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교회

팔학년과 육학년의 모자(母子) 사랑

(팔십 할머니의 육순 아들에 관한 애틋한 사랑)

 

 

김종철

 

 

대전 도시철도 현충원역에서 새벽 첫 시간의 지하철을 탄 후에 서대전 네거리 역에 내리면, 내가 자주 만나는 꼬부랑 할머니가 한 분 계시다.

 

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한 손에는 손수 조리한 음식을 넣은 그릇을 보자기에 싸서 들고 계신 채 종종걸음을 하신다.

 

너무 굽어진 할머니의 허리가 워낙 안쓰러워서 내가 좀 들어드리겠다고 말씀드릴라치면, 결코 무겁지 않아 전혀 그럴 필요 없다고 비어있는 다른 손으로 한사코 손사래를 치신다.

 

이 꼭두새벽에 어딜 가시느냐고 여쭈어보니, 요 근처에 있는 큰 병원에 가시는 길이란다.

 

아하, 내가 근무하는 대학병원에 가시는구나.

 

따뜻한 눈길로 쳐다보면서 내 가족처럼 염려가 된다는 말투로 할머니를 대했더니, 육순의 아들이 뇌졸중(腦卒中, stroke)으로 쓰러져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입원중이란다.

 

매일 새벽을 깨우면서 팔십 넘은 여자 노인이 육순의 병든 아들이 좋아하고 잘 먹는 요리를 직접 정성을 다해 만들어서 보온 통에 넣은 채, 지하철을 타고 또 걸어서 병문안을 오시다니.

 

 

 

그 지극하고 뜨거운 모성애에 내 눈가가 촉촉해지고 목이 멘다.

 

여자는 약해도 어머니는 강한 법.

 

노모의 극진한 사랑과 알뜰살뜰한 간병으로, 그 아들의 질병에 차도가 있길 간절히 염원해본다. 쾌차를 기도하기 위해 두 손을 모으는 이 새벽에 꽤나 차가운 가을바람이 매섭게 스쳐 지나간다.

 

주님, 아무런 이유 없이 자식에게 몽땅 다 주고도 더 줄 것이 없어 안타까워하면서 눈물짓는 노모의 한없는 사랑을 굽어 살피시고, 모자와 가족에게 치유의 은혜와 긍휼을 베푸소서.

 

무한한 하나님을 사랑을 매일 체험하는 우리들이기에, 이 땅에서 부모 노릇 제대로 하도록 주님의 길로 이끌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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