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교회

o 사정 상 성(姓) 으로만 부릅니다.

o 기록한 사람의 눈으로 본 선교 현장이므로 내용이 객관적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첫째 날[10.9]

배웅을 받다. 우리 부부를 태워주고 배웅도 겸해서 나온 이인선 집사님과 이런저런 이야길 하는데 김상환 전도사님 부부가 교회에서 오는 중이라며 배웅하러 오다. ‘어?! 작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불편하기도 하지만 마음이 푸근해 지며 익숙해지지 않는 ‘떠남의 불안함’을 달래준다.

 

돈 들어오다. 인천공항 도착할 즈음에 ‘까톡’ 하는 소리에 핸드폰을 열어 보니 마중물교회에서 돈이 들어오다. 사전에 이야기는 들었지만 우리가 먼저 혜택을 받는다는 게 어색하다. 불현 듯 불안한 생각도 든다. 그 땅에서 무슨 일을 하시려고 이러시는지...

 

짐, 한계 중량을 초과하다. 우리는 당연히 중량 한계가 20kg인 줄 알았는데 15kg이란 안내문이 보인다. 이전에 가지고 있던 지식과 다르고 지금 당장 어찌할 수 있는 방법도 없기에 그냥 가방을 올려놓았는데 그 결과 31kg이나 초과한다고 한다. 하여튼 최 집사는 선교지에 갈 땐 이것저것 챙기는데 많고 특히 이번에는 미리 의논한 메뉴 때문에 무게를 줄일 수가 없었다. ‘거 보세요?!’ 라는 눈빛으로 불편해 하시는 우리 목사님, 그래도 최 집사는 요금을 더 물기로 한다. 초과 중량이 너무 큰 때문인지 21kg만 요금을 더 냈다. 이럴 때 보면 우리의 최 집사 되게 용감하다.

 

박 집사님의 또 다른 면모를 보다. 비행기 좌석티켓을 정하는데 박 집사님이 ‘고 권사님은 가장 앞자리로 한 자리...’ 라고 청한다. 이야길 들어보니 고 권사님은 오늘 아침에 위경련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셨다고 한다. ‘몸이 불편하고 종일 굶으셨으니 자리라도 편한 것으로 주는 게 좋지 않겠어요?’ 라고 우리의 박 집사님께서 말씀을 덧붙인다. 이럴 때 보면 마음이 참 따뜻하다고 생각된다. 다른 때는 그냥 재미있는 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저녁식사, 고 권사님께서 사신다. 우리 팀의 어른이심을 알고 동생들에게 먼저 베푸시려 하신다. ‘어른 노릇하기, 참 어렵다.’ 는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당연히, 기쁘게 저녁을 먹다. ‘머, 누님이시니...’ 라고 생각하면서... 좀 이기적인가? 벌이로 따지면 내가 가장 많이 버는데, 이런 건 카카오톡 id를 ‘남주리’로 바꿔도 잘 바뀌질 않는다.

 

목사님, 신라면 사다. 면세점에서 볼 일이 있기에 일행과 헤어졌다. 인터넷을 통해 산 물품을 찾은 후 탑승할 게이트로 가 앉아 있는데 우리 목사님께서 신라면 한 박스를 안고 오신다. ‘봐요?! 이 안에서도 라면 살 수 있다니까요?’ 라고 하시기에 속으로 ‘와 뒤끝 작렬이시네!’ 라고 생각하면서 웃으며 ‘어, 여기에 ‘육칼’도 팔던가요?’ 라고 묻다. 글구 기념으로 신라면 한 박스를 더 사다.

 

박 집사님은 공황장애? 탑승하니 정말 싼 티가 팍팍 난다. 좌석 줄간의 간격이 좀 좁다. 박 집사님께서 창 쪽에 앉았는데, 앞자리에 앉으신 분이 뒤로 의자를 심하게 젖힌다. 좀 대책 없는 상황이다. 우리의 박 집사님은 상황이 마땅하지 않은 탓인지 어쩔 줄 몰라 하는 듯. 옆에서 내가 그 분에게 좀 조심해 달라고 청해보지만 의자가 정상이 아니라서 어쩔 수 없다며 대답한다. 결국 우리의 눈치 빠른 박 집사님, 고 권사님 옆 자리가 빈 걸 보더니 잽싸게 자리를 옮긴다. 결국 그 자린 빈 자리였나 보다. 태국에 도착할 때 까지 그 자리에서 편히(?) 가시고 만족도도 매우 높은 듯, 눈이 마주칠 때마다 만족스럽게 웃는다.

 

태국 날씨가 미쳤다. 태국에 도착해서 만난 강 선교사님의 일성이다. ‘아, 태국날씨가 미쳤어. 글쎄 열흘이나 계속 비가 내리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날씨는 좋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셨는데, 내 착각이었나?

