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교회

사도행전 1:9-15 / 남겨진 제자들

사도행전 1장 - 3 남겨진 제자들.mp3

 

지난 10월 9일 지구촌교회 원로목사님인 이동원 목사님의 아들이 42세의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자녀를 먼저 보낸 아버지로서 슬픔 가운데 손양원 목사님께 배운 10가지 감사라는 글을 쓰셨습니다. 1. 아들이 그 지독한 암의 통증에서 해방되어 감사합니다. 2. 영광의 나라 천국에 입성하여 감사합니다. 3. 그동안 유머가 많았던 아들을 인해 누린 기쁨을 인해 감사합니다. 4. 단 한번도 불평없이 자랑만 하던 아내와 애교덩어리 손자를 남겨주어 감사합니다. 5. 어려서 게임을 좋아하더니 게임변호사가 된 것 감사합니다. 6. 아들의 고통을 통해 예수님을 내어주신 하늘 아버지의 고통을 알게하심 감사합니다. 7. 아들의 암투병을 통해 수많은 암환자의 고통과 연대하게 된 것 감사합니다. 8. 또한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수많은 부모들의 고통과 연대하게 되어 감사합니다. 9. 아들의 치유를 위해 기도한 수많은 중보 기도자들과 한 지체가 되어 감사합니다. 10. 아들이 간 천국을 더 가까이 소망하게 되어 감사 감사합니다. 상실의 아픔 속에서도 감사하는 모습이 감동이 됩니다. 그렇지만 그래도 자녀들은 물론이고 아내보다도 먼저 하나님이 불러 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떠난 사람보다 남은 사람이 더 힘겨운 것 같습니다.

 

제가 죠이선교회 대표를 마치고 이취임식을 할 때, 그만두는 것으로 인한 서운함은 별로 없었습니다. 마쳤다는 홀가분함과 취임하는 후임 대표에 대한 측은함이 있었습니다. 이런 것과는 다를지 모르겠지만 예수님이 승천하시고 남겨진 제자들의 마음도 예수님의 부활과 승천을 목격했다는 기쁨과 영광보다는 예수님이 안 계신 이 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막막함이 더 크지 않았을까 합니다. 사도행전은 남겨진 제자들이 이 막막함을 어떻게 헤쳐갔나, 아니 헤쳐간 정도가 아니라 어떻게 로마에까지 복음을 증거하게 되었는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오늘 본문이 예수님이 떠나시고 남겨진 제자들에 대한 첫 기록입니다.

 

 

본 그대로 오시리라

 

예수님은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라는 말씀을 남기시고 제자들이 보는 가운데 하늘로 올라가셨습니다. 참으로 황홀한 광경이었을 것입니다. 승천하시는 예수님을 보았다는 것은 가문의 영광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과 함께 지냈다는 것만으로도 신비롭고, 자랑거리가 되지 않았겠습니까? 그런데 승천하는 광경까지 목격한 것입니다. 9-10절입니다. “이 말씀을 마치시고 그들이 보는데 올려져 가시니 구름이 그를 가리어 보이지 않게 하더라 올라가실 때에 제자들이 자세히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데 흰 옷 입은 두 사람이 그들 곁에 서서” 이미 예수님은 하늘로 올라가셨고, 구름이 가려서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계속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신기했기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남겨진 제자들은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던 것입니다. 11절입니다. “이르되 갈릴리 사람들아 어찌하여 서서 하늘을 쳐다보느냐 너희 가운데서 하늘로 올려지신 이 예수는 하늘로 가심을 본 그대로 오시리라 하였느니라” 흰 옷 입은 두 사람이라고 했는데 아마 천사였을 것입니다. 두 천사가 “어찌하여 서서 하늘만 쳐다보고 있느냐?”고 하였습니다. 천사들이 ‘왜 이미 올라가서 보이지도 않는 하늘을 쳐다보고 있느냐?’, ‘언제까지 하늘만 쳐다보고 있으려고 하느냐?’, ‘너희들이 본 그대로 다시 오시기까지 너희에게 맡겨진 것이 있지 않느냐?’며 ‘정신차리라’고 한 것입니다.

 

제자들은 모두 갈릴리 사람들이었습니다. 갈릴리 사람이란 말은 그리 내세울 것 없는 촌사람들이란 뜻입니다. 제자들은 갈릴리에서 예수님 따라 예루살렘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예루살렘에서 예수님은 떠나고, 달랑 제자들만 남았습니다. 예루살렘에는 예수님을 죽인 적대자들이 아직도 의기양양하게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라는 명령까지 하셨습니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제자들에게 천사들은 ‘하늘로 올려지신 이 예수는 하늘로 가심을 본 그대로 오시리라’고 말씀한 것입니다.

