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교회

유채꽃 속에서 드러나는 사랑

 

 

 

김종철

 

 

 

 

황색에 약간 녹색을 띠는

유채(油菜, 혹은 평지)꽃의 향연(饗宴).

안면도(安眠島) 꽃지 해변 배경으로

화려하게 수놓은 군락(群落).

 

마치 푸른 바다(海)를

바라보고 사모하는

노란 꽃의 ‘해(海)바라기’처럼

그 황색(黃色) 사랑이

애처롭고 앙증맞기만 하다.

 

거세고 모진 바닷바람을 견디면서,

순수 노랑의 그윽하고 진한 향기로

벌 나비들을 부르는

네 몸짓이 가냘프게 보여서,

갸륵한 너를 내 가슴에

꼬옥 안아주고 싶단다.

 

거친 겨울의 해풍(海風)과

바위마저 깨뜨릴 것 같은

격랑(激浪)을 견뎌낸 후,

이제야 봄볕 속에 환하게 웃는

해맑은 너의 얼굴.

 

그 뒤에 숨어 있는

아프고 괴롭고 외롭고

서글펐던 상처 자국들이,

이 무딘 사람의 눈에도

이제야 어렴풋이 보이는구나.

 

지구촌에서

거의 모든 생명의 탄생이

산고(産苦)를 동반한다는 것에

너도 결코 예외가 아니렷다.

 

살을 에듯 차가운 삭풍(朔風)과

몰아치면서 뼛속 깊이

파고드는 한파(寒波)의 겨울을

힘겹게 이겨낸 후에,

비로소 기지개를 켜는 네 모습에

내 가슴이 저미는구나.

 

그래 이제 마음껏 노래하고 춤추렴.

 

너와 함께 어울리고

사진도 찍고 싶은 사람들이

유채꽃 군집(群集) 속으로

들어가는 것 자체가

한 폭의 풍경화가 되고 있으니.

 

 

 

                     
 

 

덧글 (2)

마당쇠 2015-04-13 09:45:27

좋아요 짧은 만개기간이라 더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김종철 2015-04-13 10:54:48

화사한 유채꽃의 군무(群舞) 뒤로
충청남도 태안군 안면읍 승언리에 있는
꽂지 해수욕장의 바닷길이 열리는
현대판 '모세의 홍해 기적'을 보았답니다.
감사와 감격·감동이 넘쳤지요.

"할미는 좋겠다. 천년 세월 늘 할아비 곁에 있어 좋겠다.
할아비는 좋겠다. 늘 할미 마주보며 살아서.."라는
시구가 있는, 할아비 바위(승언)과 할미 바위(미도)의
못 다 이룬 애절하고 애틋한 사랑의 전설을
음미하면서 부부애를 느낄 수 있어서 더욱 좋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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