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의 시리아 난민사역
이스라엘 정탐을 마치고 요르단으로 다시 돌아왔다. 오전에는 시리아난민의 살렘 교육센터에 방문해서 어린이들과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오래 전부터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정착했던 동네에 들어오니 건물이 허름해 보였다.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요르단으로 들어온 시리아 난민들은 이 허름한 팔레스타인 지역에 세를 들어 있었다. 아이들과 부인들을 위한 센터 건물은 넓직하고 반듯했다. 그러나 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 안타까왔다. 선교사님은 우리교회가 학습센터를 빌리는데 마중물의 역할을 한 것에 대해 매우 고마워했다.
학습센터
센터에는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아이들이 반갑고 활발하게 우리를 반겼다. 아이들은 긴 책상에 친척과 가문끼리 뭉쳐서 앉았다. 첫 시간은 영어시간으로 우리는 이 시간을 맡아 운영하기로 했다. 아이들은 이제까지 알파벳 G까지 배웠다고 하는데, 좀 시끄럽지만 열의를 가지고 수업에 임했다. 우리는 그룹으로 나누어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가르친다고 해 봐야 A is for Apple, B is for Ball, C is for Cake..등등을 가르키는 정도였는데, 아이들은 잘 따라했다. 빠르게 습득하는 아이, 좀 더디지만 마음만 급한 아이, 조용한 아이, 표현이 많아 시끄러운 아이들 다양했지만, 모두 선생님의 칭찬과 인정을 받고 싶어했고, 따뜻한 정이 많았다.
영어수업 장면
영어공부를 마치고 센터에서는 간단한 간식을 제공했다. 아이들은 아침을 굶고 오기 때
문에 센터에서는 넉넉한 빵과 찍어먹는 호무스를 제공한다고 한다. 배고픈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제공할 수 있어 참 감사했다.
다음 시간은 아랍어 수업이었다. 아이들은 아랍말은 할 수 있지만 쓰는 것은 서툴러 아랍어 쓰기를 가르친다고 한다. 이미 말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조금만 가르치면 쓸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받아쓰기를 시켰는데, 몇 주 되지 않아 벌써 아랍어쓰기를 익힌 아이들도 있어 보람이 있다고 했다.
수업을 마친 후, 목사님께서 우리나라도 동족의 어려운 전쟁을 겪었기 때문에 너희들을 이해한다고 하자 "슈크란(감사하다)"이라고 아이들은 말했다. 우리나라도 시리아와 마찬가지고 전쟁의 고통을 경험했다는 사실이 큰 위로가 되는 듯 했다. 목사님은 부디 낙심하지 말고 열심히 공부하라고 격려의 말씀을 전해 주었다. 또한 이날 6주 동안 빠지지 않고 출석한 아이들을 위해 상품을 주었다. 우리가 준비해 간 선물로 상품이 풍성해져 기뻐하는 아이들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
학습센터에서는 일주일에 2번 시리아 여성들에게 뭔가 생산적인 일을 통해 생활에 도움이 되는 사역을 제공하고 싶다는 생각하에 비즈공예를 시작했다고 한다. 사모님의 인도하에 진행되는데, 아직은 소수의 인원만 참석하지만 조금씩 참석하는 인원이 늘고 있다고 했다.
오후에는 시리아 난민가정을 방문했다. 난민가정 중 센터에 나오는 가정을 중심으로 방문하기로 했다. 선교사님과 사모님이 각각 리더가 되어 두팀이 각 3가정씩을 방문하기로 했다. 이미 그 지역의 난민들 가정을 수시로 방문하고 섬기고 계셨기에 가정들은 우리를 스스럼 없이 우리를 받아 들였다. 선교사님은 300여 가정의 사정과 형편을 꼼꼼하게 파악하고 계셨고, 각 형편에 따라 돌봄과 전도를 진행해 오고 계셨다. 함께 다니며 선교사님이 어떤 자세로 섬기고 사역하시는가를 볼 수 있었다.