 

이 구절에서 우리가 분명히 기억해야 할 세 가지 사실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승천하신 예수님이 다시 오신다는 것입니다. 다른 분도 아니고, 영으로도 아니고, 승천하신 예수님이 지상 가운데 다시 오실 것입니다. 두 번째는 승천하신 방법대로 재림하신다는 것입니다. 많은 이단들이 자신이 재림한 예수라고 하는데 모두 거짓입니다. 제자들이 본 그대로, 즉 승천하신 방법대로 다시 오십니다. 초림은 인간의 몸을 빌려서 아기로 오셨지만, 재림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어머니를 통해서 태어난 사람은 절대 재림주가 될 수 없는 것입니다. 재림하실 때는 모든 사람이 알도록 오실 것입니다. 세 번째는 승천하시고, 다시 오시기까지의 기간은 제자들의 시간이라는 것입니다. 멍 때리지 말고 우리에게 맡겨진 이 시간을 채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12절입니다. “제자들이 감람원이라 하는 산으로부터 예루살렘에 돌아오니 이 산은 예루살렘에서 가까워 안식일에 가기 알맞은 길이라” 감람산에서 예루살렘으로 돌아왔다고 했습니다. 다시 오실 주님을 소망하며 제자들이 있어야 할 곳은 예루살렘입니다. 갈릴리로 가서 옛 삶으로 돌아가서도 안되고, 현실을 도피하여 감람산에 계속 머물러도 안됩니다. 제자들이 있어야 했던 곳은 예루살렘입니다. 제자들에게 예루살렘은 낯선 곳이고, 위험한 곳입니다. 그러나 약속이 있는 곳입니다. 남겨진 제자들의 출발점은 약속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사랑하는 마중물 성도님들! 예수님 믿고 은혜를 경험하고 기쁘고 감사하고 즐거웠던 경험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항상 그렇습니까? 날 구원해주시고 사랑하시는 주님은 어디 계신 것인지 막막하고 홀로 남겨진 것 같은 순간이 있지 않습니까? 코로나를 통해 한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현실, 이해할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해 있는데 도대체 주님은 어디 계신 것입니까? 주님은 우리를 버리신 것이 아니라 믿고 맡기신 것입니다. 내가 있어야 할 곳에서 약속을 의지하여 살아갈 때 이러한 상황에서도 증인의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2. 기도에 힘쓰더라

 

그렇다면 남겨진 제자들이 예루살렘에 머물면서 한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13-14절입니다. “들어가 그들이 유하는 다락방으로 올라가니 베드로, 요한, 야고보, 안드레와 빌립, 도마와 바돌로매, 마태와 및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 셀롯인 시몬, 야고보의 아들 유다가 다 거기 있어 여자들과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와 예수의 아우들과 더불어 마음을 같이하여 오로지 기도에 힘쓰더라” 기도에 힘쓰더라, 기도에 전념했습니다. 왜 기도를 했을까요? 누가복음 22:39-40절입니다. “예수께서 나가사 습관을 따라 감람 산에 가시매 제자들도 따라갔더니 그 곳에 이르러 그들에게 이르시되 유혹에 빠지지 않게 기도하라 하시고” 예수님이 승천하신 감람산은 예수님께서 습관을 따라 기도하셨던 곳입니다. 감람산의 겟세마네 동산은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그러나 내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 기도하며 십자가의 길을 가셨던 곳입니다. 제자들은 감람산에서 기도하셨던 예수님의 모습을 기억하고 기도에 힘썼던 것입니다.

 

우리가 평상시 자녀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가는 매우 중요합니다. 자녀들에게 성경말씀을 읽어라, 기도해라, 골백번 말하는 것보다 말씀을 읽고, 말씀대로 사는 삶, 기도하는 삶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자녀들도 어느 순간 자신들만 남겨졌다고 생각할 때, 부모의 모습을 기억하며 그 길을 따르게 될 것입니다.

 

오로지 기도에 힘쓴 제자들은 무엇을 위해 기도했을까요? 어느 교회의 특별새벽기도를 독려하는 현수막에 적힌 내용이었습니다. “부모의 새벽기도, 자녀의 평생축복. 자녀의 새벽기도, 부모의 노후대책, 아내의 새벽기도, 남편의 영적성공” 이것을 보면서 서글펐습니다. 부모가 일천번제를 드려야 자녀가 축복받는다는 말이 통용되는 교회의 현실이 서글픈 것입니다. 우리가 어려움이 있을 때 기도합니다. 어려움은 기도의 동기가 됩니다. 그러나 기도하는 과정을 통해 내 기도의 내용이 바뀌고, 하나님 앞에서 의 나를 바라보게 되는 것이 기도입니다. 만약 제자들이 이런 기도를 했다면 어떻게 순교자의 자리까지 갈 수 있었겠습니까? 제자들은 기도하는 가운데 자신들의 사명을 깨닫고, 증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달라, 용기를 달라, 약속하신 성령을 달라고 기도했을 것입니다. 예수님과 동거동락하며 3년이나 훈련받았던 제자들도 기도가 아니고는 이 세상에서 그리스도인답게 살 수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입니다. 기도하지 않고 온갖 유혹과 욕망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어떻게 주님의 제자로 살 수 있겠습니까? 남겨진 제자들이 예수님의 모범을 따라 기도함으로 감당할 힘을 얻었던 것처럼 기도로 하루하루를 그리스도인답게 사는 힘을 얻으시는 성도님들 되시길 축복합니다.

