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교회

오래전 규원이가 아기였던 시절, 규원이가 잠들고나면 가슴에 귀를 기울여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으며 안도하고 감사하곤 했다. 우리 생명이 어떻게 유지되는지, 어떻게 우리가 매일의 삶을 사는지 적어도 내게는 이해되지 않았고, 물론 지금도 이해되지 않지만, 이 작은 생명이 매일매일 마치 가는 실처럼 이어지고, 허공에 기댄 여린 잎사귀처럼 흔들리고 있음에 신기해하고 소중함을 더했다.

늘상 있는듯, 늘 그 자리에 있는 것이 당연한 듯 살지만 모든 것이 항상 그 자리에 있으란 법이 없고 항상 과거처럼 그러하리란 법도 없다. 매일의 삶은 우리에게 관성을 심어주어 매일 우리가 감사하며 살아가야 할 것을 쉽게 잊어버리고 지금보다 더 나은 변화의 기대를 은연중에 심어놓는다.

건강하게만 자라라는 사랑의 속삭임에서 이번 시험에서 성적 안오르면 재미없다는 협박으로 변하는 것은 이런 속성때문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우리의 속성때문에 다시 제자리로 돌이키게 하는 일들을 겪곤 하는데 그건 아이들이 아플때다. 생명 그 자체만으로 우리에게 맡겨진 이 아이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잠시나마 느끼게 되는 것이다.

과거 의료환경이 몹시도 열악한 어떤 나라에 4살짜리 규원이를 데리고 무작정 살러간 적이 있었다. 부모는 좋았을지 몰라도 규원이는 그렇지 못했다. 가자마자 얼마지나지않아 밤에 열이 오르기시작하더니 41도에 육박하면서 아이가 거의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준비해간 온갖 항생제와 해열제를 먹여도 열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고 할 수 있는 거라곤 찬수건을 머리에 올려놓고 울며 기도하는 것 밖에 없었다.

그때 규원이의 심장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 아픈 중에도 변함없이 들려오는 소리는 마치 복음과 같았다. 이 아이를 그냥 내버려두시지 않을 거란 막연한 믿음도 생겼다. 새벽녁이 되어 차츰 열이 떨어지더니 38-39도를 오가면서 며칠 지나 완전히 회복한 그 아이를 보는 것은, 마치 허공에 깃댄 여린 잎사귀라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하나님에게 기댄 여린 생명을 보는 것과 같았다.

아이가 자랄수록 아기였을때 가졌던 생각과 진한 경험을 잊거나 지나쳐 더 나은 변화의 기대를 자꾸 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아이들이 잠에 들고나면 그들의 가슴에 귀를 기울인다. 콩닥콩닥 또는 쿵덕쿵덕, 열심히 뛰는 심장소리를 들으면 생명의 경외감과 이 생명을 지탱시켜주는 창조자를 만나게 되고, 동시에 아이를 키우는 초심으로 돌아오게 해준다. 너희들은 나의 소유물이 아니란 것을. 그리고 생명 그 자체로 너희들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를.

덧글 (2)

김종철 2014-07-31 20:15:36

120% 공감합니다.
존재 자체가 기쁨인 우리의 자녀들.
그래서 전능하신 하나님도 당신의 자녀인
우리로 인하여 기쁨을 이기지 못하시나봐요.

한번도 쉬지 않고 심장을 뛰게 하시는
하나님의 솜씨는 정말 신묘막측하지요.
의사인 저도 그저 탄복할 뿐이랍니다.

이은영 2014-08-19 23:06:07

저도 120% 공감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초심~ 멋진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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