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교회

즐비와 늘비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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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비(櫛比)하다'냐 '늘비하다'냐, 이것이 문제로다.

절도 있게 정돈된 상태냐 무질서하냐의 차이이다.

군인을 예로 들면, 정예부대냐 오합지졸이냐로 대별된다.

'즐비'의 '즐(櫛)'은 나무(木)로 만들어 「가지런하게」
(節)한 것으로「빗」을 뜻한다.

 '즐비'의 '비(比)'는 두 사람이 팔을 앞으로 한 채
나란히 서있는 모습을 묘사한 상형 문자이다.

고로 '즐비'는 '참빗'처럼 빽빽하지만 규칙적인 간격으로
질서 정연하게 많이 정렬되어 나란히 서 있다는 뜻이 된다.

이에 반해 '늘비'는 다수로 가까이 밀집되어 있지만,
서로 견주고 비교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하다가
승부에서 진 사람이 쓰러져 널브러져 있어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무심하게 서있는 상태를
표현한 단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리라.

나란히 서 있으면서 가까운 사이로 각자의 몫을
제대로 잘 감당하고 있는 유익한 '즐비'이냐,
아니면 어중이 떠중이가 모여서 자기 이익만 챙기면서
서로 다투느라 난장판이 된 '늘비'이냐의 구별이니까.

나는 이 지구촌에서 '즐비'일까 '늘비'일까?

마중물이 전자에 속하길 간절히 기도하련다.

덧글 (2)

안오성 2019-05-03 06:51:48

즐비와 늘비에 유사한듯, 천지차이의 의미가 담겼군요

교회가 2천년 역사속에 남긴 것은
권위주의와 왕권으로 즐비하게 통제되던 사회를

개인의 양심과 자율 그리고 이것을 견제하고 동시에 보호해줄 수 있는 공동체 규약 위에 세워 새로운 "즐비" 사회가 만들어지게 한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그 규약은 "법에 의한 통치"(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은)를 만들었고,
구시대의 "법을 통한 통치"(법위에 여러 권력자들의 입맛 따라 만들어진)를
전복학 됩니다.

새로운 즐비가 만들어진 셈이죠

한사람 한사람이 자기 양심과 자유가운데
이 세상 권력의 입맛이 아니라

자신의 고유한 부르심을 따라 의미를 찾아갈 "꺼지지 않는 불"을
세상속에 놓아주신 예수그리스도를 찬미합니다.

김종철 2019-05-04 05:57:14

의학 영상인 자기공명영상
(magnetic resonance imaging)에서도
즐비와 늘비를 구별할 수 있지요.
자연 상태의 양성자(1H, proton)들은
늘비처럼 임의의 배열을 하기 때문에
모든 양성자들의 자기력의 합 벡터는
서로 상쇄되어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외부자장하의 양성자들은
외부 자장축과 평행 또는 반대방향으로
즐비처럼 배열하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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