첫번째 방문한 가족은 전쟁 중 엄마를 잃고, 아빠는 병원에 나가 안계시는 가정이었는데,16세의 큰딸이 엄마 대신 가정과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다. 벽은 허물어지고, 지붕은 뚫려 있는 집이었지만, 딸은 집을 꺌끔하게 청소해 놓았다. 한참 꿈을 꿀 나이지만, 딸은 학교도 다니지 않고 가정을 꾸리고 있었다. 시리아에서는 학교도 다녔고, 우주비행 과학자가 되고 싶은 꿈도 있었지만, 지금은 떠나온 나라와 고향을 그리워하고 모든 꿈도 잃었다고 말했다. 꼬마 동생들은 학교도 다니지 않고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과 몰려 다니며 놀고 있었다. 7살짜리 동생은 폭탄의 파편이 손에 박혀 손이 썩어 들어가 손목까지 잘랐다고 한다. 꼬마가 손을 늘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모습이 애처로워 보였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 이유는 시리아 난민의 아동들이 학교에서 팔레스타인 아이들에게 구타와 왕따를 당하기 때문에 학교 가기를 싫어할 뿐 아니라, 부모들도 배움에 대한 중요성을 잘 알지 못해 아이를 굳이 학교에 보내지 않고 있다고 한다. 미래가 없이 시간을 낭비하는 이들의 사정이 안타까웠다.
두번째 방문 가족은 남편이 반군으로 부상 중이어서 아직 시리아 병원에 있지만, 4개월째 연락이 없어 생사를 알 수 없다고 했다. 할아버지와 친척들이 어우러져 서로 이웃에 살고 있는 이 가족은 많은 사람들도 붐볐다. 할아버지는 러시아군이 아이를 죽이고, 도시를 폭격한 사건으로 큰 쇼크를 받았는지 계속해서 소리를 높여 러시아군의 잔인함을 비난했다. 맞은 편에 앉아 있던 며느리는 목청을 높여 자신의 어려운 형편을 계속해서 시끄럽게 호소했다. 작은 방에서 두 사람이 목청껏 긴 하소연을 하는 시끄러운 소리가 슬프게 들려 왔다. 난민은 인권도 없냐는 이들의 소리가 마음 아팠다. 이 가정에도 아이들이 많이 있었는데, 이모네, 아들네, 사돈의 팔촌 친척들이 모여 살고 또래 아이들은 몰려 다니며 나름 재미있게 지내고 있었다. 친척들이 모여 살아 덜 외로울수는 있겠지만, 예수님을 전하거나 받아들이는데 큰 집단 압력이 된다는 이야기가 수긍이 갔다.
마지막 방문 가정에 들어가자마자 아내는 남편의 신장이 나쁘니 도와달라고 진단서를 건네둔다. 우리는 그저 작은 선물을 들고 방문을 하는데, 이들은 여러모로 더 큰 도움을 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이들의 삶이 척박하고 힘겨운 듯 보였다. 이 집도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지만, 딸은 센터에 보내고 있어 감사했다. 그러나 어린 꼬마는 코란을 외우게 하는 유치원에 보낸다고 한다. 이 집도 친척 3가구가 함께 모여 있었는데, 그 중에는 며칠 전 그 집에 합류했다는 젊은 부인도 있었다. 22세의 애 띈 부인인데, 벌써 아이가 세이나 있다고 한다. 서류를 보다 그녀의 생일이 그 다음 날인 것을 알아차린 우리가 그녀에게 이야기를 하니 놀라면서 다음날이 생일인지 잊어버렸다고 말했다. 사느냐고 정신이 없어 생일을 기억하는 것 조차 그녀에게는 사치인 듯 싶었다. 우리는 둘러 앉아 생일축하 노래를 불렀다. 생일노래가 슬프게 들렸다.
소년이 그린 그림에는 군인과 탱크가 있었다.
우리가 방문한 집에 한 아주머니가 들어와 자기집에도 방문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그녀도 먹을 것도 없고 힘들다고 호소를 했다. 집밖을 나가보니 여러 아주머니들과 아이들이 자기집도 방문해 달라고 요청을 했다. 궁핍한 이들을 더 많이 도와줄 수 없는 사정이 딱했다.
거리 시장에 나가자 어린 소년들이 빵집에서, 과일가게에서 허드레일을 하며 돈을 벌고 있었다. 시리아 난민이 요르단에서 일하는 것이 금지 되어 있어서 어른들 대신 아이들이 푼돈이라도 벌기 위해 돈벌이에 나갈 수 밖에 없는 처지가 안타까왔다. 부지런하게 일하고 있는 이들이 대견하면서도 안쓰럽게 느껴졌다.
이번 요르단-이스라엘 정탐 여행 중 더 많은 것들을 보고 경험했으나, 이상으로 보고를 마칩니다. 혹시 더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정탐팀 멤버들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하시기 바라며, 혹시라도 잘못된 기록이나 정보가 있을때는 알려 주시면 즉시 수정하겠습니다. 여러모로 기도와 물질로 후원해 주신 마중물 식구들에게 정탐팀 8명은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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