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교회

인문사회학적인 놀라운 발견중 하나는,
사람은 동시대성을 뛰어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같은 문화,
거시적으로 동일한 환경적 제약과 도전
그리고 유사한 경험과
통시적 관점에서 별반 차이가 없는 지적 자극 요소들.

한마디로 입력값이 비슷하니 아웃풋이 큰 차이가 없다는 것.

이 거대한 먹구름을 뛰어넘을 생명의 샘

계시의 인격적 존재를 알고 따르는 생.

과연 어떠해야 할까.

이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
한국교회의 문제를 너나 없이 한마디씩들 말한다.

그러나 두 가지는 분명하다.

1.

어제와 동일하게 신앙하면,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인풋에 머문다면
결국 별 차이가 없을 것이란 것.

2.

이 세대를 본받지 않으려면

이 세대의 기독문화도 본 받지 않으려면

다른 인풋, 다른 시각에 나를 열어두고

그것을 복음안에 통합하려는 처절한 몸부림이 있어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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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적인 발견, 심리학적인 발견을
신학의 이름으로 깔보는 만용부터 버려야 한다.

오히려 그곳은
신학의 이름으로 기경해야할 신천지!

예수님은 우물가의 여인이 정오, 인적이 뜸한 때에 물길러 온 것을 보고, 담박에

그의 삶을 통찰하셨고 그의 남편을 데려오라는 쌩뚱맞은 화두와 충격으로 그녀의 삶에 복음을 주입하시지만,

우리는 결코 그럴 수 없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 여인의 친구로, 상담가로, 조용히 듣고 인내하는 자로 오랜동안 곁에 있어야만
그러한 통찰에 이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스스로 존재하시는 하나님의 본질은 단순하지만,

인간이 파악하는 본질은 반드시 통합적이어야 하고,

도전과 상충되는 질문에 정직한 답변을 끝없이 추구하면서 그 진의에 다가가는 과정 자체이다.

인간의 정직한 의문과 혼돈을 정답같은 논리로,
나의 일천한 믿음으로 터부시하는,
아직 '어리다/모른다'고 폄하하는 태도에서 부터 속히 떠나야 한다.

아니, 모든 것이 복음안에서 성경안에서

대응할 수 있다는 호전성부터 버려야 한다.

그는 답을 갖고 계셔도, 우리는 얼마든지 모르고

우리가 만난 답도, 그에게는 답이 아닐 것이므로.

안다고 생각하는 이는 거기에 머물고
의심하고, 모른다고 생각하는 이는 분명 거기에 머물지 않는다.

인간의 의심과 약함과 혼돈을 오히려 반기고 동참함에 이른다면

우린 드디어 한 인간으로, 그의 친구로서 그의 곁에 있게 될 것이다.

나의 신앙함과 나의 전함은

이전과는,

이 시대의 대세와는 확연히 다른 길을 찾아 나설 것이다.

내 비록 그 길에 별로 멀리가지도 못하고,
그저 하나의 치기어린 시도로 끝나더라도

결국 무늬만 다른 정도의 각성의 길에서 폼재진 않으리라.

아무리 살아도 다른 것을 볼 수 없는 생.

아무리 살아도 창조적인 무엇을 찾을 수 없는 생.

아무리 살아도 이 시대의 문화와 가치를 벗어나지 못할 인생.

생각만 해도 넌더리가 난다.

-2011, 6월의 어느날 -  

덧글 (3)

이은영 2011-08-24 17: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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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을 달기가 쉽지않을 글이네요. ㅋㅋ 오늘 목사님 캄보디아로 떠나면서 내게 남긴 말이랍니다. 저역시 읽어보니 그러네요. 글이 나온 어떤 실체가 있는데, 그것을 추상적으로 표현해서 그런지 섣불리 댓글을 달기가 어렵네요. 다음에는 이런 생각을 하게된 사건도 적어주세요.
캄보디아 우물은 한곳은 나왔는데,아직 두번째 우물에서 물이 나오지 않아서 두곳 다 보고올 수 있을 지 없을지 모른다고 하네요. 제게 기도제목만 남기고 갔습니다.

안오성 2011-08-24 17:34:07

저도 이 글은, 어떤 이벤트와 연계될까 염려되어, 한 참 지난 뒤 공개하게 됩니다.
어떤 사건과 연계된 것은 없구요..

그동안 고뇌하던 바의 연장선이고, 촉매가 되었다면 다시 정독하며 생각을 정리하는데 동행자로 삼은
조지 베일런트의 이었습니다.

그가 그러한 주제를 목표로 한 것은 아니지만, 종교와 영성의 차이
신앙과 노년에 대한 주제를 비켜가지 않고 그 나름의 통찰과 안목으로 도전하며
간간이 뿌려놓은 그의 발견과 소신에도 많은 자극을 받았습니다.

끝까지 균형감을 놓치지 않으려고 겸손하고 개방적인 문체로
자신을 표현한 신중히 담아낸 그의 태도에 더욱 감탄하면서..

임성근 2011-08-25 16:04:51

두어 줄로 덧글이나 답글 달기에는 지면이 좀 어려울 것 같은 느낌. 다음에 뭐라도 먹으면서 얘기를 나누면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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