 

강 선교사님, 방 배정을 내 말 못한 바람대로... 호텔과 임마누엘지도자학교에서의 방 배정을 말씀하시다. 다른 건 안 들리고 우리 부부가 한 방에 배정되었다는 것만 귀에 쏙. 사실 주방 팀 세 분이 한 방에서 지내고 나는 우리 목사님과 또 다른 분등 칙칙한 분위기에서 지낼 각오를 했는데... 주방 팀 중 고 권사님, 박 집사님은 또 다른 참가자와 한 방에서 지내라고 한다. 우리 목사님, ‘우리 교회 팀들이 한 집에서 지내게 될 줄 알았는데...’ 라고 태클을 걸어보지만 우리 든든한 강 선교사님은 아랑곳하지 않는다.(아~ 저리도 든든한 사람이었다니...) 신뢰할 만한 분인 것 같다.

 

조석수를 만나다. 우리의 짐꾼,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섬기는(섬긴다는 이야길 들으면 나는 좀 어딘가 가려운 느낌이 드는데, 정작 말하는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듯 별 느낌이 없다.) 청년인데, 임마누엘지도자학교를 마치고 모겐 부족이 사는 곳까지 간다고 한다. 좀 아니 많이 퉁퉁하고 검고 어느 뒷골목에서 봤으면 피해가야 할 인상인데, 선교현지에서 만나니 좀 쉽게 부려도 별 탈 없는 사람처럼 느껴진다.(실제로 우리 주방 팀과 임마누엘지도자학교의 짐꾼 겸 심부름꾼 역할을 하였다.) 사람 좋아하는 박 집사님, 상냥하게 이야기하며 쉽게 친해진다. 많이 부럽다.

 

숙소인 타운인타운 호텔로 가다. 최 집사님, 작년보다 차가 더 좋다면서 기뻐하다. 호텔 로비에서 강 선교사님께서 체크인하는 동안 로비를 둘러보다가 장식용 꽃이 생화인데 우리 모두 놀라다.

 

각자 배정받은 방으로... 아, 너무 행복하게도 여기에서도 우리 부부는 한 방에서 잔다. 고 권사님, 박 집사님이 한 방에서, 글구 우리 목사님은 김 학감님과... 왜 이리 좋을까? 남의 불행, 나의 행복? 하여튼 아침 8시에 만나기로 하고 각자 방으로...

 

둘째 날[10.10]

어찌 이런 일이... 자고 눈을 뜨니 아침 일곱 시, 만나기로 한 시간이 여덟시라 방에서 뭉그적거리다 넘 배가 고파서 식당으로 가서 기다리기로 하다. 헌데 정말 이런 일이... 고 권사님 방은 이미 식사를 마쳤단다.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함께 하기로 했던 그 맹세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라고 속으로 탄식하며 그냥 사소하게 ‘와 정말 믿을 사람 없네요.’ 라고 말하다. 그 후 우리 부부가 밥을 한참 먹고 있는데, 우리 목사님 8시에 내려오시더니 우리와 똑같은 대사를 하신다. ‘그래도 목사님이니 속마음조차 나와 같지는 않겠지.’ 라고 생각하고 못들은 체 식사를 마치다.

 

김 학감님·최 간사님을 만나다. 시애틀 이 목사님 부부, 전민동 장 목사님 부부, 김 학감님, 최 간사님 등 임마누엘 지도자학교에서 함께 할 분들은 모두 만났다. 당연히 여자는 여자끼리, 남자는 남자끼리 무리를 이뤄 이야기 삼매경에 빠졌는데 나는 정말 우연히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여자들 무리에 끼고, 최 간사님은 남자들 무리에서 심각한 얼굴로 시애틀 이 목사님 말씀을 듣는다. 윗사람하고 함께하지 않는 게, 무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는 게 일하는데 어울 수 있겠지만 일단 마음은 가볍다.

 

임마누엘센터로 가다. 점심을 쌀국수로 때우고 출발하여 임마누엘센터로 가다. 휴게소에서 두 번을 쉬다. 늘 그렇듯 단체로 다니면 다들 어린아이가 되는 가보다. 마치 예비군복을 입혀 놓으면 X가 되듯. 두 번째 휴게소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드시는 는데 나는 평소대로 커피를 마시다. 헉 근데 커피 맛이 정말 훌륭하다.

 

다시 임마누엘 센터가 있는 나콘랏차시마로 가다. 우리나라와 풍경이 다르다. 평평하다. 산이 있긴 한데 우리로 따지면 경기도 고양 근처의 구릉 지대에 있는 낮은 산들과 비슷한 모습이다.

 

센터에 도착하다. 빗속에 배정된 집(방)으로 짐을 옮기다. 조 청년이 대부분을 옮기는데 나도 우리 부부 짐을 옮긴 후 도우려고 하나를 들었는데, ‘아뿔싸!!’ 가장 무거운 박 집사님 이민가방이 걸렸다. 무려 30kg이 넘는... 무겁기도 하고 평소에 짐을 놓던 오른 어깨를 다친 탓에 왼쪽 어깨로 짐을 들어 올리는데 익숙하지 않아 휘청거렸다. 우연히 그 걸 본 우리의 귀요미 박 집사님, 내내 안타까워한다.(국민약골 본색이 드러나 마음은 좀 씁쓸하다.)

