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도 감사로 채우게 하소서
김종철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보상(報償)·대가(對價)나 상대방의 알아줌을 전혀 바라지 않고, 아무런 요구 조건이나 목적·이유·의도 없이, 자기에게 있는 것 혹은 자기가 가진 것을 아낌없이 몽땅 다 주고도 더 주지 못해 안타까워하고 미안해하는 것이 참된 사랑이리라.
그런데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Freely you have received, freely give.”라는 신약성경 마태복음 10장 8절은 줄줄 외우면서도, 이런 사랑의 경지에 이르도록 부단히 또 철저하게 애를 쓰지 않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하기야 아무리 고매한 인격을 가진 사람 혹은 신앙심이 깊은 신자(信者)라도,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 손이 모르게 하기(do not let your left hand know what your right hand is doing)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더더구나 그것이 베푸는 일이나 선행(善行)·자선(慈善)일 경우에는···.
대접 받는 사람이, 마치 자신은 대접 받을 가치가 충분히 있는 존재인 것처럼 생각하여, 남으로부터 대접 받는 일을 당연시(當然視)하게 되면, 베푸는 사람은 일말(一抹)의 회의(懷疑)를 느끼면서 실망할 수도 있다. 억울한 생각도 들고 화가 나기도 할 것이다.
상대방이 자신의 순수한 마음을 몰라주는 것처럼 보일 때에는, 섭섭·서운하고 아까운 마음이 생길 수도 있다.
요즈음 같은 불경기(不景氣)에, 자신이나 자기 가족이 아닌 사람을 위해 시간·정성·비용을 들이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반대급부(反對給付)를 바라는 접대나 선물·뇌물이 아닌 이상, 돈이 많고 시간이 남아돌아서 남을 대접하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남을 대접한 후 상대방이 자신의 진심을 제대로 몰라주는 것 같아도, 아무 대가·보상·칭찬이나 감사를 바라지 않고, 베풀고 섬기고 주는 것 자체로 만족할 수 있는 그런 순전한 사람으로 무르익어 가야 하리라, 이 뜨거운 여름에.
대접을 자주 또 잘 받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쉽게 빠지는 오류나 착각도 있다.
난생 처음 남으로부터 대접·향응(饗應)을 받을 때에는, 받을 자격조차 전혀 없는 자신에게 주어진 과분한 은혜라고 너무 고마워하고 황송해하지만, 그렇게 감읍·감동하면서 겸손할 때는 아주 잠시뿐인 것만 같다.
대접받는 횟수가 증가할수록 그것을 응당(應當)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여기면서 교만·거만해지고, 더 나아가 ‘왜 나를 대접하지 않는 무례한 사람들이 많으냐?’ 하고 분을 품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
남들이 애써 마련한 정성어리고 큰 대접을 ‘떡값’처럼 자신이 의당(宜當) 받아야 할 것으로 치부하면서 하찮은 것으로 격하시키는 우(愚)를 범하게 된다.
그러기에 자주 대접받는 위치에 서게 되면 자만(自慢)으로 쉽게 넘어지려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두 눈을 부릅떠야 하리라.
자신이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착각하지 말고,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절에 겸양(謙讓)했던 초심(初心)으로 돌아가, 힘들게 분에 넘치도록 대접하는 이들을 격려·위로·배려할 줄 아는 세심함과 아량을 가져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소득이 없거나 적고 지위가 낮고 질병·장애에 시달리느라 사회적 관심 밖으로 밀려난 탓에 엄청난 박탈감·소외감·고독감에 시달리며 슬피 울고 있는 계층의 사람들에게, 거저 받은 것을 아낌없이 거저 베풀 수 있어야 하리라,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도록 조심하면서.
위에 열거한 두 가지 모두가 나에게도 해당될 수 있다.
아직도 철들기는 요원(遙遠遼遠)하기만 한 애송이·철부지의 단계를, 나는 언제나 벗어날 수 있을까?
이 ‘유월(六月)’에, (있어도 없음만 못하여 있으나마나 한) ‘유불여무(有不如無)’의 사람이 아니라 ‘유덕(有德)’한 사람이 되도록, 이열치열(以熱治熱)의 열성으로 더 노력해보련다.
받을 자격이 전혀 없는 죄인들이 구주(救主, the Savior; the Redeemer; the Messiah; Jesus Christ)를 믿기만 하면, 직접 톡톡히 치르신 예수님의 십자가 보혈(寶血)로 새로운 피조물(new creature or creation)로 만드신 후에, 전혀 아까워하지 않으시면서 값없이, 누르고 흔들어 흘러넘치도록, 가득 부어 주시는 하나님의 엄청나게 놀라운 은혜(Amazing Grace)!
매일 매일 아니 매순간 감격하면서 살아야 하리라.
결코 ‘값싼 은혜’가 아닌데, ‘싸구려 공짜 복음’으로 전락(轉落)시키는 사탄의 교묘한 계교(計巧)와 책략을 과감하게 물리치면서···.
졸지도 주무시지도 않은 채 불꽃같은 눈으로 감찰하시면서 눈동자와 같이 우리를 지키시는 하나님!
중동 호흡기 증후군인 메르스(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가 한반도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는데, 한없는 은혜와 긍휼을 베푸셔서 이 전염병을 묶고 차단해주시옵소서!
더 이상 희생자가 생기지 않게 해주시고 양성 환자들도 회복하도록 직접 치료해주소서!
환자를 돌보고 치료하느라 집에도 가지 못한 채 병원에 상주하는 의료진에게도 자비를 베풀어 주시고, 자기 몸도 사리지 않는 그들을 메르스의 병원 내 감염(outbreak)으로부터
보호해주시옵소서!
그리하여 이 무더운 6월도 감사로 가득 채우게 하소서!
이기적이고 세속적인 야망(野望) 대신에, 목마른 사슴이 시냇물을 찾아 헤매듯이 주님을 향해 영적으로 갈급·열렬한 소망(所望·素望)·열망(熱望)·갈망(渴望)과 앙망(仰望) 및 의망(意望)에 충만한 매일을 살아가도록 인도해주소서! 벌써 뜨겁게 달구어진 올 6월부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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