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이스라엘 정탐여행보고(1)
2014
년 2월 28일 자정쯤 떠난 8명의 정탐꾼은 거의 하루만에 목적지인 요르단 암만에 도착했다. 암만공항에 마중 나오신 선교사님 부부와 반갑게 인사를 했다. 차에 짐을 실은 채 우리는 느보산으로 향했다.
느보산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한지 40년 만에 이 산에 당도하여 가나안 땅을 바라본 후 거기서 120세의 일기로 죽은 곳.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에게 마지막 부탁을 하던 모압평지가 아래로 내려다 보였고, 그 넘어 사해가 보였다. 느보산은 크게 높지 않은 능선처럼 보였는데, 산 저편에서 바라보면 골짜기위에 우뚝 선 높은 산 이었다. 이땅에서 모세의 역할이 끝나고, 여호수아를 들어 여리고를 건너가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을 정복케하는 새 임무를 맡기신 하나님의 섭리를 생각해 본다.
사해(염해)
느보산 정상에서 왼쪽으로 프르게 보이는 곳, 사해(염해)로 향했다. 사해에는 그 흔한 돛단배도 찾아볼 수 없는 잔잔한 큰 호수인데, 바다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크고푸르렀다. 사해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고도인 해발 -400m 에 위치해 있는 호수이기 때문에 물이 흘러 고이는 곳이란다. 예전엔 요단강으로 부터 많은 물이 흘러왔지만, 지금은 그 물을 농업용수로 많이 사용하고 있어 흘러 들어오는 물의 양이 점점 줄고 있다고 한다. 마침, 휴일인 금요일이어서 그런지 사해가 바라보이는 언덕에는 나무 한그루 없는 태양볕 임에도 불구하고 소풍 나온 가족들이 많았다. 우리도 사모님이 준비해오신 샌드위치를 먹으며 허기진 배를 채웠다.
사해라고 해서 동식물이 죽어버린 시꺼먼 바다를 상상했는데, 각종 미네랄이 풍부한 보고이기도 할 뿐 아니라, 의외로 푸르고 아름다웠다. 해안선의 가장자리 물길을 따라 둘러 있는 흰 소금 테두리도 신기했다.
다음 날 아침일찍, 서둘러 이스라엘로 향하기 위해 알렌비국경으로 달렸다. 요르단에서 출국하는 과정도 지루하게 길었는데, 이스라엘에 입국하는 과정은 경계가 삼엄하고 까다롭고 또 지루했다. 요르단과 이스라엘은 요단강을 사이에 두고 있어 건너자면 채 10분도 안걸리는 거리였지만, 우리는 이들 국경을 통과하는데 3시간 넘게 걸렸다.
예수님 세례터
이스라엘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요단강 예수님 세례터에 잠깐 들렸다. 요단강의 사이에 두고 이쪽은 이스라엘, 저쪽은 요르단이라는 사실이 신기했다. 예수님이 요단강 가에서 세례를 받으셨는데, 이스라엘도 요르단도 각각 자기쪽에서 세례를 받으셨다고 주장하고 있단다. 요단강가에는 흰가운을 입고 침례를 받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예수님이 이곳에서 세례를 받으시다니...웬지 예수님과 더 가까이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쿰란 공동체
우리는 사해를 내려다 보는 곳에 위치한 쿰란 공동체로 일컬어지는 에세네파가 생활했던 곳을 방문했다. 이들은 기도와 명상에 적합한 쿰란 광야로 나와 검소하고 경건한 생활을 하며 성경을 필사했다고 한다. 성경을 필사하다 “여호와”라는 글이 나오면 정결의식을 행하고 썼다고 하니 이들이 어떤 마음으로 성경을 대했는지 짐작이 간다. 공동체 안에는 수도원장이 살던 곳, 성경을 필사하던 작업식, 정결의식에 사용되던 욕조들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이 공동체는 티투스와 로마군단이 여리고를 침공했을때 사본들을 주변 굴에 숨겨두고 피신했었단다. 이 사본들은 2000년 가까이 사람의 발이 전혀 닿지 않은채 묻혀 있다가 어느날 잃어버린 양을 찾던 한 배두인 소년에 의해 우연히 항아리 안에서 발견되었다고다고 한다. 쿰란에서 발견된 사해사본은 역사적 의미가 매우 클 뿐 아니라, 200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현재 우리가 보는 구약성서와 내용이 거의 같다고 하니 놀라울 뿐이다.
곳곳에 정결의식을 행했던 장소가 있었다.