 

저녁을 먹고 최 집사의 역작인 빈폴 인견 파자마를 나누다. 빈폴 짝퉁 천으로 만든 파자마(남이 뭐라든 최 집사는 꿋꿋하게 빈폴 이라고 한다.)를 강사진 모두와 일부 간사들에게 나눠주다. 모두 너무 시원하다며 벗질 않더라는, 그 후 저녁 시간의 복장이 통일됐다는 후문을 들었다.

 

다시 군대의 침상을 경험하다. 딱딱한 나무침대, 방 별로 2층 침대 1개와 1인용 침대가 들어있다. 바닥이 딱딱한 탓에 숙면을 취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작은 성과가 있었다. 나이가 비슷한 고 권사님과 최 간사님, 서로 민증을 깠는데 정말 우연히도 생년월일이 같다. 추가로 시간까지 확인해 보니 시간도 얼추 같았다는... 그래서 그런지 좀 성향이 다른데 서로 눈에 띄게 챙겨주기 시작한다. 뭐니 뭐니 해도 역시 또래가 최고다.

 

아침 식사 후 개학 예배를 드리다. 아이들은 8시 반부터 모여서 연습하고 예배는 9시부터 시작하다. 먼저 연습하는 모습을 보니 초등학교 다닐 때 늘 늦게 나오시는 교장 선생님을 떠올리며 추억 속으로...

 

수업을 시작하다. 1단계 90여명은 대형 천막에서, 2단계 20여명은 좀 아담하고 예쁜 흰색 천막 4동을 연결하여 사용하였고 3단계 7명은 유일하게 에어컨이 설치된 오아시스 테라스에서, 4단계 9명은 여학생 숙소 지층에서 강의가 진행되다. 나는 배 사모님 권유대로 4단계 과정을 청강하다.

 

어? 주방이 변했어요. :-) 주방 팀은 오전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악명이 자자했던 주방, 화장실 등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작년보다 정말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게다가 이번에 참가한 간사 중에 미술 하는 친구들이 화장실 외벽에 벽화를 그려놓은 때문인지 사진 찍는 아이도 있다고 한다. 때문에 냄새도, 주방이 화장실 옆에 있다는 거북함도 좀 옅어진 듯.

 

점심을 먹은 후 오늘 저녁 2찬 메뉴를 모둠 소시지 볶음, 야채볶음 두 가지로 정하고 장을 보러가다.

 

시장은 역시 시장이다. 당연히 나는 멋모르고 오후 수업을 참관하였고 주방 팀은 시장으로 갔다. 주방 팀이 시장에 가기 전에는 우리와 생활수준이 다르기에 ‘태국사람은 좀 더 순진(?)하지 않을까?’ 하고 기대했다고 한다. 그런데 정말 시장 사람들 눈치가 빨라서 외국 사람인 줄 금방 알아보고 물정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해서인지 바가지도 씌우고... 그래서 ‘시장은 역시 시장이다.’ 라는 게 소감이다.

 

저녁 식사 준비를 하다. 점심을 먹은 후 식사 준비를 하는데 재료 준비는 오아시스에서, 조리만 주방에서. 나는 주방에서 하는 일만 돕기로 하여 개인시간을 가지다가 4시 30분에 주방으로 공식 복장을 갖추고 가다.

 

임마누엘센터, 꿈으로 채워가다. 주방으로 갔더니 다들 와 계신다. 주방 팀뿐만 아니라 목사님도... 창 밖에서 보다가 안으로 들어가니 보이지 않던 게 보인다. 작년에 듣기론 밥 하는 전기받솥이 하나 밖에 없어서 그 걸로 내내 밥을 한다고 이야길 들었는데 밥솥이 세 개나 있다. 최 집사에게 물어보려 찾는데 눈치 빠른 우리 목사님, ‘아, 밥솥이요? 저랑 장 목사님이랑 하나씩 기부했어요.’ 하신다. 이렇게 빈자리를 채워가며 태국 선교의 꿈도 자라는 듯. 갑자기 우리 목사님이 든든해진다.

 

드뎌 조리하다. 프로판가스통이 버너 바로 옆에 붙어 있고 그나마 하나는 밥솥에 연결되어 있다. 버너 옆에 바로 가스통? 우리나라 같으면 누구든 말릴 텐데 다들 신경 쓰지 않는 듯. 우리도 금방 현지화 되어 현지 간사에게 조리용 버너로 연결해 달라고 요청하고 조리를 시작했다. 소시지와 야채를 볶았는데 시간은 불과 20여분? 작년에 엄청 고생했다는 경험담을 들은 것에 비하면 넘 허망할 정도로 일찍 끝났고, 악명을 떨쳤던 파리도 올해는 볼 수 없다. 최 집사는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한다. 1년 동안 생긴 기후 변화? 믿기지는 않지만 강 선교사님조차 동의하는 바람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마땅하지 않다.

