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어렵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소망하는 게 있습니다. 바로 ‘다워진다’는 겁니다. 나이가 들면서 나이 든 사람답게 지혜로워져서 나이답게 살고픈 마음도 있고 또 하나는 내 한 발이 세상으로 나가 있지만 그래도 속으론 ‘그리스도인답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겁니다. 어찌 생각하면 좀 이율배반적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우리 모두가 추구하는 바는 교회는 교회답고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인다워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주 설교는 제게 많은 걸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개역개정 사도행전 11:25-26을 보면 ‘바나바가 사울을 찾으러 다소에 가서 만나매 안디옥에 데리고 와서 둘이 교회에 일 년간 모여 있어 큰 무리를 가르쳤고 제자들이 안디옥에서 비로소 그리스도인이라 일컬음을 받게 되었더라’입니다. 새번역 사도행전 11:25-26은 ‘그런 다음 바나바는 사울을 찾으러 다소에 가서 그를 만나 안디옥으로 데리고 왔다. 그들은 꼬박 일 년 동안 그곳 교회에 있으면서 많은 사람을 가르쳤다. 그리고 제자들이 처음으로 안디옥에서 그리스도인이란 말을 듣게 되었다.’입니다.
성경을 읽어보면 어떤 때에는 미묘하게 번역이 다른 경우가 있는데, 여기에서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성경을 읽어 본 이유는 개역개정에서는 ‘큰 무리’를 가르쳤는데 그들이 나중에 ‘제자’가 되었고, 새번역이나 현대인의 성경에서도 ‘많은 사람을’ 가르쳤는데 그들이 ‘제자’가 되었다는 겁니다.
가르침이 힘이 있고 사람들의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어찌해야 가능할까요? 말씀대로 사는 삶이 있어야 하고, 말하는 그대로의 삶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먼저 바나바가 어떤 사람인지를 먼저 찾아보았습니다.
바나바가 처음으로 등장한 건 사도행전 4:36입니다. 개역개정은 ‘구브로에서 난 레위족인이 있으니 이름은 요셉이라 사도들이 일컬어 바나바(번역하면 권위자)라 하니 그가 밭이 있으매 팔아 값을 가지고 사도들의 발 앞에 두니라.’입니다.
이걸 다시 현대인의 성경을 보면 ‘그때 사도들이 바나바(번역하면 위로의 아들)라고 부른 키프러스 태생의 레위 사람 요셉도 자기 밭을 팔아 그 돈을 사도들에게 가져왔다.’입니다.
공통점을 찾아보면 ‘밭이 있으매 팔아 값을 가지고 사도들의 발 앞에 두니라.’입니다. 공동체, 예루살렘 초대교회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자기 자신을 드린 겁니다. 그때에도 돈이 귀중한 건 요즘과 마찬가지였을 텐데, 바나바는 돈이 풍족한 편안한 삶을 거부하고, 매일의 식량조차 하나님께 의존하는 불안한 내일을 선택한 거죠. 말로만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드렸다고 해석해도 무리한 해석은 아닐겁니다.
그런데 좀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개역개정은 바나바를 ‘권위자’라고 해석하고 있는데, 현대인의 성경, 새번역 등은 ‘위로의 아들’이라고 번역하고 있습니다. 당시 성경을 기록한 사람들은 어찌 느낄지 모르겠으나 지금 우리가 받아들이기에는 ‘권위자’와 ‘위로의 아들’은 좀 거리가 있는데, 어찌 이렇게 차이가 나는지는 모르겠으나 바나바의 행동이나 헌신을 감안한다면, ‘위로의 아들’이 적합하다고 여깁니다.
안디옥 교회의 지도자인 바나바가 이런 캐릭터이다 보니 그가 가르친 말씀도 더 힘을 발휘하였다고 봅니다.
사도 바울도 마찬가집니다. 목사님께서 말씀하신 내용에도 나와 있지만, 사도 바울도 회심한 후 3년 만에 예루살렘을 방문하였지만, 이전의 교회를 핍박했던 삶 탓에 그의 진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바나바는 사도 바울이 이야기했던 ‘이방인을 위해 택한 나의 그릇’이라는 걸 유념하였겠지만 말입니다.
사도 바울은 그 이후 고향 다소에서 살아갑니다. 그를 부르신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삶이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목표지향적인 사람이 하나님께서 부르신 그 길을 벗어나서 다른 길을 걷고 있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사도 바울이 하나님을 벗어나서 살았다면, 하나님을 모르고 살았다면 바나바의 청을 수용할 수도 없었을 테고 또 자기 소신이나 행동, 더 나아가 신념과 다른 걸 전하겠다고 결정할 수 없으리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이런 생각은 사도 바울이 그 후 살아낸 삶으로도 증명됩니다.) 아무튼 사도 바울도 말과 삶이 일치하는 인생이었기에 그 영향력이 컸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성령님이 계신 때문이겠지만 말입니다.
그런 때문에 많은 무리, 혹은 많은 사람이 단 일 년 만에 제자로 탈바꿈하였을 겁니다.
또 다른 주목거리는 ‘그리스도인’, ‘그리스도의 사람’이라고 불리웠다는 겁니다. 요즘도 교회 안에서는 그리스도인다운 분을 찾기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기뻐 찬양하고, 달란트를 따라서 섬기고, 자기 삶을 드려서 말씀대로의 삶을 살아서 ‘제대로 된 삶의 본’으로 여김 받고 많은 교인으로부터 칭찬을 받는 분들은 우리 주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교회 밖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람이라고 불려지는 건 좀 다릅니다. 게다가 지난 설교에서도 언급되었지만 안디옥은 문명이 교차하는 도시이고, 로마의 제3의 도시입니다. 게다가 파르티아, 페르시아 등을 견제하기 위한 도시였다고 하는데, 군사도시 성격을 띨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많은 물자가 몰리고, 이에 따라서 수많은 뜨내기나 이방인이 머무는 도시였을 것이라고 추정해도 그리 틀리지는 않을 겁니다. 또 수많은 계층과 민족들로 나뉘어 있었을 거로 생각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많은 사람이 살다 보면 아무래도 남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기가 쉬운데, 그런 환경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람’이라고 여김을 받는 건 정말 삶에서 엄청난 변화가 있었고, 주변에 그 영향을 끼쳤기 때문입니다.