 

 

3. 다락방의 120명

 

예루살렘에서 약속한 성령을 기다리며 오로지 기도에 힘쓴 사람이 몇 명이었습니까? 15절입니다. “모인 무리의 수가 약 백이십 명이나 되더라 그 때에 베드로가 그 형제들 가운데 일어서서 이르되” 우리 말 성경은 ‘120명이나 되더라’고 번역하여 많다는 느낌을 가지게 했습니다. 그러나 원문에 ‘이나’라는 말은 없습니다. ‘약 120명쯤 되더라’고 번역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120이란 숫자는 12사도의 열배가 되는 숫자로 12사도의 지도아래 이루어진 공동체를 의미합니다.

 

당시 다락방은 이스라엘의 가옥구조에서 위층이나 옥상에 있는 아늑한 거실이었습니다. 다락방에 모인 120명은 예수님의 12사도와 70인의 제자들, 여인들, 예수님의 동생들이었습니다. 대부분 갈릴리 사람들이었습니다. 다락방에 모인 120명은 당시 예루살렘 성전을 중심으로 한 권력가들, 종교지도자들에 비하면 너무도 빈약하고 소수였습니다. 예루살렘 성전은 헤롯대왕이 BC 19년에 짓기 시작해서 AD 63년에 완공되었으니 사도행전 당시에는 아직도 건축중이었습니다. 성전의 크기만 180m x 120m로 축구장 2배 이상의 크기였고, 성곽은 더 넓었으며 성소의 높이만도 30m나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런 성전을 중심으로 한 종교지도자들을 사용하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은 생전에 이 성전을 헐라고 하셨습니다. 물론 예수님의 십자가의 죽음을 말한 것이지만 당시 성전을 중심으로 한 세력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름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120명, 장소도 변변치 못한 한 개인의 집 다락방에 모인 120명을 통해 초대교회의 역사를 시작하셨습니다.

 

서울 합정동에 가면 양화진이라는 한국에서 죽은 선교사들의 무덤이 있습니다. 이 양화진에 묻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적은 ‘양화진 선교사 열전’이란 책이 있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유일한 일본인이 있는데 ‘소다 가이치’ 선생입니다. 소다 가이치는 21세의 나이에 고향을 떠나 나가사키에서 탄광 광부로 일하면서 독학으로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습니다. 그는 1893년 26세의 나이에 더 넒은 세계를 경험하겠다며 노르웨이 화물선 선원이 되어 홍콩을 거쳐 대만으로 갔습니다. 그러나 가이치는 객지에서 무절제한 삶을 살았습니다. 어느날 술에 취해 길에서 쓰러져 객사할 위기에 쳐했습니다. 지나가는 한 행인이 그를 업어 여관에 데려가 치료해주었습니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여관비까지 내고 가면서 가이치는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습니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 나오는 똑같은 상황이 된 것입니다. 가이치는 자신을 구해준 은인에 대하여 아무 것도 모르고 단지 조선인이었다는 것만을 알았습니다. 그로부터 6년후 빚을 갚겠다는 마음으로 조선을 찾았고, YMCA에서 일본어 선생으로 봉사하는 가운데 이상재 선생님께 감동을 받아 그리스도인이 되었습니다. 그후로는 독립지사들을 도왔고, 1921년부터 고아들을 돌보기 시작해서 해방되기까지 천여명의 고아를 돌보았습니다. 소이치 선생은 고아들과 함께 살다가 1962년 95세의 나이로 숨졌습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인으로는 처음으로 문화훈장을 수여했고, 양화진에 잠들어 있습니다. 가이치 선생이 고아의 아버지로 살 수 있었던 것은 무명의 한 사람이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베푼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다락방에 모인 120명은 결코 적은 수가 아닙니다. 보리떡 5개가 예수님의 손에 들렸을 때 오천명을 먹이고 남았던 것처럼, 약속된 성령에 붙잡힌 120명의 증인들을 통해 복음은 예루살렘을 넘어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이르게 된 것입니다. 오늘 우리에게 땅끝까지 이르러 증인이 되는 것은 무슨 거대한 프로젝트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오늘 이 자리에 계신 한분 한분이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사랑을 실천하며 사는 삶을 통해 이루어질 것입니다. 부활이 있고, 주님의 다시 오심을 믿는 성도들은 죽음이 끝이 아닌 세상, 세상의 물질이 전부가 아닌 세상이 있음을 알고, 그 가치를 따라 살아야 합니다. 그럴 때 다락방에 모인 120명과 같은 우리를 통해 하나님의 나라가 증거되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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