 

저녁 사역을 하다. 박 집사님이 파마기술이 있어서 서비스하기로 하고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해 우리 이 목사님과 최 간사님을 모델로 하다. 우리의 이 목사님, 정말 아무런 스스럼도 없이 주방 팀 여자들과 잘 어울리고 농담도 잘 하시는데 교회에서 보지 못하던 모습이라 약간의 생소함과 함께 작은 배신감도 든다.

 

 

셋째 날[10.11]

아침에 운동을 하다. 고 권사님과 최 간사님은 산책을 겸해 사진을 찍으러 먼저 나가고 나와 아내는 운동장으로 향하였다. 운동장 근처에서 인증사진을 찍은 후 목사님 뒤를 따라 달리는데 운동 인증사진도 한 장씩 찰칵.

 

어, 물이 안 나오네? 운동을 마친 수 씻으러 숙소에 갔더니 물이 안 나온다. 한 참 기다려도 물이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기에 밖에 있는 수도로 가서 머리를 감고 수건을 적셔서 몸을 닦다. 반면에 우리 목사님은 머리에 비누칠을 했는데 물이 끊겨서 그냥 수건으로 닦으셨다고...

 

오전일과를 진행하다. 오전 수업은 8시 30분에 시작해서 12시까지, 오후 수업은 두시부터 세시 반까지 진행된다. 그 이후 시간은 아이들 자율시간인데 현지 간사들이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놀기도 하고 축구도 하고 찬양하기도 한다.

 

우해석 집사님 커피로 강사진을 섬기다. 그동안 우리 주방 팀 숙소에서 우 집사님 주신 커피로 ‘소소하고 은밀하게’ 우리 주방 팀만 커피를 즐기다가 나중에 못 먹더라도 함께 즐기면 그 기쁨이 배가 된다는 주방 팀의 공통된 생각을 따라 콩 봉지를 통째로 들고 가서 점심 식사 후에 커피를 서비스하다. 배 사모님께서 엄청 즐거워하신다.

 

김 학감님, 선교사로 등업하다. 점심을 먹고 엉거주춤 일어서려고 하는데 갑자기 시애틀 이 목사님께서 회의를 하자고 하신다. ‘아, 무거운 이야기는 질색인데...’ 라고 생각하며 앉았다. 그런데 뜬금없이 시애틀 이 목사님께서 김 학감님께 ‘언제부터 여기 왔었지?’ 하시자 김 학감님께서 답을 하신다. 그러자 시애틀 이 목사님께서 ‘그러면 때가 되었으니 앞으로 우리들 사이에선 ’선교사‘ 라고 하자’ 고 말씀하신다. 그 말씀을 듣곤 김 학감님의 얼굴이 발갛게 상기된다. ‘어~ 엄청 좋으신가 보다.’ 하긴 나라고 하더라도 저리 무뚝뚝하고 말이 없으신 대빵에게 공개적인 자리에서 칭찬이나 인정을 받으면 좋긴 하겠다. 갑자기 전체 분위기가 달아오르며 다들 축하해 준다.

 

우리의 박 집사님, 축하공연을 하다. 어쩌다 박 집사님께 발언기회가 갔는데 춤 이야길 하시며 자랑하신다. 당연히 주변에서는 함 보여 달라는 요청이 빗발치는데... 나 같으면 저리 자랑할 일 조차도 없겠지만, 저렇게 보여 달라고 사람들이 이야기하더라도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고 꼼짝도 하지 않을 텐데 우리의 박 집사님은 나랑 뭔가 많이 다르다. 벌떡 일어나더니 테라스로 나가신다. 그리고 김영임의 ‘노들강변’에 맞춰서 춤을 춘다. ‘흠, 참으로 알기 쉬운 분이다.’ 물론 그에 앞서서 우리 주방 팀 앞에서 자랑하신 적이 있으시고 그 때 내가 벅스에서 그 창을 다운받아 놓았었다.

 

태국 국왕이 위독하다. 박식하고 발 넓으신 김 선교사님께서 불현 듯 태국 국왕이 위독하다는 이야길 한다. ‘워낙 국민들에게 존경을 받아온 반면 그 아들은 망나니인 때문에 앞으로 변화가 클 것 같다.’ 고 하자 강사진은 사역에 미칠 파장을 이야기하며 토론에 들어가다.

 

내 일정 셋팅하다. 오전에는 수업참관, 점심 식사 이후 조리할 때까지는 자유 시간으로 정했다. 그 시간에는 묵상 잠깐, 그리고 내 동굴에서 오래 머물기 등으로 구성하다.

 

산통 깨다. 쉬는 시간이면 늘 스마트폰을 들고 있으니 경건하게 살려고 힘쓰시는 우리 고 권사님과 우리 부부가 존경하는 목사님 간 대화록.

