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교회

요즘 베드로전서를 보면서 깊은 생각에 잠깁니다.

사도행전에서 바리새인들은 "이 사람은 배우지 않았는데 어찌 이리 말을 잘하는가?" 라고 할만큼 베드로의지성과 영성은 탁월하게 성장해 있었고, 그 증거를 베드로전서를 통해서 한줄한줄, 단어선택 한나하나의 이면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하버드생인 바울, 주립대출신인 바리새인들, 중고등학교도 안가본 베드로

그런데 베드로의 언어는 믿음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고만 있는 사도로서의 포스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을 가르치려는 태도나 견디어 내라는 격려를 지향한 위로나 훈계도 아니었습니다.

그 자신이 강조한 믿음의 본질이 그가 편지를 쓰는 대상, 즉 고난 중에 있는 성도들이 넉넉히 이겨내고 있음에 대한 믿음과 기쁨을 이미 전제하고 있었습니다.

대화다운 대화가 초대교회의 거목과 성도들 사이에 어떻게 전개되는가? 라는 관점으로 봅니다.

베드로의 편지는, 고난 중에 있는 성도들에 대해 전전긍긍이나 애지중지하는 태도의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외려 그들이 더 담대해 질 것을 격려하는 지점에서는, 입장이 다를 수 있는 고난중에 있는 성도들에게 너무 무리스럽도록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드러낸 것일 수 있지만, 이 또한 그의 삶을 담아낸 고백임을 우리는 그의 행적을 통해 압니다.

대화다운 대화로 초대로서의 구원,

구원의 진정한 의미도 그분과 존재론적인 대화의 길이 열리는 의미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기에, 성경 텍스트의 역할에 제한을 두신 예수님과 사도들의 경고와 성령의 역할을 강조하심은, 성령 그자체에 대한 가르침만 아니라, 구원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를 다른 형태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대화를 대신하는 성경 텍스트가 아닌 대화로 나아오게 돕는 가이드 북으로서의 성경서란 관점으로 저는 요즘에 봅니다.

우리가 피뿌림 바 됨은 죄책으로 거룩하신 존전에 감히 나아갈 엄두도 못내던 인간 내면의 작동을 이겨내고,

담대히 그 앞에 나아가 잠잠히 기대하고 나를 직시하고 표현하며, 그와 대화할 수 있는 존재,

달리말해, "교통할 수 있는 존재"로 부르신 것이라고 본다면,

구원의 요체는 그분과의 대화다운 대화로의 초대일 것입니다.

우리가 이 마지막 때에 교회다운 교회를 증거하는 것도 어떤 구제나 선교의 Activity보다 "우리안에 그런 대화가 살아 있는가?"로 시련될 수 있다 할만큼 대화다운 대화를 하는 마음과 역량의 성장이 중요하다 봅니다.

베드로의 편지를 관통하는 사상도 단 하나로 표현해 보라하면, "담대히 그분과 대화다운 대화를 할 수 있는 믿음을 격려함" 이라고 단순화할 수 있다고 봅니다.

대화다운 대화는 사람을 깨우고, 신이나게 하고, 공동의 가치와 비전을 빚어내게 하기도 하고, 서로 껄끄러운 경게에 대해 상호존중가운데 신사적 협약을 맺게도 할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대화다운 대화를 받아보지도 교류하지도 않는 사회문화속에 자라고 살아간다는 현실입니다.

기독교의 요체가 "막힌담을 헐고" 인간대 인간으로 만나고 그 안에서 주님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정의해 본다면, 교회내에서 대화다운 대화를 불편해 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신앙의 도리안에서 온전한 길을 찾기보다는, 사회문화적인 보편성과 짬뽕해서 받아들이고 성장하고 있다는 반증일런지도 모릅니다.

"어쩔 수 없지 않은가..."라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아니, 언제 대화다운 대화를 하려 그대는 노력이나 해보았는가?" 라고 더 강렬히 비판하실 수도 있습니다. (저의 경우엔 유구무언인...)

아마 그런 노력을 하지 못하고 참여하지 못한 빚진 맘으로 이글을 쓰는 것일듯합니다.

대화를 통해 이전에 알지 못하던 가치와 기회와 지평이 보이고 윤리의식이 깨어나기도 하지만,

현실론적으로 보면, 반대로 본질로 들어가기 보다 분란만 일고, 기분나쁜 일도 많아 회피로, 너무 이른 경계짓기로,  달려가는 현상이 생기니 적당한 선에서 포기할 수 밖에 없다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완벽할수 없고, 완벽을 추구할 이유도 없습니다. 다만, 우린 대화가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이라도 했으면 합니다. 그것을 공동의 과제로 삼기위해.

대화다운 대화를 위해 견녀내야할 것은 환난중에 인내함 이상의 세밀한 덕목일 듯 합니다. 

이견의 발견을 보물처럼 소중히 여기는 태도, 다름 그 자체를 존중하고 더 호기심을 갖고 함께 머물기, 다른 입장에 대한 민감성과 공감의 노력, 섣부른 퉁합을 유예하고 기다리기 위한 겸손...

무엇보다 한 사람의 소중함. 하나됨은 한 사람의 소중함과 대치되는 덕목이 아니라, "서로 다름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됨이 진정한 하나됨의 원형이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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