 눈을 붙잡고 뒹굴고 있었습니다. 

눈이 너무 아프다며 안약을 찾길래 난 멍한 가운데 약품통을 뒤져 보았지만 약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내일 약국에서 사다 줄께, 오늘은 그냥 자자고 타이른 후 다시 자려는데 

이 녀석이 아프다고 뒹구는 소리에 잠을 청할수 없어 난 다른 방으로 도망가서 잠을 청했습니다.

그때 시간이 새벽 3시. 몇분후 다른 방에 누워있는 아빠를 발견한 녀석은 눈이 너무 아파서 눈을 빼야겠다며 난리를 치더군요.
그래서 제가 한마디 해 주었습니다. 빼려면 병원까지 갈 필요 없이 내가 그냥 빼라.

그 말에 아이는 더욱 아프다며 나뒹굴었고 그제야 정말 아픈가 싶어 옷을 주섬주섬 입고 응급실이 있는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응급실에서 눈 세척과 안약을 집어넣고는 어느 정도 안정을 찾고 많이 좋아졌다는 것을 확인한 후 아들은 차분해 지더군요.
이렇게 처음으로 응급실 신세를 지고 집으로 돌아와 못다한 잠을 청했습니다.

아침에 곤히 잠들어 있는 아들녀석의 모습을 보니 미안함과 감사함이 겹치더군요.
아이가 아프다고 할 때 좀 더 신속하고 따뜻하게 해 줄 수 있었는데 아빠로서 나의 태도가 많이 미안했습니다.
너무 아파 눈이 터질 것 같다고 할때 정말 많이 아픈가 보구나 하며 함께 아파해 주질 못하고
눈을 빼고 싶다는 아이에게 그럼 네가 빼라고 윽박지르며 내뱉은 그 말이 못내 아쉬움이 남더군요.

 

주일아침에 교회 학생들 라이드를 위해 내가 일찍 나간 후, 

이 녀석은 가족들에게 응급십 모험담을 자랑스럽게 얘기해 주었나 봅니다. 

아직은 좋은 아빠의 고지가 멀게만 느껴지는군요. 

그래도 절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은 꼭 가보고 싶은 고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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