누님 : 이 집사는 성경이 그리도 재미있어?

이 집사 : ???

목사님 : (마구마구 웃으시더니) ‘아, 이 집사님은 인터넷과 스마트폰만 있으면 어디서나 행복하세요. 왜냐하면 무협지가 있으니까...’

누님 : :-(

 

이 집사, 하나님의 손길을 느끼다. 자유시간이다. 다른 분들은 식재료를 준비한다고 오아시스로 가고 나는 베란다에서 멀리 풍경을 바라보다. 방콕에는 폭우가 쏟아진다고 하는데 문득 바람까지 느껴진다. 역시 초짜가 이런 데 온다고 하니 하나님께서 엄청 신경을 쓰시나보다. 아니면 다시는 오지 않을 터이니...

오아시스에서 저녁을 먹다. 강사들과 식사하는 때문에 태국에서의 식사라고 하기 엔 좀 뭣하다. 왜냐하면 고 권사님께서 강사진 섬기시려고 따로 준비하신 반찬이 있어서 식사의 질은 오히려 집에서 먹을 때보다 훨씬 더 낫다.

 

주방 팀, 야시장 가다. 강 선교사님께서 ‘밤에 큰 장이 열린다.’ 고 하시며 야시장을 가자고 하신다. 나도 날름 따라 나선다. 감자 닭볶음, 칠리새우 등을 하는데 필요한 재료를 사는데 옆에서 지켜보기에도 민망하게 현지 상인들이 자기들끼리 눈을 껌벅이며 가격을 올린다. ‘헐 이래서 시장은 역시 시장이구나.’ 라고 나도 동감하다.

 

이 집사, 헛다리짚다. 태국에 올 때 내심 ‘동남아에서 나는 과일은 다 먹어볼 수 있겠지?’ 라고 기대했고 주방 팀이 시장갈 때면 애교를 떨며 고 권사님께 ‘누님, 과일 좀...’ 라고 했지만 늘 돌아오는 건 익히 눈에 익은 과일 뿐이다. 그래서 야시장에서 최 집사에게 ‘과일 좀...’ 하며 붙어 다녔는데 철도 좀 지났고 넘 늦게 시장에 간 때문인지 일부 가게는 문을 닫아 먹고 싶은 과일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짐꾼 노릇만 하였을 뿐이고...

 

강 선교사님은 아기 입맛? 시장을 보고 나와서 차를 기다리다가 신기한 걸 봤다. 우리나라로 이야기하자면 ‘띠기’에 해당하는 듯한데 ‘난’ 이라는 밀가루 철판구이라고 한다. 그 속에 달달한 설탕을 넣어서 판다. 강 선교사님은 이 시장에 올 때마다 사 먹는다며 하나를 사서 모두 나눠먹었는데 강 선교사님께선 부족한 듯 ‘하나 더’를 외친다.

 

배 사모님께서 낚시찌를 드리우다. ‘아, 요즘 간사들이 너무 힘들데, 뭐 사실 애들이나 마찬가진데 학생들 밥 해 주기가 여간 된 게 아니지’ 라고 하신다. 무슨 의도일까? 숨겨진 의도가 있는 발언인 듯.

 

김 선교사님, 파마하다. ‘나만 당할 수는 없다’는 생각 때문인지 아님 감동하시고 고객을 모시고 오신 건지 모르겠으나 우리 목사님, 김 선교사님을 동반하고 오시다. 김 선교사님께서 파마를 해 달라고 자원하다. 권 선교사님께선 내일 있을 우 선교사님 염색이 걱정되는지 정찰을 나오시고... 결국 우리 목사님 방 식구 모두가 주방 팀 숙소로 오신 셈. 박 집사께서 파마를 끝낸 후 ‘우리 목사님 할 때보다 더 잘 되었네요?’ 라고 이야기하니 김 선교사님께서 거울을 본다. 그래도 아내의 검증은 받아야 하는지 사진을 찍어달라고 말씀하신다. 후문에 아내 분과 딸이 무척 좋아했다고...

 

 

넷째 날[10.12]

달리기하다. 내가 뛰러 가는 걸 보시고 우리 목사님과 권 선교사님 함께 나오다가 권 선교사님은 마음이 바뀌어서 되돌아가시고 목사님만 함께 뛰었다. 다행스럽게도 오늘은 물이 잘 나왔다. 어제 마중물 우물에서 숙소로 오는 배관을 바꾸더니 사정이 좀 나아졌나보다.

