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교회

우리동네에 청년들이 운영하는 야채가게가 하나 있다.

바로 옆에 홈플러스가 있어 경쟁하기가 만만치 않을텐데 어쨌거나 열심히 장사를 한다.

요즈음 우리아이들도 취업으로 고민을 하다보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가게에 들렀다.

마침 고구마가 있어 1키로만 사기로 했다.

박스에 든 고구마를 봉다리에 담아 저울을 재더니 조금 부족한지 몇개를 다시 더 담아왔다.

그런데 이제는 제법 많이 초과되었다.

잠시 망서리더니 그냥 원래 가격을 달랜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다가 난 가격을 다 주고 싶으니 그냥 제 가격을 받아달라고 했다.

젊은 사장은 웃으면서 그냥 덤으로 가져가란다.

평상시에야 덤을 좋아하지만 오늘은 그래서는 안될 것 같아

그럼 고구마를 좀 빼라고 했는데 그 사장은 웃으며 그냥 덤으로 가져가란다.

잠시 옥신각신하다가 미안하기는 하지만 그냥 그 마음을 기쁘게 받기로 하고 고맙다고 인사하고 나왔다.

단돈 천원이 걸린 덤과의 밀당(?)이었지만 참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장사하는게 그리 여유가 있지는 않을텐데 넉넉한 청년사장의 그 마음이 부럽기도 하였다.

누군가는 덤으로 좀 더 안주냐며 떼를 쓸 수도 있을테고

누군가는 요구한 분량보다 더 얹어 억지로 더 많이 팔려고도 할 수 있을텐데

손님은 덜 받겠다고 하고 사장은 더 주겠다고 하고~~

세상살이가 좀 각박하게 느껴질 때 거꾸고 살면 조금은 더 따듯하게 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주변에 너무 따지지 않고 넉넉히 나눠주는 이런 이웃이 있어 좋다.

그것도 넉넉한 마음을 가진 청년들이 있어 더욱 기분이 좋다.

그 청년사장을 통해 나도 조금은 더 넉넉하게 덤을 줄주 아는 삶을 살아가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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