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교회

멘토로부터 고통을 타인에게 보여주는 글로서 해소해내기보다

고통을 마음에 담고 머물러보라는 조언을 들었었다.

그랬더니 정말 고통은 커지고 죽을 것 같은 지경에 이르렀다.

하나의 전기를 지나와 통과해온 터널을 쳐다보며,

갈등은 거창하게 말하면 사랑의 기회임을 기억하고자 다시 펜을 든다.

너무도 흔하게 갈등 자체가 "귀찮게" 여겨지고

그 갈등의 근원되는 대상을 미움과 책임전가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나의 수준이지만..

자신을 모를 때엔,

입양도 생각해보고, 이런 저런 거창한 사랑의 모양을 꿈꿔보았다

무조건 참고 견딤, 친절과 희생... 그걸 사랑이라 생각도했다

일방적 퍼주는 사랑도 귀하지만,

진정한 사랑은 필연코 인격적 성숙, 인내, 포용,

바른 판단과 적절한 거리유지의 기술

그리고 무엇보다 오해와 비난을 견디고

실망을 소화해 내는 능력을 요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가까울수록, 준 게 많을수록, 사랑할수록..

기대도 커지고 아픔도 커지고 심지어 생의 방향도 잃게할만큼 치명적이다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짐도 느껴보고,

비록, 나의 약함과 좁은 용량탓이라 하겠지만,

모든 걸 놓고 싶은 고통을 '어제'까지 느껴 보았고,

내일도 그런 어두움은 다시 찾아올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죽음같은 어두움이

새생명을 잉태하는 에너지임을 발견한다

이 척박한 마음밭에도 결국 인내를 잉태하고 포용을 잉태하고 있으니

하나의 실패가 또다른 실패로 이어지듯,

하나의 작은 성숙과 성공적인 갈등처리의 경험은

또 다른 갈등영역에서 더 큰 여유와 지혜로 대응하게 해준다

적어도 오늘은

나를 자라게 해준 그 고통의 의미를 고맙게 되새겨본다

 

덧글 (2)

이상웅 2011-09-15 18:09:16

고통이 우리를 자라게 하지만 너무 고통의 자리에만 있지 않기를 바랍니다. 전도서 기자의 말처럼
"사람이 사는 동안에 기뻐하며 선을 행하는 것보다 나은 것이 없는줄을 내가 알았고
사람마다 먹고 마시는 것과 수고함으로 낙을 누리는 것이 하나님의 선물인 줄을 또한 알았도다.(전도서3:12-13)" 하나님의 선물을 확인하기 위해 맛있는 것이라도 한번 먹으러 가시죠.

안오성 2011-09-16 19:14:18

~^L^ 감사합니다.

저가 맛난 것에 유난히 약한 사람이라 더더욱..
올해 내내 저에게 지속적으로 찾아온 주제는
"고통과 함께 머물라"였던듯 합니다.

근데, 돌아보니 그리 잘 머물지 못하더군요..
글쟁이인 저에게 또 다른 글의 소재로 소비될 뿐~

하지만, 이젠 글의 소재를 넘어,
저 자신과 더 깊은 대화로 들어가는 소재가 되지 않고서는
그 자리에서 맴돌뿐인듯 합니다.

익숙치 않고 어색함, 불편함, 억울함
그 속에서 문득문득 격한 감정들로 점프하던지 퇴행하던 저의 모습..

상황이 어떠하든
그 과장된 반응 속에 저가 있고, 저의 숙제가 있음을 봅니다.

기도하며, 희망을 노래하며
서툴고 모자란 저의 모습도 애써 다독이며..
그동안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 것들을 벗삼아 동굴 속에 머물다보면
무엇인가 배우고 얻게 되겠지요..

브룩클린으로 향한 마지막 비상구
스스로를 구원할 수 없는 인간의 나약함과
자신을 합리화하는 비열함이 빚어내는 만신창이의 삶의 군상..

그러나 그것에도 깨어지지 않은 인간성.
희망은 멀지 않은 곳에 있음을 믿으며..
그러나 언제나 여정은 매우 길 것을 잊지 않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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