 

박 집사님, 불퉁거리고 투덜대기 시작하다. 이유? 당연히 모른다. 여자의 마음을 어찌 알 수 있으리요마는 늘 쾌활하고 문제가 없던 분이 달라지니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드뎌 올 것이 오다. 배 사모님께서 고 권사님께 공식적으로 요청하시다. 마지막 날 아침을 우리 팀에서 담당해 달라고... 고 권사님께선 즉답을 미루고 오셔서 의논하시자고 하신다. 뭐 ‘답정너’인데, 뭘 그리 고민하시는지,,,

 

아이들에게 샌드위치를 해 주다. 예정에 없었던 거지만 마지막 날 아침 식사에 대한 요청을 수용하기로 하고 메뉴를 정하다. 최 간사님 제안을 따라 샌드위치(땅콩버터+바나나)를 만들기로 했다. 1인당 1.5개 이상은 있어야 하니 빵을 많이 살 수 있는 곳으로 장을 보러 가기로 하고 배 사모님께 배차를 요청한 후 외출 준비를 하다.

 

배 사모님께서 준비된 사람의 전형을 보여주다. 설거지 시간에 주방 팀에 요청하고 일정과 사람을 조정하고 결국 차량 배차까지 당신이 바라는 걸 시행하려고 준비된 모습을 보여주다. 송 선교사님께서 우리를 안내하기로 하셨다. 주방 팀과 깍두기(?)인 최 간사님까지 함께 가다. 우리의 박 집사님께서 입을 삐죽인다. ‘복잡한데 왜 끼는지 모르겠다고...’ 나만 듣게 이야기하지만 나는 괜히 자격지심에 은근히 켕긴다. 주방 팀 청일점이고 별 역할이 없기 때문에...

 

호랏 Lotus에 가다. 추억거리를 남기려고 무리해서 주문을 하다. 재정은 좀 부족하지만 이럴 때 좀 사치를 부리지 않으면 고생한 기억 밖에 남질 않기에 KFC를 가자고 했다. 치킨 한 마리에 각각 햄버거 세트메뉴로, 무려 1,000바트나 들었다. 장보기 미션 20분, 살 게 식빵 20줄, 바나나, 땅콩버터, 두유 200개. 눈에 불을 켜고 찾아 카트에 넣고 계산하고, 정말 번갯불에 콩 구워먹는다는 게 이런 걸까?

 

송 선교사님, 강 선교사님께 대리통역을 부탁하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들려주는 말. 생활용어와 성경, 믿음을 설명하는 단어 등이 달라서 통역이 정말 어렵다고 말씀하신다. 아니나 다를까 대리 통역을 요청받은 강 선교사님 반응이 멀리 떨어져 있지만 정말 난감해 하는 몸짓이 보이는 듯 느껴진다.

 

송 선교사님, ‘태국에도 있을 건 다 있어요.’ 라고 외치다. 우연히 짐을 부칠 때 중량 초과로 벌칙요금을 문 이야길 하는 데 송 선교사님께서 말씀하신다. ‘태국에서도 김치가 배달됩니다. 쏘시지, 햄 등도 큰 마트에 가면 다 있습니다. 김치는 우리 배추로 하는 게 아니라서 식감이 좀 떨어지긴 하지만 맛은 비슷해요.’ 우리의 최 집사, ‘어? 왜 작년엔 그 말씀을 안 하셨어요?’ 벌칙요금 문 게 좀 억울하지만 그래도 내년에는 짐 때문에 고생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인지 주방 팀 얼굴이 모두 환해진다.

 

야외 조리실을 새로 꾸미다. 프로판가스 통과 버너가 바로 옆에 있으면 폭발위험도 있고 새어 나오는 가스 때문에 위험하다고 했더니 야외에서 조리하도록 꾸몄다고 한다. 야외조리실이라 해야 별거 없고 어제까지 쓰던 프로판가스 통과 버너는 여전히 붙어 있고, 한 쪽에 방치돼 있던 스테인리스 조리대를 쓸 수 있도록 배치해 두었다. 물론 장소는 야외 화장실 바로 옆이다.

 

이 집사에게 지름신이 임하다. ‘주방을 안전하게 꾸미는데 얼마나 드냐?’ 현지 간사에게 물었더니 우리 돈으로 50만 원정도면 가능하다고 한다. ‘어, 그래요? 그 정도면 제가 해 드리죠, 뭐.’ 라고 한 후에 옆에 계시던 우리 목사님께 내년에 잊지 말고 이야기해달라고 부탁하다.(요즘엔 나이 탓인지 전화 번호 조차 듣고 돌아서면 잊기에 메모하든가 누군가에게 기억해 달라고 부탁해야 한다.)

 

메인과 보조의 차이는 바로 도구? 제육볶음을 하는데 여전히 나는 보조와 함께. 박 집사님께서 뒤집개로 조리하다가 성에 차질 않는지 손으로 돼지 주물럭을 뒤집는다. 문득 놀리고 싶은 생각에 묻는다. ‘집사님, 메인과 보조의 차이가 뭔지 아시나요?’ 묻는 얼굴이기에 ‘메인은 우아하게 도구를 사용하고 보조는 효율만 따져서 몸으로 때워요.’ 라고 이야기한다. 어~ 근데 반응이 없다. ‘아, 어찌할꼬? 화로다 내 입이요... ㅠㅠ’

 

기다리는 아이들. 배식하려면 아직 멀었다고 하는데도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한 듯이 자기들끼리 뭐라 뭐라 한다. 우 선교사님께서 와서 듣더니 먼저 돌아가야 해서 식사를 해야 한단다.

