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교회

그제 일어난 일이다. 그날 나는 오랫만에 귀국해서 회사에 첫 근무를 하게 되는 딸을 위해 이것 저것 준비하러 다니느냐고 분주했었다.  아이를 회사가 있는 수원가는 시외버스 터미날까지 데려다주고 집 앞의 익숙한 길을 들어서고 있는 중이었다. 그때 나는 쪄 놓은 옥수수를 먹으며 쉬어야 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아마도 너무 마음을 놓아서 교통신호를 잘 못 봤나보다. 나는 분명히 좌회전 신호를 본듯 해서 차를 왼쪽으로 틀고 있었는데,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차가 속도를 늦추지도 않고 달려 오고 있었다. 그리 큰 도로가 아니므로 그리 쌩쌩 달릴 일도 없는데 "왜 속도를 늦추지도 않고 달려오지?"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내 차와 상대편 차가 충돌을 하고 말았다. 내가 신호위반을 했던 것 같다. 나는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고 차를 진행하지 않았고, 상대도 달려오다 나를 보고 급 브레이크를 밟았기 때문에 신호위반 치고는 사고가 크지 않은 편이었다. 

상대방 운전자는 사고가 있자 여기저기 연락을 취하더니 사람들이 모여 들기 시작했다. 나는 딸 아이에게 내 핸드폰을 임시로 빌려줬기 때문에 남편이건, 보험회사건 열락을 할 수 없어 더 난감했다. 겨우 다른 사람의 폰을 빌려 연락을 취했다. 내 쪽에서는 늦은 연락과 연락을 취할 핸폰이 없는 탓에 사고현장에 한동안 아무도 오지 않았다. 나는 이런 일을 처음 당해봤기 때문에 많이 놀랐고, 또 어떻게 해야 할지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 혼자 우두커니 사람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상대도 겉보기에는 괜찮아 보여서 일단 다행이었다. 나는 상대방에게 가서 괜찮으냐고 물었지만, 상대는 나와 어떤 말도 섞고 싶지 않은가보다. 불친절해보이는 얼굴이었다. 사고를 통해 사업을 하는 사람들만 가끔씩 내게 와서 사고의 경위를 묻고, 자신의 돈벌이에 관계되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잔뜩 쫄아있었다. 그때 그 주변에서 왔다 갔다 하던 30 대쯤 되어 보이는 장애를 가진 여자가 내게 다가오며 어눌하게 "아줌마, 많이 놀라셨겠다." "많이 놀라셨지요?"라고 말을 걸었다. 그 여자는 다운증후군이 있어 보였다. 나는 "이 여자가 나를 진정으로 이해해주고 나를 염려해주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가슴이 뭉클해졌다. 나도 잘 깨닫지 못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이 말이 내가 정말로 듣고 싶었던 말이었나보다. 눈물이 핑 돌았다. 그리고 염려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어째서 우리는 특히 긴급한 상황에서는 일에만 집중하게 될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일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은 왜 쉽게 눈에 보이지 않을까? 나도 반성을 했다. 어째서 정상인이라는 사람들은 그렇게 냉정한지...손해 보지 않고, 뭔가 자기에게 유리한 일을 잡아보려는 생각을 먼저하는 걸까? 나에게 다가와 이것 저것 묻던 사람들도 알고보니 다 자기 사업을 위해 그렇게 했다는 것을 알고 씁쓸했다. 어째서 장애를 가진 그 아이만이 나를 진정으로 바라볼 수 있었을까? 정말로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장애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덧글 (10)

이상웅 2010-09-01 13: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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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님 많이 놀라셨겠어요. 어제 아내에게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몸은 좀 어떠신지 모르겠네요.
하루 지나고 나면 더 안좋아지는 경우도 있으니 잘 쉬시고, 무엇보다 평안한 마음이 가지시길
기도하겠습니다. 무더위속에 집 수리하시고, 해나와 마리가 와서 많이 힘드셨을텐데 좀 휴식이
필요하셨던 것 같습니다.

안오성 2010-09-01 15:3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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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많이 놀라셨겠습니다. 그 아이가 느낄 수 있는 것을 정상인들은
자기유익을 챙기는데 함몰되어 전연 느끼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깝게 대조되는 군요.

저도 접촉사고 많이 나 봤는데, 어찌 그 때 마다, 과실 부분을 줄이려고 단단히 결심한 태도로 대하는 사람들만 나오는지
충격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닿기만 해도 (주차하려 후진하다가) 목덜미 잡고 병원가서 눕는 사람,

"나는 운전자 보험 들어놨으니(보험처리해도 나는 손해볼 것 없으니) 보험처리 하든지, 아니면 이 자리에서 (내게 유리하게) 합의하고 가든지 선택하라"는 사람

이래 저래 당하다보니, 사람에 대해 많이 실망하게 되더군요.
평소에 너무 좋은 사람들 틈에만 살아서 내성이 길러지지 않아 그런가보다 하는 생각도 들고,
이런 경우에 나도 내 몫, 경계를 지키기 위해 할 말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저를 돌아보게 되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많이 놀라셨겠습니다. 그만해서 정말 다행이구요~^^

채수길 2010-09-02 00:5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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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눈물이 핑

이은영 2010-09-02 09:3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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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다음날 뵈었을 때 너무 평온해 보이셔서 이런 상황이었는지는 몰랐네요. 김집사님도 놀라셨겠지만 온가족이 난리가 났었을 것 같네요. 그런 와중에도 해나의 소원을 들어주기위해 기타를 고르러 나오시고 정말 엄마는 위대한 것 같습니다. 편히쉬시고 주일날 뵙겠습니다.

김병극 2010-09-02 11: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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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나신 것 허집사에게 듣고 알았었는데 글은 이제야 봅니다.
아무래도 마중물 교인분들은 성숙하시고 훌륭하신 것 같네요. 제 경우, 최근(몇년 전) 경우는 그래도 여유롭게, 게중 낫게 대처한듯도 싶은데 그 전에는 어떻게든 손해를 안보려고 아득바득... 그런 부끄런 기억을 상기하게 하시네요. 안다치시고 또 수리 가능하시다니 다행이네요.
"집사님 많이 놀라셨지요?"^^

김재희 2010-09-02 14:32:34

마중물 식구들, 모두 염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누구라도 다쳤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소름이 끼칩니다. 하나님의 크신 돌보심과 마중물 식구들의 든든한 빽으로 오늘도 뱃장좋게 살아갑니다. 사랑합니다~ㅇ

우해석 2010-09-03 19:17:57

집사님 많이 놀라셨겠네요..
그만하길 다행이네요.
당황스런 순간이었을텐데 그 가운데서도 삶의 지혜를 깨닫고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자꾸만 일중심으로 사고가 흘러가는데 이참에 제동장치를 하나 두어야겠습니다.

Kaffest 2010-09-04 16: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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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하시길 정말 다행입니다. 어서 회복하세요.

놀람이 2010-09-05 23:5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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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님~ 깜짝 놀랐습니다 하나님이 보호하사 무사하여주셔서 감사해요.. 그래도 운전은 항상 조심조심 또 조심~~~

조남희 2010-09-07 07: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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쌩 달려왔다니 보험금을 노리고 불법차량에 고의적 사고를 내는 사람이 아닌가 의심이 갑니다만 그만하니 다행입니다. 불법차량에 고의적으로 달려드는 차들이 있다고 뉴스에서 심심찮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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