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교회

산노미야(三宮) -> 산 놈이야

 

 

김종철

 

     

9월 하순 일본 고베시(神戸市)에서 개최된 국제 학회 도중에 일부러 시간을 내어 시내를 누비고 휩쓸고 주름잡고 다녔다.

 

고베는 효고현(兵庫県)의 수도로, 일본의 10대 도시 중 하나이다.

바다와 로코산(六甲山) 지역 사이에 위치한 고베는 일본에서 가장 매력적인 도시 중 하나이며, 형형색색의 야경이 매우 아름다운 곳이기도 하다.

 

발품을 팔아 전철을 타고 다녔다.

전철 바퀴가 고무로 덧씌워져 있어 소리가 안 나는 게 신기하였고, 각종 안내판에 한글도 같이 쓰여 있어서 가슴이 뿌듯하였다.

 

우리 호텔에서 가까운 역으로 산노미야 역(일본어: 三宮駅 또는 三ノ宮駅, さんのみやえき 산노미야에키)이 있는데, 이곳까지 전철타고 간 후에 여러 곳을 마구 쏘다녔다.

 

산노미야 역은 고베 시의 중심지인 산노미야(Sannomiya, Kyotanba, Funai District, Kyoto Prefecture, Japan)에 있으며, 고베 시의 최대 터미널 역으로 각 사의 노선이 집결하는 교통의 요지이다.

이 역은 서일본 여객철도, 한큐 전철, 고베 고속 철도, 한신 전기 철도, 고베 신교통, 고베 시 교통국의 철도역이다.

 

온타케산(御嶽山·3067m)의 최악의 화산 분화 재해, 아는 의사들의 과로사(過勞死)·돌연사(突然死)·사고사(事故死), 젊은이들의 자살 등으로 가슴이 칼로 후비듯 아팠던 나에게는 ‘산노미야’라는 지명(地名)이 꼭 ‘산 놈이야’로 들렸다.

그러니 외우기도 쉬었다.

 

‘산 놈이야’ 즉 ‘나는 죽은 사람이 아닌 산 놈이야’로 생각하다보니, 내가 살아있다는 게 얼마나 가슴 뿌듯하고 대견하고 자랑스럽고 감사한 일인지, 생각하면 할수록 삶의 감격·감동 및 환희가 하늘 높이 치솟아 올랐다.

 

지금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서 글을 쓰고 있다는 게 얼마가 감사한 일인가.

 

지혜가 많으면 번뇌도 많고 아는 것이 많으면 걱정도 많은 법(전도서 1:8. For with much wisdom comes much sorrow; the more knowledge, the more grief.)인데, 어떤 형편에 처하든지 자족(自足)하면서, 지금 여기에서 살아있음에 감격하며 살아가리라.

하나님께 "쓰임 받는 사람"으로 "쓰임 받는 날"을 빚으며 "쓰임이 되는 살아있음"을 누리며 이 험한 세상을 당당하게 살아가길 간절히 기도하리라.

해외 어디를 가도 한국에 두고 온 아들 내외와 손녀가 생각나니, 사랑으로 하나 되게 하는 끈이 정말 길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손녀의 미소를 생각하면 누적된 피로와 여독(旅毒)이 다 풀리면서 파김치가 된 몸에 새 힘이 부쩍 부쩍 생긴다.

하나님께서 직접 지으신 자녀인 우리를 보실 때 부모인 우리보다 더 기쁨을 이기지 못하실 것 같아, 땅 끝에 가도 세상 끝날까지 함께 하시는 그 엄청난 사랑과 은혜에 눈시울이 마냥 뜨거워진다.

하나님 보시기에 대단히 좋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자고 다시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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