 

우 선교사님 염색하다. 근데 난데없이 박 집사님께서 가위춤을 춘다. 한국무용을 배운다고 하더니 춤추는 태가 범상치 않긴 한데 다들 의아한 듯. 뭐 본인 이야기로는 머리끝이 상해 잘라내야 하는데 가위를 처음으로 쓰다 보니 뻣뻣하더란다. 그래서 가위춤을 추며 엿장수 가위질 하듯 움직여서 쓰기 쉽게 만들었단다.

 

우 선교사님 염색, 성공적으로 끝나다. 무려 먹물오징어로 만든 약으로 한 것이니 더 잘 된 듯?! 권 선교사님께서 불안한 듯 처음 시작할 때 정찰을 하며 지켜보더니 이내 자리를 뜬다. 포기했다는 건지 아님 생각보다 잘 하는 듯해서 안심이 된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 어찌됐든 이 미션도 성공.

 

샌드위치 어떻게 할지 의논하기 위해 배 사모님, 이 사모님께서 우리 집으로 오시다. 일단 손이 많이 가니 새벽부터 음식을 만들기로 입을 맞추고 6:00에 오아시스에서 만나기로 하다

 

마지막 밤은 언제나 뜨겁다? 바비큐 파티를 해 주기로 현지 간사들이 약속을 해서 그 전에 아이들이 밤을 불태울 거란다. 여기 아이들은 어떻게 노는지 궁금해서 나만 빼고 다들 나가서 구경을 하는데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단다. 게임에 빠진 우리 아이들은 혼자 지내는 게 익숙한 반면 여기 모인 아이들은 함께 모여서 게임을 하는데 익숙한 듯. 뭔가 게임을 하고 걸린 아이가 나와서 장기 자랑을 하는데 다들 멈칫거리거나 거리끼는 기색이 없고, 그 중 한 아이가 춤을 추는데 솜씨가 ‘동영상에서 보던 클럽의 풍경은 저리가라’ 라고 탄복하는 우리의 박 집사님.

 

다섯째 날[10.13]

뭔가 거실에서 웅성거리는 기색에 잠을 깨다. 시간을 보니 아직 멀었기에 ‘오늘은 내일 한시까지 이리저리 다녀야 할 텐데...’하는 생각을 하면서 더 자다. 알람에 맞춰 일어난 후 씻고 조리실인 오아시스로 갔더니 믿었던 우리의 목사님, 왜 이리 늦게 오냐며 타박하신다. 무슨 말씀이냐고 시계를 보여드리다.

 

이 집사, 실패하다. 늦게 도착한 탓에 다른 분이 하는 걸 지켜보며 요령을 알고 난 후 빵에 땅콩버터를 바르는데 누군가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잘 아는 분이 ‘그렇게 하면 재료가 모자라요’ 라고 면박을 준다. 할 수 없이 보직을 바꿔서 그냥 커피를 내리기로 하다. 우 집사님께서 주신 커피로 비몽사몽간인 주방 팀의 잠을 깨우다. 아니 향기가 사람을 깨운다. 생각해보면 다들 역할이 다르지만 그 마음이 모여서 이리 흘러간다고 생각하니 왠지 숙연함이 느껴진다. 그 떠들썩한 분위기에서 나 홀로 침묵에 빠져들다.

 

짐을 싣다. 태국에 도착할 땐 ‘어떤 일들이 기다릴까?’ 하고 약간의 불안함과 기대가 있었는데 벌써 끝이다. 아침을 먹고, 짐을 정리하고 청소하고 짐을 싣는다. 우리의 조 청년이 끝까지 애를 쓴다.

 

다음엔 몸 쓰는 거 말고... 방콕으로 되돌아 길에 올 때 들렸던 휴게소를 다시 들른다. 역시 패턴은 바뀌지 않고 모두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우연히 자릴 잡은 게 대빵이신 시애틀 이 목사님 앞이다. 소감을 물으신다. 교육대상에 대한 연구, 아이들이 사회에서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직업 연계교육 등 두 가지로 느낀 점을 간추려서 말씀을 드렸다. 직업 교육은 생각하시고 계셨던 듯 조 청년– 자동차 정비사 -을 거론하며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하시며 ‘다음엔 몸 쓰는 거 말고 다른 일로 오는 게 좋겠다.’ 고 말씀하신다.

 

저녁은 샤브샤브로 거하게... 숙소였던 타운인타운 호텔 근처에 주차하고 도보로 대형 마트 안에 있는 샤브샤브 음식점으로 가다. 리모델링하는 상점이 있는 탓인지 실내에 본드 냄새가 가득하다. 맘껏 흡입하며 음식점에 도착하니 역시 전통대로 편을 가른다. 남자와 여자, 남자는 좌석 수를 헤아리더니 나이 드신 분들과 좀 젊은 사람 그룹으로 나눈다. 다행히 나는 젊은 사람 편에 들어가서 편하게 저녁을 먹다.

