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교회

오랜만입니다. 아래 늘비와 즐비라는 김집사님의

귀한 단상에 대화를 이어가다,

최근 우리가 직면한 숙제까지 연결된 생각이 닿아

오랜만에 글을 올려봅니다.

편의를 위해 김집사님이 주신

댓글을 인용하고, 저의 댓글을 이어서 포스팅합니다.

아래의 대화가 튀어나온 맥락은

바로 아래의 글을 참조해 주시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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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영상인 자기공명영상 

(magnetic resonance imaging)에서도 
즐비와 늘비를 구별할 수 있지요. 
자연 상태의 양성자(1H, proton)들은 
늘비처럼 임의의 배열을 하기 때문에 
모든 양성자들의 자기력의 합 벡터는 
서로 상쇄되어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외부자장하의 양성자들은 
외부 자장축과 평행 또는 반대방향으로 
즐비처럼 배열하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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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비유이군요

주신 비유를 저의 관점에서 해석해보면

자연 상태의 개인(양성자)는 이미 그 안에

고유한 생의 에너지를 갖고 있지만

늘비처럼 임의의 지향/의미를 만드는 수준이지만

집단적으로는 어떤 통합된 의미와 가치를

만들지는 못하다가

'외부의 힘'(외부자장)이 주어지면

즉, 특정한 지향 (비전, 전략, 방향성)이 주어지면

자기 공명영상과 같은 집단적 의미를 만들 수 있다는 상징..

하지만, 이런 이해에도 섬뜩한 역설이 있군요

1) 집단적 늘비가 항상 선은 아닐 수 있다는..

 바로 이런 집단 효과성 논리가

 히틀러의 전체주의의 근간이었다는 역사의 경고

2) 자연상태의 양자 - 개인의 중요성의 상징

비록 늘비상태로 보이지만,

이미 그 안에 각각의 지향을 가진 양성자(개인) 

그들이 있었기에,

외부의 힘이 주어졌을 때 특정효과가 가능했다는

3) 그 '외부의 힘'의 근원

정치경제학자들은,

인간의 집단행우를 통제하는 힘의 근거를

국가의 독점적 폭력에 의한 '법의 강제'

또는

자유로운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

둘중 하나에서 오갔습니다.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을 강조하는 지향(복지, 과학기술혁신 등)과

시장에 더 많은 권한을 이양하라는 신자유주의 사이의 대립이었는데요

최근에 새로운 지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바로 내부로부터 스스로의 힘에 의해

바로 그 외부의 힘을 만들어 내는 모형

즉, "공유지의 비극을 넘어설 힘을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이 공동규약,

공동의 합의를 기반으로 

공동의 가치와 지향을 법규 수준으로 하여

누구의 외력이 없어도

서로가 합의한 그 법의 통제를 내면화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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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교회상황과 대입하여 보면,

역사를 돌이켜 보면 

수도원 운동으로 시작된 교회의 발달 역사를 관통하는

단 한가지는 바로

공동의 규약 (수도원의 수평적 개인들의 연합속에서)을 세워

상호존중과 신앙가운데 그 규약을 지켜간 것이었습니다.

바로 이 규약 (text)에 근거한 공동체의 자발적 순종이

유럽 전역에 퍼진 수도원이 하나의 정체성을 갖도록 해 주었고

전통적 권위와 왕권에 눌린 사회속에

자유와 지성의 상징이 되었고

급기야 이 세상의 왕들마져

폭력에 의한 통치를 포기하고

법에 의한 통치를 선택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기독교 배경을 가진 나라외에는

바로 이러한 공동체 통제에 관한

근원적 의식의 변화를 겪지 못하여

인간은 여전히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도구와 기능의 위치에 머물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 10주년

다음 10년을 준비하면서도

같은 도전이 있다고 봅니다.

이전 10년은 각 개인이 

하나님 안에서 다시 회복되어

양성자로 바로서는 10년이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우리의 공동의 지향과 비전

우리 각자가 양성자 이면서 또한

자기공명영상을 만드는 길을 찾는,

그런 10년이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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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의 규약을 공동체가 내부에서 스스로 길어내는 힘은

우리 각자의 신앙의 기본도리와 대화의 역량에서..

대화가 전진할 조건을 논하면, 흔히

과거의 역사에 대한 성찰과

현재의 외부도전에 대한 통찰을 말합니다.

그것을 굳이 풀이한다면,

- "이래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과

- "우리가 살아내고 싶은 삶의 원형은 무엇인가"라는 질문.

달리보면, 신앙적 비전가운에 이 세상이 우리를 강제하는

위력 가운데 우리가 지켜내고자 하는 정체성에 대한 긴장

우리 교회의 다음 10년은

- 이전 10년에 대한 성찰과

- 우리가 현재 직면한 도전에 대한 통찰에서 나올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두 가지가 집단지성으로 뜻이 모아질 수 있는가?

개인영성에 머물던 우리의 공동지향에서

집단영성의 공동의 지향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What 과 How 의 문제이기 이전에

Why 와 On what condition의 문제로서

우리 공동체가 깊은 "대화" 가운데

그것을 길어 낼 수 있는가?의 라는 질문과 동격일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수고해 주신 교회이전문제는

마지막 의사결정 단계에서는

"투표", 즉 다수결이 그 대화의 자리를 대신하였지만

비록 이상향일런지는 몰라도

우리가 깊은 대화가운데

전원 일치의 길을 찾는 것을 할 수 없었을까?

라는 상상도 해봅니다.

현실성 문제를 떠나서 깊은 대화의 도전

그에 기반하여 집단영성을 상징하는

공동의 지향을 만들어 내는 도전을 생각해 봅니다.

깊은 대화가 시작되는 지점과

깊은 대화가 단절되는 지점은

일치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우리 각자가 가진 선견과 이미지

그것과 다른 것을

관용하고, 포용할 때 대화는 깊어지고

거부하고, 선을 그을 때 대화는 단절될 것입니다.

딜레마는

이 둘의 경계를 누가 무슨 기준으로 할 것이냐이겠고

끝없이 복잡한 시간낭비만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겠죠.

교회 이전 과정에 우리는 참으로

많은 대화다운 대화를 나누었고

목사님과 우리 회중의 성숙함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대화속에서

어떤 언어는 계속해서 확장된 반면

어떤 언어는 침묵되었습니다.

필요한 경계짓기와 선택이었다고 보지만,

그 경계에 대해

어떻게 그 경계가 만들어 졌는지

우리가 반추하며 읽어낼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이고 얻은 것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복기하는 과정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우리안에 "대화"의 진화가 계속되길 바래봅니다.

이 모든 말의 성찬이 있었지만

다시 돌아가 우리 각가자 "양성자"가 되는 것

지난 주 말씀 처럼

하나님 앞에서

- 세상속에 뿌려진 '흩어진 나그네'요

- 순종함과 피뿌림을 얻기 위해 부름받은 

그러한 우리의 정체성을 늘 새롭게 하는 것

산 소망을 가진 자 답게 사는 것

이 기본기 앞에 부끄러운 저를 돌아봅니다.

오랜 만에 글이 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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