마사다 요새
곧바로 우리는 부근 광야에 있는 마사다(Masada)요새로 향했다. 이 요새는 B.C. 40-30년사이에 헤롯왕에 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피난처로 지어졌다고 한다. 마사다는 사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거대한 바위덩어리로, 고도가 434m, 너비 320m, 둘레 1,300m의 평탄한 지대로 천여명의 군사를 수용할 수 있는 천연요새다. 헤롯왕은 이곳에 몇 년이고 살 수 있도록 물저장 탱크와 수로, 곡물창고와 병기고, 목욕탕, 호화스런 궁전을 지었지만, 헤롯시대에는 마사다를 이용할 만한 큰 사건을 일어나지 않았다 한다.
헤롯이 죽은 후, 로마제국에 항거하던 유대인 열심당 약 960명이 마사다 요새로 피신해 로마에 대한 항전을 계속했는데, 로마는 마사다를 함락시키기 쉽지 않았다고 한다. 깍아지른 듯한 절벽과 좁은 통로로 접근이 용이하지 않아 함락시키기가 쉽지 않았던 로마군은 절벽에 경사를 완만하게 하는 토담을 쌓아 3년만에 성벽을 허물고 성안을 진격해 들어 갔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싸늘해진 유대인의 주검만 발견했을 뿐이었다. 이들은 이방 로마군의 포로가 되어 율법을 지킬 수 없는 굴욕적인 삶을 사는 것 보다, 차리리 죽음을 선택했던 것이다. 로마군인에게 항전하다가 전원 자살로서 자존심을 지킨 이곳은 이스라엘의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성지로 일컬어 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빗물이 물탱크에 자연스럽게 모이도록 설계된 수로
가이사랴
오늘은 이스라엘의 서쪽에 있는 지중해 연안 가이사랴로 올라갔다. 이스라엘이 메마른 광야로 이루어 졌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스라엘의 비옥한 푸르름은 뜻밖이었다. 이스라엘에 비가 내리면70% 정도가 서쪽으로 흘러내려가서 이곳은 물도 풍부하고 비옥해서 푸르른 평야를 이루고 있었다. 요단강을 건널 때만해도 보이는 곳은 광야 뿐이었는데, 그 넘어 이렇게 젖과 꿀이 흐르는 아름다운 땅을 준비해 두고 계셨다는 사실이 새롭게 다가왔다. 하나님의 약속에는 틀림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옥하고 아름다운 평야에서는 각종 식물들이 자로고 있고, 이스라엘의 7대 식물로 밀, 보리, 석류, 포도, 올리브, 꿀, 무화과를 꼽고 있었다.
가이사랴는 지중해 연안에 건설한 항구도시로 헤롯이 로마황제 가이사랴에게 바쳤던 매우 아름다운 도시로, 이곳을 방문하면서 헤롯왕의 심미안적인 안목에 놀랐다. 이곳은 아라비아를 연결하는 동서무역항의 중심도시였고, 로마에서 파견된 유대총독이 거주하던 곳이었다고 한다. 특히 예수를 재판했던 본디오 빌라도도 이곳에서 살았고, 사도 베드로와 바울이 로마선교를 위해 떠난 항구이기도 했다. 또 바울이 로마로 후송되지 전, 총독 벨렉스에 의해 2년동안 감금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지금 헤롯궁은 흔적만 남아 있었지만, 원형경기장과 원형극장은 아직까지도 이전의 규모와 아름다움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헤롯궁에서 바울이 재판받던 곳에 서서 "당신 뿐 아니라 오늘 내 말을 듣는 모든 사람도 다 이렇게 결박된 것 외에는 나와 같이 되기를 하나님께 원하나니다"라고 담대하게 말하고 있는 그를 기억했다. 앞에 보이는 망망 지중해를 바라보며 비굴한 석방을 택하기 보다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기 위해 로마로 가기로 청했던 바울을 생각해 본다. 바울이 그때 하나님의 뜻을 저버리고 목숨을 구하려 했다면, 아마도 유대인의 꾀임에 걸려 들어 개죽음을 당했을 것이다.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맡겨주신 사명을 분명히 알고, 그 사명에 끝까지 충성하던 신앙선배 바울을 기억하며, 그를 본받고 싶은 마음을 우리는 기도드렸다.
지중해를 바라보도록 설계된 헤롯궁
헤롯궁의 원래 모습
원형극장
풋풋한 신혼부부의 모습 ㅎ ㅎ
바울이 가이사의 재판 자리 앞에 서서 심문을 받던 장소
"만일 내가 불의를 행하여 무슨 죽을 죄를 지었으면 죽기를 사양하지 아니할 것이나 만일 이 사람들이 나를 고발하는 것이 다 사실이 아니면 아무도 나를 그들에게 내 줄 수 없나이다. 내가 가이사께 상소하노라 한대..." (행25:11-12)
지중해를 바다보며 마차경기를 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경기장.
우리는 바울이 재판을 받았던 자리에 둘러 서서 망망한 지중해를 건너 로마에 가서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사명을 끝까지 붙들고 순종했던 신앙의 선배 바울을 생각하며 우리가 과연 어떤 자세로 예수님을 따르며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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