 

‘설빙’이 방콕에도? 저녁을 먹은 후에 관성대로 간식을 찾는다. 장 목사님께서 ‘선교사께서 하시는 ‘설빙’ 가게가 있다.’ 고 말씀하시며 일행을 이끄신다. 가게가 그리 크지 않아서 우리가 모든 좌석을 점령하고 편안하게, 느긋하게(서비스 속도 때문) 팥빙수를 즐기다. 솔직히 배가 넘 불러서 별로 ‘땡기질’ 않는데 다른 분들은 정말 밥 배와 간식 배가 따로 있는 걸까?

 

타운인타운 호텔 앞에서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헤어지다.

 

검은 물결을 보다. 태국 국왕이 서거했다고 해도 나와는 별 상관이 없다 생각하였는데 내 옷차림[초록색 티셔츠, 청바지]이 은근히 신경이 쓰인다. 선물을 사기 위해 들른 대형 할인매장 안에서도, 거리도 온통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마치 검은 파도가 길과 매장을 덮은 때문이다. 권 선교사님의 말씀, ‘우리 딸들은 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지금 공부하러 한국에 가 있는데, 통화하던 중에 국왕이 서거했다는 소식을 알리자 울더라.’ 뭥미?

 

기시감을 느끼다. 선물 살 게 없다고 하더니 할인마트에서 곡물 바람이 불다. 곁에서 지켜보며 ‘무게가 꽤 나갈 텐데...’ 하며 걱정하며 벌칙요금의 아픈 추억을 떠올리다. (공항에서) 그제야 생각난 듯 수하물 무게를 걱정하더니만 급기가 그 사람 많은 곳에서 가방을 열고 그 속 깊은 곳을 모두에게 보이며 짐을 정리하다. 다행스럽게도 무게를 쟀더니 61kg. ‘딱 맞춤’ 이라며 모두 기뻐하다.

 

아~ 리더의 책임감. 돌아갈 때라도 편하자고 목사님께 줄 간 간격이 좀 넓은 좌석으로 해 달라고 요청하다. 1번 줄과 비상구 있는 줄이 좀 넓고 지금 남은 좌석이 1번 줄에 한 자리, 비상구 있는 줄에 네 자리가 있다고 한다. 이를 위한 비용을 걷어 드리다. 근데 탑승하니 우리는 비상구 줄에 편히 자리 잡는데 우리 목사님은 비상구 줄 바로 앞줄의 통로 옆 좌석에 몸을 구겨서 넣는다. 후에 들어보니 60대는 비상구가 있는 줄에는 앉을 수 없다고 한다. 민망한 마음에 자리를 바꾸자고 이야기해 보지만 우리 목사님 ‘그냥 편안하게 가세요.’ 라고 말씀하신다. ‘문제아들을 가까운 곳에 두고 보려는 생각이신가?’ 라고 삐뚤게도 생각해 보려 했지만 평소 그 마음을 대충 알기에 감동이 밀려온다.

 

우리의 박 집사님, 가위·치약을 빼앗기다. 태국 공항에서 보안검색대를 통화하는데 우리의 박 집사님, 호출을 당하다. 기내에 들고 갈 가방에서 가위, 치약 등이 나오고 말은 통하지 않지만 다시 밖으로 나가서 짐으로 부칠 것인지를 묻는다. 거절하고 주섬주섬 가방을 다시 꾸려서 나오는데 우리의 박 집사님, 한 말씀 하시다. ‘아! 다행이지 뭐야. 그 안에 치약이 두 개 있었는데, 싼 것만 가져갔네?!’ 뒤를 잇는 뉘앙스는 ‘어휴, 바보들 같으니라고...’ 인데 우리 일행의 생각은 글쎄, 여기에선 말할 수 없다.

 

이은영 사모님·박선애 집사님, 마중을 나오다. 드디어 대전에 도착하여 북대전 IC 만남의 광장에서 두 분을 만나다. 고 권사님과 박 집사님은 우리 목사님께서 태워 주시기로 하고, 나와 최 집사는 박선애 집사님께서 태워 주기로 의견을 정리하다. 그 후 다시 가방을 열어서 원래대로 짐을 정리하고, 우리는 아무런 선물을 준비하지 않았기에 맘씨 좋은 우리 박 집사님 초콜릿을 두 개 빼앗아 챙겼다. 그리고 ‘조카들에게 주세요. 미리 선물 준비하지 못해 죄송해요.’ 하며 박선애 집사님께 드리다.

 

역시 뭐니 뭐니 해도 집인가? 짐을 들고 집에 들어가는데 불현 듯 밀려오는 평안함. 게다가 내일 야외예배도 비 때문에 미뤄지고 그냥 쉬면된다. ‘역시 집이 최고다.’ 를 외치며 침대에 몸을 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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