저는 성경을 볼 때 가끔 이런 불만을 가집니다. ‘그래 알겠어. 그들이 정말 많은 영향을 끼칠 정도로 변화되었고, 그게 교회 안에만 머무른 게 아니라 실제 삶에서 많은 사람이 알 수 있을 정도로 변화가 있었다는 걸 받아들이겠어. 하지만 구체적으로 그들이 무엇을 했기에, 어떻게 살았기에 그들이 그렇게 ‘그리스도의 사람’으로 여김을 받은 거야? 구체적으로 어떻게...’하는 겁니다.
그걸 기록하였으면 지금을 사는 우리도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을 텐데 구체적인 게 없이 ‘그리스도의 사람’이라고 불리웠다는 것만 기록되어 있으니 따라할 수가 없고 배울 수가 없다는 데서 출발하는 불만입니다.
물론 제자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살았는지 짚어볼 수 있는 단초는 있습니다. 흉년이 들었을 때 ‘제자들이 각각 그 힘대로 유대에 사는 형제들에게 부조를 보내기로 작성하고 이를 실행하여’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아가보’라는 선지자가 예루살렘에서 안디옥으로 와서 ‘큰 흉년’이 들 것이라 예언하였을 때와 실제 흉년이 든 글라우디오 때 사이에 얼마의 시간 간격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안디옥교회 성도들은 여전히 변하지 않는 제자의 삶을 살고 있었다는 거고, 폐쇄적인 예루살렘 교회에 대해 먼저 마음을 열고 빚진 자의 할 바를 하고 있다는 게 오늘을 사는 저에게 많은 걸 생각하게 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단어가 ‘비로소’입니다. 새번역이나 현대인의 성경에서는 이를 ‘처음으로’라고 번역하고 있습니다. 궁금해서 찾아봤습니다. 다국어 성경 웹사이트에 가서 ‘그리스도인’을 찾아봤더니 단 세 번만 나옵니다. 사도 바울이 아그립바 앞에서 죄수 신분으로 복음을 전할 때, 베드로전서에서 다시 한번 딱 세 번입니다.
전승에 따르면 사도행전을 기록한 누가가 이 안디옥 출신이라고 합니다. 그는 이 성경을 기록하면서 그리스도인이라는 단어를 얼마나 열망했을까요? 예루살렘 초대교회에서도, 예루살렘 성도, 그들이 필요를 따라서 서로 나누는 삶을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예루살렘 성도들은 ‘그리스도의 사람’이라고 여김을 받지 못했습니다.
적대적인 유대인 공동체가 있었기 때문일까요?
원인이 무엇이든 진정한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런 변화가 안디옥에서 있었습니다. 먼저 제자가 있었고, 그들의 변화된 삶을 주변에서도 인정하고‘그리스도의 사람’이라고 불러줬습니다.
누가는 얼마나 가슴이 뜨거웠을까요? 그동안 얼마나 소망했을까요? 종교가 아니라 진정한 삶의 변화,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그런 삶을 살아내는 사람들의 공동체, 생각만으로도 오늘을 사는 저도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특히 누가의 경우에는 그 시작이 안디옥, 그의 고향이었다는 게 더욱 큰 의미가 있었을 겁니다. 그래서 ‘비로소’라는 말에 그가 꿈꾸던 소망, ‘그리스도의 사람’들이 만들어 낸 변화를 보며, ‘그래, 이런 공동체가 바로 하나님께서 꿈꾸시는 공동체야’하는 그 마음이 이 ‘비로소’라는 단어에 담겨 있다고 생각하면 너무 과한 걸까요?
그래서 저는 ‘처음으로’라는 말보다는 ‘비로소’라는 단어가 제 가슴을 울립니다.
※ 사족: 지난주 말씀과 설교를 묵상하면서 내내 생각했던 건 ‘한 사람’의 영향력입니다. 제가 전에 다니던 교회, 초대 담임목사이던 분의 이야기입니다. 그분은 전에 시무하시던 교회에서 정년은퇴한 후 새롭게 교회 개척을 허락받고 카이스트 쪽문 옆에 교회를 개척합니다. 그리고 수많은 카이스트 청년들이 그 곁에 머물며 함께 교회를 일굽니다. 가장 똑똑한 학생들이 그들이고, 가장 이익에 민감한 게 그들이고, 그들 삶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인 걸 잘 알면서도 그 분 곁에 머물면서 헌신하며 교회를 일군 겁니다.
저도 그 분을 알고 있습니다. 처음 그 교회를 갔을 때, 그 분 이야기를 듣고는 믿기지 않았지만, 제 곁에 계시고 삶을 지켜보며 믿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그 분이 돌아가신 후 교회의 변화 속도를 감당할 수 없어서 떨어져 나오기는 했지만...
그래서 저는 여전히 ‘한 사람’의 영향력을 믿고 있고, 지금 우리 교회 안에 그런 씨앗을 가진 분들이 계시고, 그분들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실지를 바라보면서 혹시 지난주 설교를 통해서 보았던 ‘안디옥 교회의 변화가 지금 내 곁에서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로 오늘을 살아갑니다.
아이디/비밀번호 찾기
다크 모드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